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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보여준 첫사랑 (코토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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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보여준 첫사랑

夢が見せた初恋


글: ポンズ (http://www.pixiv.net/member.php?id=5123096)

출처: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5254910

번역: 낮-꿈 (d4y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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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적부터 곧잘 꿔 온 꿈이 하나 있다. 한 여자가 나오는 꿈. 나와 꽤나 닮은 벌꿀빛 눈동자와, 흰 꽃인지 흐릿한 잿빛인지 모를 색의 길게 뻗은 머리칼을 오른쪽으로 고리를 만들듯 묶어 올린 남들과는 다른 조금 특이한 머리 모양을 가진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 그리고 보는 이로 하여금 행복하게 만드는 듯한 미소를 띈 그 사람. 뭐니뭐니 해도 가장 특징적인 건 그 목소리로, 한 번 이름을 불리는 것 만으로 감각이 마비될 것 같을 정도로 달콤한 목소리였다. 



 꿈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그녀.

 나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꿈 속에 그녀가 나온 건 마침 내가 일곱 살의 생일을 맞았을 때다. 어릴적부터 예법 수련을 하였고, 겨우 놀 일이 생겨도 거절할 수 밖에 없었던 적이 많았던 나는 빈말로도 친구가 많다곤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만의 비밀 친구가 생긴 기분이 든 나는 정말 기쁜 나머지 지금까지도 그 꿈을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내 이름은 ---이야! 너는?'

 '저는 소노다라고 합니다, 소노다 우미에요.'

 '우미쨩! 귀여운 이름이네!'

 '감사합니다.'

 '응! 후훗, 앞으로 잘 부탁해, 우미쨩!'


 이것이 첫 번째 만남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잘 부탁해' 같은 말을 했으면서 그 날로부터 딱 일 년 뒤에 찾아온 나의 여덟 번째 생일날까지 그녀는 꿈 속에 단 한 번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어렸던 나는 틀림없이 매일 같이 놀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서, 오늘은 함께 놀 수 있을까, 내일은, 그 다음날은…, 하루하루 잠자리에 드는 게 즐거웠다. 그래서 겨우 그녀가 다시 꿈에 얼굴을 비추었을 때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그만 제멋대로 말을 하고 말았다.

 '생일 축하해! 오랜만이야, 우미쨩. 나 기억나?'

 '감사합니다. 물론 기억나요, ---. 오랜만이네요. 쭉 보고 싶었어요.'

 '다행이다, 까먹었으면 어떡하나 했는데.'

 '그건 제가 할 말이라구요. 그 때부터 한 번도 와 주시지를 않는 바람에 쓸쓸했어요.'

 '그랬구나-… 응, 알았어! 앞으로도 또 보러 올게! 이번엔 정말이야!'

 '정말인가요? 기대되네요!'

 '응! 아, 이제 갈 시간이야… 또 올게!'

 '네! 꼭 와 주세요!'


 그 이래로 그녀는 한 달인가 두 달에 한 번 꼴로 내 꿈에 드러나게 되었다. 분명 많다고는 할 수 없는 빈도였지만, 그녀 덕에 매일 수련이나 학교 공부도 힘낼 수 있었다.

 그러나 단 한가지 납득되지 않는 게 있었다. 그녀의 이름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아니, 알 수 없다는 표현과는 조금 다르다. 꿈 속의 나는 그녀의 이름을 알고, 부르기까지 했었으니.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머리 속에서 떠오르지 않는다. 가슴 속이 답답했지만 이것만은 도무지 자기 힘으로 할 수 없었다. '어차피 내 꿈 속 이야기니까' 라며 자기 자신을 억지로 납득시켜, 결국 이름에 대한 건 잊게 되었다.




 그로부터 어느 정도의 세월이 흐르고, 나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여전히 이름은 떠오르지를 않았지만 그녀가 꿈에 나오는 빈도는 오히려 올라가서, 적어도 일 주에 한 번은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따라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녀와 나눈 대화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것이다. 처음에는 꿈 내용이 똑똑히 기억나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며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지만, 그게 한 달 두 달 이어지며 불신감을 떨칠 수 없었다.

 힘겹게 만나는 그녀와의 꿈을 떠올리지 못하는 게 분해서 대체 언제부터 기억이 안 났던 것인지를 생각해 보니, 짐작 가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그건 분명 중학생 시절의 일이었던 것 같다. 흔히들 말하는 사춘기였던 시기에, 내 주변에도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같은 것이 난비하고 있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아버지 이외의 남자와의 대화는 손에 꼽힐 정도로 경험이 없고 사랑같은 건 겪어 본 적도 없었기에 그런 이야기와 난 관련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그 질문을 들었을 때 내 머릿속에는 하필이면 그녀가 떠올랐다. 그 때는 있을 리가 없다며 슬쩍 고개를 돌렸을 뿐이었지만 그 한 번의 기억은 쉽사리 머리 속을 떠나지 않고, 무슨 일만 있으면 다시 머리 속에 떠올랐다.

 그 일과 꿈의 내용이 떠오르지 않는 시기가 겹친다. 다시 말해, 그녀에 대해 의식하기 시작한 때부터 꿈이 기억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아무리 그런 걸 모르는 나라도 알 수 있다.

 나는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꿈 속에서밖에 볼 수 없는 그녀에게. 지금 겨우 눈치챘을 뿐이지만, 그 날로부터, 중학생 때부터 나는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날의 밤, 꿈을 꾸었다. 그녀의 꿈을. 역시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드디어 그녀와 만난 것이다. 눈을 떴을 때는 정말로 놀랐지만, 생각해 보니 그것은 어차피 내 꿈이었다. 내 편한 대로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기쁜 것은 기쁜 것이었다. 그로부터 얼마간 나는 들뜬 기분으로 매일매일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나날도 길진 않았다. 그로부터 그녀는 매일같이 꿈에 나왔다. 정말로 행복했다. 그러나 그것이 역으로 허무해졌던 것이다. 매일 보는 게 평범한 일이 되면서 나는 새로운 바람이 생겨 버렸다.


 밤 뿐만이 아닌 낮에도 그녀를 보고 싶다.


 그런 바람이, 이루어질 리도 없는데.




 그로부터 몇 일이 지난 날, 기묘한 꿈을 꾸었다.

 '안녕, 우미쨩.'

 '안녕하세요.'

 '저기, 우미쨩.'

 '무슨 일이죠?'

 '…오늘 학교 끝나면, ----로 와 줘.'

 '네?'

 '꼭! 꼭 ----로 와 줘! 약속이야!'

 '자, 잠시만요…!'

 어디로 가라는 건가요! 그렇게 묻고 싶었지만 냉정하게도 눈은 뜨이고 말았다. 간만에 꿈의 내용이 기억났다고 생각하니 굉장히 신경쓰이는 꿈이었다. 그렇지만 이것만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어차피 꿈이니 상관 없다고 결론내리고는 난 아침 수련을 향해 발길을 향했다.




 …현실은 생각한 대로는 되지 않는 것이다.

수련을 하는 동안은 아침의 잠잠한 분위기 덕에 집중할 수 있었지만, 학교에 가서 수업을 준비하는 순간, 오늘 아침의 꿈으로 머리가 가득 차고 말았다. 그녀는 어디에 오라고 한 걸까. 그냥 꿈이란 걸 아는데도 아무리 해도 계속 신경쓰여서 수업에는 전혀 집중할 수가 없었고, 정신을 차리니 이미 방과후였다. 이런 상태로는 연습을 해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게 뻔해서 오늘은 궁도부 연습도 쉬도록 허락받았다.

 그러나 왠지 모르고 곧바로 집에 돌아갈 기분은 들지 않아서, 마음이 내키는 대로 전차를 탔다. 그리고 적당한 역에서 내려 터벅대며 걸어가고 있으니, 한 카페를 발견하였다. 꼭 들어가야만 해, 어째선지는 몰라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카페 안에는 몇 명의 손님이 있는, 듯 싶었다. 한 여성에게 눈길을 빼앗겨 버려서, 다른 사람같은 건 눈에 들지도 않았던 것이다. 저 뒷모습은, 저 특이한 머리 모양은, 잘못 봤을 리가 없다. 그치만 저것은, 저 사람은.

 "코토리…"

 "…우미쨩…?"

 그녀다. 그녀가 있다. 꿈 밖에 있을 턱이 없는 그녀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정말 이제는 머리가 따라가질 못하겠다.

 그녀를 본 순간, 지금껏 기억나지 않았다는 게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로 자연스레 이름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녀의 이름은 코토리. 미나미 코토리, 다.

 "어떻게, 여기에…"

 "우, 우미쨩이야말로! 어째서 있는 거야…!?"

 이야기를 해 보니 납득이 갔다. 코토리도 나도 같았던 것 같다. 꿈 속에서 날 부른 건 좋았는데 어디로 불렀는지는 기억이 안 났던 듯 하다. 나와 조금 다른 점은, 코토리는 그게 단순한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의심을 품고 있었다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 말고는 아까까지의 나와 똑같이, 터벅이며 걸어 이 카페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놀랐습니다… 설마 코토리가 실존하는 사람이었다니요."

 "코토리도 깜짝 놀랐어~ 하지만 기뻐!"

 "네, 저도 정말 기뻐요."

 "실은 코토리, 오늘 이 거리로 이사했거든~ …운명의 장난인 걸까? 에헤헤…"

 …알고는 있었지만, 귀여운 사람이다. 겉보기만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도 사랑스럽다니 반칙이 아닐까. 나도 모르게 돌렸던 시선을 다시 코토리를 향하니 왠지 안절부절 못하는 코토리가 보였다.

 "…코토리? 왜 그래요?"

 "읏!? 왜, 왜 그래?"

 "아뇨, 왠지 안절부절 못 하는 것 같아서요…"

 "음, 그게… 이상한 거 물어봐도 돼…?"

 "네…"

 "이, 있지! …우미쨩은 혹시 여자아이를 좋아하는 거야?"

 "그게 무슨…!"

 "하, 하지만 꿈 속에서 코토리랑 사귀고 있었으니까…!"

 "…그건, 그… 코토리니까, 라고나 할까요…"

 "엇, "

 "읏… 아뇨, 그냥 잊어 주세요."

 코토리가 생각 외로 진지한 표정을 하는 바람에 그만 본심을 흘리고 말았다. 사랑에 애태우던 그녀를 겨우 만났는데. 나는 마음이 푹 빠진 게 틀림 없다.

 "……이야."

 "네?"

 "…코토리도, 우미쨩이니까 사귀었던 거야."

 "읏…!"

 "꿈 속에서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우미쨩과 함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런 생각을 했어."

 그말인즉, 그렇다는 것일까. 기대해도 괜찮을 걸까.

 "그, 그 말은, 무슨…"

 "…그만큼 말했으면 눈치채 줘…"

 "그, 그치만 그런, 제가 좋을대로 해석했을지도 모르는걸요…"

 "으으… 코토리는 우미쨩을, 사랑, 하고 있어…"

 코토리가 사랑하고 있어? 나를?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걸까.

 "꿈 속의 제가 아니라, 현실의 저를요…?"

 "응…"

 "그, 그런가요…"

 "…우미쨩은?"

 "저, 저도 코토리와 같은 기분이에요!"

 "정말! 확실히 말로 해 줘!"

 "으읏… 꼭 말해야 하나요?"

 "당연하지!"

 이미 마음을 전한 것 같았지만 새삼스레 말하려니 조금, 아니 꽤나 부끄러웠다.

 코토리를 보니 코토리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내 말을 기다리는 듯 했다. 이제 각오를 다질 수 밖에 없다.

 "…쭉 당신을 좋아했습니다. 아니, 앞으로도 계속 좋아할 거에요. 혹시 괜찮다면 저와 사귀어 주세요."

 말했다, 확실히 말했다. 코토리를 보니 코토리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저, 저기, 코토리…?"

 "…정말, 치사해."

 "네…?"

 "…우미쨩."

 "네, 넷!"

 "못난 사람이지만, 잘 부탁해."

 그렇게 말하고 코토리는, 꿈 속과 전혀 다르지 않은 사랑스런 웃음을 보였다.




 꿈이 데려온 것은, 나의 첫사랑인 당신.












 덤


 "오늘부터 이 학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미나미 코토리입니다."

 "코, 코토리!?"

 "우, 우미쨩!"

 "뭐야, 소노다랑 아는 사이야? 그럼 마침 소노다 뒤에 빈 자리가 있으니 거기 가서 앉아."

 "네! 앞으로 잘 부탁해, 우미쨩!"


 코토리가 전학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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