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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지는 소리는 사랑의 실 (노조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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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지는 소리는 사랑의 실

つたう音は恋の糸


글: はのちゃ (http://www.pixiv.net/member.php?id=473097)

출처: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4267260

번역: 낮-꿈 (d4y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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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에게는 제각각 소리가 있다. 예를 들어서 목소리나, 한숨이나, 움직일 적마다 퍼지는 작은 옷깃 스치는 소리. 이것저것 늘어놓자면 끝이 없겠지만, 그 중에 좋아하는 사람의 소리라는 것은 가장 특별한 것, 분명 사랑 그 자체라고 난 생각한다. 언제까지고 경쾌히 울릴 그 사람의 소리는 오늘도 날 설레게 한다.



 전해지는 소리는 사랑의 실



 아무도 없는 부실의 한구석에서 '어라' 라며 조금 놀란 듯한 소리를 내며 빙글 뒤돌아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 아름다운 손에는 종이컵 같은 것이 쥐어져 있었다. '뭐야 그거' 라는 한 마디를 내뱉으며 그 물건을 들여다 보니 아무래도 그건 두 컵의 바닥을 실로 이은, 이른바 실전화기라고 불리는 물건 같았다. 신기한 걸 보는 듯한 얼굴로 그 물건의 이곳저곳을 훑어보며 가끔씩 만화경을 들여다 보듯이 안쪽 모습을 살피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어린애 같아서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저기, 이거 누가 만든 걸까?"

 "아마도 호노카쨩이나 린쨩 같데이."

 "후후. 같은 생각이야. 이거, 그리운 물건이네."

 그렇구마, 라며 맞장구를 칠 내 입이 벌어지는 순간, '아아, 이건 위험하다.' 라며 나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뭔가 좋지 않아, 예감 같은 것이 공기에서 느껴졌다. 아니, 느껴 버리고 말았다.

 정말 조금이지만 싸늘한, 무언가를 타고 전해지는 듯한 열기를 지닌 이 사람은 이따금 이렇게 나를 부드럽게 녹여버리듯 웃는다. 그렇지만 정말 악질인 것은 그 다음으로, '노조미'. 그렇게 이름을 불린다면 필시 그게 신호이다.


 "오랜만에, 해 보지 않을래?"


 아아 정말이지, 나쁘기 짝이 없다. 분명 이 사람은 내가 한 번도 부탁을 거절한 적 없단 것을 몸소 알고 있을 터였다. 그리고 또 심술궂게 꼬시는 거다. 그리고는 '해 보자' 도 아닌 '해 보지 않을래?' 라며 다정히 둘러싸는 것이다. 어쩌면 그녀는 내가 자발적으로 그 꾀임에 넘어간 책임을, 그 부드러운 말로 철저히 굳히고 싶은 것 걸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그녀는 도망칠 권리마저 주지 않는, 그런 인간 같았다.

 "...에리치는 정말 치사해."

 그렇게 투덜대니, "어라, 무슨 소리야?" 라며 뻔뻔히 시치미 떼는 소리로 대답해 왔다. 그게 그나마의 저항이라면 귀여운 것이지만. 한껏 노려보니, "그렇게 싫었어?" 라며 그 아름답게 정리된 눈썹을 조용히 내린다. 마치 나쁜 짓을 저지른 어린아이 같은 눈을 하고는 그런 말을 하니, 콱 막히는 숨을 야유 섞어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에리치는 있제, 가끔 정말 어린애 같데이."

 "음, 그런가?"

 "도대체가 명색이 학생회장인 사람이, 그게 뭐꼬?"

 "그럼 안 되는 거야?"

 "학생회장이랑 부회장이 학생회실에서 실전화기나 갖고 놀고 있었습니다, 라며 입소문이라도 나면 멋진 에리치의 모습을 좋아하는 팬들이 떠나지 않겠나?"

 그렇게 입가를 힐쭉대며 말하니, 에리치는 놀리지 말라며 삐져 버린 게 분명하다. 그리고나서 퉁명스레 딴 쪽을 쳐다보는 그녀를 내가 달래면, 그걸로 끝이다. 끝일 텐데. 오늘의 나는 곤란해지고 말아서, 꺼림칙한 육감같은 것이 발동할 수밖에 없었다. 아아, 그녀의 얼굴을 보니 그 예감이 들어맞았다는 걸 확실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노조미만은 나를, 계속 좋아해 줄 거지?"


 그거면 난 충분해.

 그녀는 그렇게 웃으며, 그 실전화의 한 쪽을 내게 건네며 실이 팽팽해질 정도로 거리를 벌렸다. 내 사랑을 받고 있다는 확신에 찬 그녀의 얼굴이 조금이지만 분해져서, 양쪽 손으로 든 전화기를 입으로 갖다 대고는 "...여보세요, 에리치. 들리나?" 라며 조금 퉁명스레 말을 내뱉고 말았다. 그치만 슬쩍 눈길을 주니, 그녀는 그런 난 신경도 쓰지 않고 태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 차례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듯한 얼굴을 한 그녀는 자신의 입을 전화기에 갖다 대니, 우직하게도 나는 한 점 고민도 없이 귀에 전화기를 갖다 대었다. 그래, 그럼 안 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될 거라면 진작 그만두는 게 나았으리라고, 그렇게까지 후회한 건 이번 한 번 뿐이 없었을 것이다.


 "노조미, 들려?"


 실 너머로 전해진 그녀의 목소리가 조그맣게 실전화의 안을 빠져나온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노조미?"


 의아애하며 이름을 불러 대는 그녀에게 아무 일도 아니라고 둘러댔다면 어떻게든 됐을 텐데. 그렇게 못 했던 것은, 아마도 내 목이 순간 턱 막혀 괴로워졌기 때문이 틀림없다.


 "잠깐, 무슨 일이야?"


 목소리로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그녀는 동요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부디, 용서해 줘, 에리치. 그치만, 그치만 거침 없이. 목소리가. 너의, 소리가. 눈물이 흘러 넘칠 것 같을 정도로 전해졌어, 귓속 깊숙히를 간질이는 그 목소리가, 이렇게나 다정히 울려 퍼지니 어쩔 수가 없으니까. 달아오르는 얼굴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분명 그녀는 그대로 날 바라볼 게 당연했다.

 "노조미."


 두근대며 부딪히기 시작한 마음은 언젠가 흘러 넘쳐 떨어질 것만 같아서, 괴롭게 산소 결핍이 온 숨통 안은 숨이 쉬고 싶다며 울부짖고 있었다.


 "저기."


 안 돼, 안 돼, 안 된다고. 부탁해, 에리치. 그런 식으로, 그렇게, 내 이름을, 다정히 부르지 말아 줘. 말하지 마, 쳐다보지 마, 날 괴롭히지 마. 신이시여, 신이시여. 대체 어째서 저를, 둔감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애로 만들지 않으신 건가요. 어째서 이 사람을, 이렇게나 잘 알게 만든 건가요. 

 이 사람은 지금 작은 숨을 쉬었다.

 분명 너는 이제 곧, 나를.


 "노조미."


 나의 이 나쁜 예감.

 그것은, 아마도.


 "좋아해."


 그녀가, 아야세 에리가. 나를 좋아한다고 속삭인다는, 그 예감.


 아아, 신이시여. 예감은 분명 들어맞았습니다. 조금도 착오가 없을 정도로 정확히 맞았습니다. 저라는 인간이, 그녀가 좋아한다는 말을 하기까지의 미세한 숨소리, 눈의 움직임, 그 손 끝, 녹아내릴듯한 목소리, 그것들로 이해해버릴 정도로 능숙하게요. 하지만 그걸 확실히 받아들일 정도로 능숙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당신은 짖궂어요. 단 두 문장으로, 평생 어치의 두근거림을 한 순간에 다 터트리게 만든 당신을, 저는 조금 원망합니다. 더욱이 빨라지는 두근거림에 따라 눈꺼풀 속부터 일렁이며 뜨겁게 이지러지는 것도. 이래서야 나의 온 몸이 그녀를 좋아한다는 것을, 그녀가 알게 되잖아요. 


 하지만 정말로 짖궂다는 건 것은, 바로 옆까지 달라붙어서 천천히 내 귓가에 입을 들이대는 그녀일지도 모른다. 실전화기로는 전하지 않았던 한숨으로 고막을 뒤흔들며, "한번 더, 괜찮을까?" 그렇게 속삭이는 그녀가 조그맣게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와 함께 스르륵 눈이 감겼다.


 이윽고 가까워지는, 이 예감이 사실로 변하는 때까지. 나도 너에게 한 가지 알려 줄게. 준비가 됐다면, 손 끝으로 전해 줄게. 내가 언제, 어떤 식으로, 어떤 소리로, 어떤 얼굴로, 너에게 좋아한다고 말할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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