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 돌아가고 싶어 (린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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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함께 돌아가고 싶어
君と一緒に帰りたい
글: ほどうきょー (http://www.pixiv.net/member.php?id=404987)
출처: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232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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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바라보는 서쪽 하늘은 붉게 물드는 풍경이다.
린은 그걸 좋아했지만, 창문 너머로는 이미 깜깜해져서 민가의 불빛만이 보일 뿐이었다.
별이라도 보이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변두리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긴 해도 역시 오토노키자카 학원은 토쿄 한복판에 있었다.
특유의 시력을 이용해 지긋이 어둠을 바라보고 있어도 보이는 거라곤 비행기의 붉은 점 뿐이었다.
"늦는다냐-"
린이 한숨을 섞어 중얼거렸다.
뮤즈의 연습이 끝난 지 30분은 지났을까.
옷 갈아입기는 남들보다 두 배는 빠른 린이었기에 누구보다도 빨리 탈의실에서 나와, 같이 돌아가자는 하나요의 말까지 어떻게든 뿌리치고 교실로 돌아온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기다리고 있게 되었다.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안 온데이, 하고 머리 속에서 조그만 노조미가 웃고 있었다.
빨리 빨리, 조금이라도 빨리 만나고 싶어서 서둘렀는데도 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그 사람이 왠지 마음에 안 들게 되어서 린은 털썩 책상에 엎드렸다.
우냐- 하고 기묘한 신음을 내며 기지개를 켜도, 거기에 딴지 걸 사람은 와줄 것 같지 않았다.
※
터벅터벅, 바닥에 착 달라붙는 듯한 실내화의 발소리가 굉장히 크게 울린다.
학교 문을 닫기 직전의 복도는 무척 어둡고 쓸쓸해서, 마키는 발걸음을 빠르게 했다.
린이 탈의실에서 뛰쳐나가는 건 보고 있었지만, 여기서까지 지나치게 서둘렀다간 감이 좋은 노조미나 호기심쟁이 호노카에게 붙잡히고 만다.
이런 때만은 그걸 뿌리치고 뛸 수 있는 린의 힘이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에리에게 붙잡혔다는 건 예상 밖이었다.
에리와는 같은 유닛에 있으니까 사이가 나쁠 리 없지만, 에리는 성실한 성격에 어울리게도 어딘가 융통성이 없는 부분이 있다.
스스로 그런 걸 알고 있냐고 하면 의외로 그런 캐릭터는 아닌 것이다.
그래서 더 민폐였던 거지만…….
마키는 그 일이 생각나서 한숨을 내쉬었다.
잘 대답하지 못했던 것이 부끄럽다. 아픈 곳을 찔린 심정이었다.
에리에게 있어서는 단순한 궁금함이었겠지만, 나는 그만 당황해 버렸다.
초조해지면 난 약해진다. 평소에도 그런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번만은 정말 고쳐야겠다고 반성했다.
사건의 발단은 발한 억제제, 그 작은 것에서부터였다.
※
"마키? ……발한 억제제 바꿨어?"
묶었던 머리를 풀면서 말을 거는 에리에, 마키는 흠칫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키의 오른손에 있는 그건 분명 예전과는 다른 것이었다.
"확실히 예전에는 조금 달달한… 꽃 향기같은 게 나는 걸 쓰지 않았던가?"
동료의 사소한 변화를 눈치챈 것이 기쁜지 에리는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좀 바꿔 봤어. 같은 식으로 가볍게 흘린다면 아무 문제도 없었을 텐데, 초조하면 약해지는 마키는 제대로 대답할 수 없었다.
"에리가 그렇게 느낀 것 아냐!?"
조금 강한 어조로 그렇게 대답하고 말았다.
에리도 학생회장으로서 맞섰던 때에 비하면 꽤나 순해졌지만, 기가 센 부분은 변하지 않았다.
왠지 정색하는 에리였지만, 그것도 상급생으로서, 영리하고 귀여운 에리치카로서 억누른 것이었다.
"아냐. 분명 예전 거랑 달라. 전에 쓰던 건 조금 어른스러운 게 마키한테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거니까."
에리에게 칭찬받아서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쓰던 것은 후각이 좋은 린에게는 기분 나빠질 정도로 너무 짙은 향기였다.
그렇다고 발한 억제제를 안 쓴다고 해도 후각이 좋은 사람에게 부끄러운 건 마찬가지여서 향료가 들어가지 않는 것을 쓰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런 이유니까 너무 큰 소리로 말하기는 싫어서 그 일은 언급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분명 마키답지 않데이."
에리와 떠들어버린 탓에 그걸 본 노조미가 느닷없이 얼굴을 드러냈다.
꾸욱 에리의 등에 달라붙은 노조미가 다부진 미소를 짓고 있다.
"멋쟁이 마키쨩이 그런 수수한 걸 고르다니 드문 일인기라.'
잘 알겠다는 듯 노조미가 씨익 웃는다.
그와 달리 에리는 의아한 얼굴로 멀뚱히 서있다.
"확실히 드문 일이야…… 그런 걸 쓸 만한 사람이라 하면……."
"우미쨩이나 '린쨩'일끼라-"
노조미가 의미심장한 시선을 마키에게 보내며 즐거운 듯 웃고 있다.
이래서 노조미를 상대하는 건 질색이다. 전부 말해버리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분명 그럴 거야', 이런 생각에 잠긴 에리의 어깨에 턱 손을 얹으니 노조미가 마키에게 눈짓한다.
"뭐, 에리치도 너무 마키쨩 괴롭히면 안된데이."
누가 괴롭히는 거냐고 딴지걸고 싶었지만 괜한 소리를 했다가 노조미의 마음이 바뀌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큰일이다.
마키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고 입을 다물었다.
"딱히 괴롭힌다거나 하는 게 아냐, 노조미. 조금 의아해졌을 뿐이야……."
에리도 해명에 몰두하여 마키를 더 추궁하는 건 잊은 것 같았다.
"에리치~ 돌아가는 길에 크레페 먹을 생각 없나? 억수로 맛있게 하는 데 찾았데이."
노조미가 화제를 전환해 주었기에 겨우 살았다.
마키가 겨우 안심하는 것을 노조미가 행복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가끔씩은 괜찮겠지. 마키도 갈래?"
라며, 아무것도 모르는 에리는 또 새 폭탄을 투하한다.
린을 정말 기다리게 하고 있는데…….
부드러운 에리의 미소가 지금만큼은 악마로 보인다.
"마키쨩은 오늘 일이 있다 캤으니까 오늘은 둘이서 데이트 하재이, 에리치. 마키쨩도 요 담번에 같이 가재이."
노조미는 부드럽게 말하면서 마키의 귓가에 얼굴을 들이댄다.
열심히네.
귓가에 그렇게 속삭이고는 방긋 웃는 노조미와 눈이 마주치고, 노조미는 도무지 못 당하겠다고 마키는 생각했다.
※
"린!"
교실 문을 힘차게 열자, 책상에 엎드려 있던 린이 시선만 이쪽을 향했다.
볼록하게 볼을 부풀리며, 불쾌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마키는 그 곁으로 걸어가 옆 책상에 앉았다.
"마키쨩…… 린은 지금 화내고 있는 거다냐."
완전히 시든 린이 입술을 부루퉁하게 하고는 그렇게 말하였다.
책상과 하나가 된 것 같은 린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부루퉁한 입술이 윤기가 나서 귀여웠기에 마키는 왠지 군침을 삼켰다.
"어쩔 수 없잖아…… 에리한테 붙잡혀 버렸었는걸."
삐죽이 나온 입술을 손가락으로 찌르자, 린이 고개를 저어 손을 떨쳐냈다.
평소같으면 웃거나 그대로 손가락을 살짝 깨물어 올 붙임성 좋은 린이 마키를 떨쳐내려 하다니, 상당히 기분을 상하게 한 것 같았다.
"마키쨩은 린보다 에리쨩이 더 좋은 거다냐-"
다리를 흔들거리며 언짢은 듯이 중얼거리고는 린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언제나 반짝거리던 눈동자도 어딘가 기운 없어 보이고, 어린애같이 삐진 듯 한 표정은 마키에게 무언가를 호소하고 있었다.
"기분 풀어. 그런 이야기가 아니잖아. 린도 나와 하나요 중에 누가 더 좋은지 비교하고 싶지 않잖아?"
"카요찡은 상관 없잖아!"
정색한 린이 분노에 차 외쳤다.
자기 스스로가 모순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건 린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지만, 린은 어째서인지 마키에게 특별한 존재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이제 기분 풀지 않을래?"
"냐…… 그치만, 그치만……"
말에 막혀서 전하고 싶은데도 전할 수 없는 자신이 싫어진다.
"……이제 상관 없어."
결국 포기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곤란한 듯 웃는 마키에게 미안해져 버려서 린은 책상에 엎드렸다.
"어쩔수 없네, 린은……"
마키가 부드러운 불그스름한 밝은 갈색을 한 머리를 쓰다듬자 린이 거부하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린의 작은 등이 고양이처럼 둥글어져, 움찔거리며 떨었다.
"딱 한 번만 말하는 거야!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건 아니지만, 내게 있어서 린은 특별해."
꼬옥 린의 등을 껴안고 마키가 속삭였다.
자그마하고 부드러운 몸이 팔 안에서 떨리고 있어서, 그것이 사랑스러워서 또 한 번 힘을 담아 껴안았다.
"…………………."
"…………………."
"…………마키쨩."
"마키쨩, 마키쨩, 마키쨩, 마키쨩"
"마키쨩마키쨩마키쨩마키쨩마키쨩마키쨩마키쨩마키쨩-!"
얌전하게 있나 싶었던 린은, 아까까지는 전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신나한다.
마키의 팔에서 스르르 빠져나가 거꾸로 마키를 부둥켜 안았다.
마키보다 조금 몸집이 작은 린이 마키의 목덜미에 뺨을 비비고는 행복하다는 듯 냐- 하고 울었다.
"한번 더 말해 달라냐-!"
화났던 건 겉모습만 그랬던 것 같아서, 마키의 가슴자락에서 눈을 치켜떠 마키를 살피는 표정에는 장난꾸러기같은 평상시의 미소가 돌아와 있었다.
붙임성 좋은 스킨쉽도 평소의 린이다. 하지만 조금씩 느껴지는 어깨의 떨림이, 만나기 전에는 몰랐던 린의 여성스러운 부분을 전하고 있었다.
"불안하다면 솔직히 말하란 말야. 망설이다니 린답지 않잖아."
린의 머리에 툭 마키의 턱이 부딪힌다.
린을 끌어안으며 마키는 속삭였다.
"불안함이 풀릴 때까지 껴안아 줄 테니까……"
꼬옥 전해지는 힘에 린의 떨림이 조금씩 줄어들고, 대신 무언가 기분 좋은 것이 채워진다.
린은 행복함에 왠지 눈물이 나와서 코를 삼켰다.
"린이 이렇게 소녀같았다니."
피식 웃는 마키에게 린은 못마땅하다는 시선을 보냈다.
눈물을 글썽이며 노려보고 있으니, 그것도 왠지 귀여워서 마키는 다시금 웃었다.
"린이 알고 있는 마키쨩은 좀 더 어리버리하다냐."
멋쩍은 얼굴로 린은 불평했다.
마키는 아주 여유로운 표정으로 린의 이마를 살짝 찔렀다.
"친해졌잖아. 이제 마음을 숨길 필요 따윈 없으니까."
……좋아해. 마키가 그렇게 속삭이자 린의 뺨은 사과처럼 새빨개져서, 눈을 둥글게 떴다.
내리지 않는 열을 떨쳐내듯 발버둥쳐도, 뺨의 열은 사라지지 않는 듯 하였다.
"……린도 좋아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린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뭐라고 했어?"
마키가 알고 있으면서 되묻는다.
'잘 안 들렸어' 라고 시치미를 떼고는 엉뚱한 방향을 바라보며 마키는 모르는 체 한다.
마키쨩 주제에 건방지다.
그런 걸 생각해도 주도권을 빼앗긴 채, 린은 입술을 내밀고 화난 얼굴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린도 좋아한다고 했어!"
반쯤 고함치듯 린이 말했다.
그러나 마키는 '뭘 좋아하는데?' 라며 린을 놀린다.
막 친구가 됐을 때는 껴안으면 얼굴을 붉히던 마키가 이젠 완전히 여유로워져서, 기쁜지 분한지 구분이 안 되는 감정이 린을 채웠다.
"린도 마키쨩이 좋다고 말했다냐!"
더는 반격하기를 포기해서 린은 얌전해졌다.
토라진 린이 마키의 쇄골을 쿡쿡 찌른다.
린이 하는 그런 약한 공격이 묘하게 흐뭇해진 마키는 그대로 린을 껴안았다.
"고마워, 린."
"왜 고마워하는 거야?"
눈을 휙 돌려서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린은 마키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역시 이것만큼은 좀 부끄러워서, 마키는 린의 눈동자로부터 도망치듯 린을 껴안고 귓가에 속삭였다.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불이 붙은 듯 뺨이 화끈거린다는 걸 알고, 마키는 그만큼 껴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린도 거기에 대항하듯 마키의 등에 팔을 휘감아 꼬옥 힘을 담았다.
"마키쨩은 바뀌었다냐."
"바뀐 게 싫어?"
"더 좋아졌다냐."
"……고마워."
조용히 마키가 중얼거리자 린이 씨익 웃는다.
"하지만, 역시 부끄럼쟁이인 건 변함 없다냐-!"
린이 마키를 힘껏 떨쳐내자 눈 앞에는 노을처럼 빨갛게 물든 마키가 있다.
아까까지의 여유로움은 어디 갔는지, 너무 부끄러워서 반쯤 눈물짓고 있다.
"마키쨩 좋아한다냐-"
자신보다 상당히 어른스러운 마키가, 자기 앞에서는 이런 표정을 지어 준다.
그것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 없게 되었다.
린은 마키의 얇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그대로 덮어버리듯 혀를 폈다.
순간 마키의 몸이 움찔 떨리고는, 그대로 린을 받아들였다.
"……갑자기 그러니까."
어이없다는 듯 마키가 말하지만, 린에게는 그런 건 전혀 상관 없어서 황홀하게 웃고 있을 뿐이었다.
"마키쨩 좋은 향기 난다냐-"
기분이 좋은 듯 혀 짧은 소리가 희미하게 울렸다.
졸린 듯한 눈동자가 살짝 마키를 바라보고 있다.
호흡이 가빠지는 듯 죄여오는 가슴이 마키의 팔을 천천히 움직여서 그대로 린의 교복 블레이저의 첫 단추로 살금살금 뻗어 갔다.
"마키쨩……"
린이 말을 하려고 입을 벌린 순간, 기계음이 울러 퍼졌다.
하교를 알리는 방송이다.
1분 후면 순찰하는 사람이 오고 말 것이다.
마키는 뻗으려던 손을 멈추고는 쭈뼛거리며 뺐다.
갈 곳을 잃은 양손이 허공에서 허우적거려 마키는 굉장히 민망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슬슬 돌아가자냐-"
린이 휙 마키의 옆에서 일어나, 빙글빙글 돌면서 말하였다.
그러자, 하고 한숨을 내뱉는 마키가 교복을 챙겨 입었다.
"마-키쨩?"
린이 휙 다가가 아래에서 마키를 들여다 보았다.
"오늘은 마키쨩네 집에 가고 싶은 기분이 든다냐-"
린이 미소지으며 마키의 이마를 살짝 찔렀다.
"린이 오면 밥 만드는 보람이 있다고 엄마도 기뻐하실 거야."
"마키쨩은 별로 좋지 않는 걸까냐?"
"글쎄."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아랫입술을 깨무는 린이었지만, 상관 없다는 듯 태연히 표정을 바꾸었다.
"그럼 빨리 집으로 돌아가자냐-"
린이 불쑥 마키의 앞에 손을 내밀었다.
돌아가자.
고개를 갸웃거리는 린의 미소가 언제까지고 마키의 안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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