μ’s 번역

눈치 없는 허당에게는 주의를 (노조에리)

낮-꿈 2015. 4. 26.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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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없는 허당에게는 주의를

へたれすぎにはご注意を。


글: 莉歌 (http://www.pixiv.net/member.php?id=4346495)

출처: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5206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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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슬 날도 저물어갈 즈음.

 나와 노조미는 학생회실에서 서류 정리를 해야 했기 때문에 연습을 쉬고 남은 일을 하고 있었다.


 "에리치, 이 서류에 도장 찍는 거 깜빡했데이."

 "아, 정말이네. 고마워."


 항상 완벽히 일을 하기 위해 유의하고 있지만, 역시 비는 부분은 존재한다.

 그런 공백을 채워 주는 것이 부회장인 노조미.


 "그것만 찍고 오늘은 그만 돌아가재이."

 "그래. …하지만, 좀만 더 정리해 두고 싶어. 노조미는 먼저 돌아가도 돼."

 "으음…"


 옆에서는 대답 대신 시선이 느껴졌다.

 옆을 돌아보니, 노조미는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에리치가 노력파인 건 알고 있고,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은 아니지만…"

 "아… 고마워."

 "하지만, 벌써 어둑거리는데 애인한테 먼저 돌아가라는 건 너무하데이."

 

 그래.

 숨길 것도 없이, 우린 얼마 전부터 사귀고 있었다.

 어제로 정확히 3개월째가 되었다.


 하지만, 연인 사이라고 해도 뭔가 특별히 바뀌었다는 건 아니다.

 아… 그, 가끔씩 손을 잡거나 하긴 하지만, 연인다운 일이라고 하면 그 정도 뿐이다.


 딱히 노조미가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건 아니고…

 아직 사귀고 3개월 밖에는 되지 않았는데다, 아직 고등학생이고… 학생회장이고…


 변명을 늘어놓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뭐, 그거다. 내게 용기가 없다고나 할까.

 괜히 들이댔다가 노조미에게 미움을 사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커서, 좀처럼 진도를 뺄 수가 없어서…


 "미, 미안해. 내가 눈치가 없었어."

 "뭐, 괜찮데이. 에리치한테 애인다운 걸 원한 내가 잘못했데이."

 

 노조미로서는 날카로운 말투. 아무래도 삐진 것 같다.


 "아니, 그게… 나도 그런 게 하기 싫은 건 아냐. 그냥, 그…"

 "뭐야, 또 변명이라면 이제 질린데이."


 노조미의 말대로다. 나는 지금껏 좋은 분위기만 되면 말을 돌리고, 갑자기 자리를 비우고, 여러가지로 얼버무리고 있었다.


 하지만, 당황스러우니 어쩔 수 없잖아.

 나도 멋지게 리드하고 싶어. 하지만 사귀는 건 노조미가 처음이고,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는걸.


 "으으… 미안해."

 "하아… 이제 됐데이. 나, 돌아갈 기라."

 "…뭐? 잠, 잠깐! 노조미!?"


 갑자기 자기 짐을 챙기는 노조미.

 언제나 어떻게든 용서해 주었는데, 오늘은 왠지 단단히 화난 채이다.


 "미안해, 기분이 나빴다면 사과할게. 같이 돌아가자. …응?"

 "…."


 조심스레 다시 한 번 말을 건넨다.


 "저기… 노조미 씨, 토죠 씨…"


 조심조심, 다시 한 번 말을 건넸다. 


 "저기, 에리치."

 "네, 넵!"

 "우리 사귀고 얼마나 지났지?"

 "그게… 어제로 세 달째네." 

 "에리치에게 있어서, 그 세 달이란 어떻게 느껴지나?"

 "어떻게라니?"

 "'벌써' 세 달이야? 아니면 '아직' 세 달?"

 "그, 그건…"

 "나한테는 '벌써' 세 달이래이."

 "…윽."


 노조미의 말에, 놀라고 말았다.



 "우린 벌써 3학년이고, 시험도 졸업도 남았데이. 그리 생각하면 남은 시간은 정말로 적지 않나?"

 "응… 맞아."

 "그렇다는 건, 그 중에 에리치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더 적다는 거지?"

 "그런 거지."

 "그러니까, 이대로 멈춰 있기엔 시간이 아깝데이."

 "노조미…"

 "2년 동안 짝사랑하면서… 나는 계속 참았데이."

 "읏… 내가 너무 둔감해서, 미안해."

 "뭐, 그건 이미 지난 이야기니 어쩔 수 없지만…"


 내 상상 이상으로, 노조미는 나 때문에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에리치."


 순식간에 나와 노조미 사이의 거리가 좁혀졌다.


 "나, 더는 참기 싫데이."

 "흐앗."


 방 안에 감도는 달콤한 분위기와 노조미의 적극적인 그 말에 나는 초조해져서, 무심코 이상한 소리를 내고 말았다.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어…


 "그러니까, 키스… 하자."


 펑 소리가 날 정도로 얼굴에 온 몸의 열이 죄다 모였다.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어쩌지.

 우, 우선은.


 "그… 그 전에, 나, 나 잠깐 화장실 좀…"

 "…에리치."

 "히익…"


 지금껏 들은 적이 없는 노조미의 낮은 목소리.

 무심코 몸이 굳어졌다.


 "정말로 화 낼 거래이?"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조금도 웃지 않았다.

 이건 진심이다.


 "하아… 나, 솔직히 3개월째 되는 날 조금 기대했데이. 이제 슬슬 키스 정도는 해 주지 않을까 해서."

 "그랬어!?"

 "그런데, 케이크 하나 사서 내 집에서 다 먹고는 그대로 바이바이 하지 않았나."

 "그랬지…."


 확실히 기념일이니 조금 특별한 게 하고 싶어서 돌아가는 길에 케이크를 하나 사서 노조미네 집에 들렸다.

 하지만 노조미가 그런 걸 기대하고 있었다니 전혀 몰랐다.


 "저기… 에리치는, 나랑 키스하고 싶지 않은 기가?"

 "그런 게 아냐! 나도, 그… 노조미랑 키, 키스 하고 싶어!"

 "그럼 왜 안 해주는데?"

 "아니, 그… 키스같은 건 처음이고, 무, 물론 사귀는 것도 노조미가 처음이야! 그러니까, 그… 하는 방법도 잘 모르겠고… 너무 들이대서 노조미가 싫어하면 어쩌나, 꼴사납다고 생각하면 어쩌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런 건, 지금 이렇게 눈치 없게 구는 에리치가 훨씬 꼴사납데이!"

 "미안해…"

 "게다가."

 "게, 게다가?"


 또 혼나지 않을까 해서,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그, 들이대는 건 기쁘니까… 안 참아도 된데이."

 "//////"


 평소에는 소극적인 편에 속하는 노조미가 오늘은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연인이 이렇게까지 말하게 해 놓은 이상, 더 눈치 없게 굴 수는 없다.


 "노조미."


 마음을 다지고, 노조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에리치."


 살짝 눈을 감는 노조미. 이게 흔히들 말하는 '키스 얼굴' 이라는 걸까.

 그, 뭐랄까… 굉장히, 귀엽다.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지경이다.

 얼굴이 엄청나게 뜨겁다.

 손이 떨린다.

 긴장 때문에 어떻게 되어 버릴 것 같다.


 천천히 가까워져서는 또 잡다한 생각이 들 것만 같았다.


 아, 될 대로 돼라!


 눈을 질끈 감고는, 노조미를 향해 단숨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콰직.



 어라?


 생각했던 감촉이 아니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입술에 통증이 밀려 왔다.


 "아야…"


 무심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만졌다.


 "…."


 그 순간, 눈 앞에서는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졌다.


 "…."


 조심스레 얼굴을 드니, 우뚝 서 있는 노조미의 모습이 보였다.


 "…."

 "아하하하… 하하."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웃어 넘기려 했다.

 전혀 속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지만.


 "노, 노조미… 일단 침착해. 응?"

 "에리치는…."

 "기, 기다려! 이야기를 나눠 보면 분명 서로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에리치는…."



 "에리치는 바보---!!!!!"




 그 뒤, 1주 가량 말을 나누지 않은 채, 니코에게 상담했더니 니코는 대폭소하며 순식간에 이 이야기는 μ's의 모두에게 알려졌다.

 그것 때문에 일이 또 꼬였지만…


 뭐, 여차저차해서, 내가 다시 제대로 키스를 해서 화해한 뒤에는 순조로움 그 자체였다.


 첫 키스는 내게 쓸쓸한 추억으로 남아 버렸지만, 그걸 극복해서 성장한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키스만으로 노조미가 기겁할 정도로 내가 능숙해졌단 건, 나와 노조미만의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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