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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둘만의 4월 19일 (린마키)

낮-꿈 2015. 4. 19.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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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둘만의 4월 19일

今は二人だけ4月19日


글: ついち (http://www.pixiv.net/member.php?id=8672849)

출처: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5193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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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엣, 마키쨩 생일이 4월이었어?"


 점심 시간.

 여느때처럼 린, 하나요와 도시락을 먹으며 실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중, 하나요는 내 생일이 언제냐는 질문을 해 왔다.

 4월 19일이라는 내 대답에, 린은 느닷없이 그런 소리를 지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 커다란 움직임에 나는 조금 놀랐다.


 "이미 지났잖아-! 좀 더 일찍 알려 주지!"

 "그렇게 말해 봤자, 물어보지도 않은 걸 먼저 말할 리 없잖아?"


 왠지 혼나는 기분이다.

 내가 솔직하게 그 이유를 말하자 린은 순식간에 풀죽었다.


 "으-… 그렇긴 하지만…"

 "게다가 예전에는 이렇게 모여서 얘기하지도 않았고."


 첫째 이유는 이것이다.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는 남과 함께 행동하지 않았다.

 항상 혼자 있기만 했으니 누군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리가 없다.

 그 때는 그래도 상관 없었지만, 그래도 지금 이렇게 이 아이들과 친해지고 나니… 좀 일찍 친해졌더라면 좋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가 말한 사실이 조금 가슴에 찔렀다.


 "내년에는 꼭 성대하게 마키쨩의 생일을 축하해 줄 거야."

 "…그래! 짜잔- 하고 커다랗게 해 줄거다냐!"

 "기대하고 있을게."


 하나요가 부드럽게 말하자 린도 거기 따랐다.

 조금 쓸쓸했었지만, 내년을 생각하자 그런 마음은 깨끗이 날아갔다.



*



 오늘 댄스 연습에는 많이 모이지 못했다.

 하나요는 집안일, 우미는 부활동, 에리와 노조미는 학생회 업무로 빠졌다.

 모인 다섯 명만으로 어제부터 익힌 안무 연습을 반복했다.

 지금은 린과 호노카, 니코쨩이 연습을 하고 있다.


 인원이 적은 탓인지 평소와 다른 분위기였다.

 어째설까… 너무 조용하달까, 뭔가 허전하달까.


 "잠깐, 린! 아까부터 타이밍 느려!"

 '미안하다냐-"

 "린쨩, 여기 스텝은 이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아, 그런가-"


 그나저나 오늘은 린의 실수가 눈에 띈다.

 …아무래도 상태가 이상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기운 넘치는 린이 오늘따라 어째선지 조용하다.


 아아, 평소와 다르다고 느낀 것도 이것 때문인가.


 "린쨩한테 무슨 일 있었어?"


 그런 것을 코토리도 눈치챈 듯, 코토리는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근본적 원인은 모르지만, 상태가 이상해진 원인은 알았다.


 "뭔가 깊게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


 린은 몸을 움직이는 건 잘 해도 머리 굴리는 일은 영 아니다.

 직감으로 행동하는 애니까, 뭔가 생각하고 있으면 몸이 따라가지 않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자꾸 실수를 연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본인은 자기가 그렇다는 걸 알고 있을까.


 "그렇구나. 그럼 마키쨩한테 맡겨 두면 되겠구나!"

 "뭐?"


 코토리는 웃으며 말하고는 다시 연습으로 돌아갔다.

 …뭔가 전부 간파된 듯한 느낌이 든다.

 여기 상급생들은 죄다 공연히 참견하려 드는 부분이 있다.

 어차피 말을 걸어볼까 생각하고 있던 참이기도 하니,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



 인원이 적은 탓에 연습은 평소보다 일찍 끝났다.

 린에게서 평소의 활기찬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역시 조금 다른 것 같았다.

 근거가 있는 생각은 아니었지만… 어째선가 내 상태까지 이상해지는 것 같았다.

 잘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래서는 내가 즉흥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린 같았다.

 그게 싫다는 건 아니지만, 그건 나답지가 않달까.

 …이것도 린의 영향인가?


 니코쨩은 용무가 있는지 연습이 끝나자 마자 곧바로 돌아갔다.

 호노카와 코토리는 우미를 기다리며 의상을 만드려는 듯 교실로 돌아갔다.

 지금, 옥상에 남은 사람은 나와 린 뿐.


 "린, 무슨 일 있었어?"

 "응? 왜?"


 다른 사람도 없는 참에 즉시 물어보니 린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이건 린 다운 솔직한 반응이다.

 역시 스스로는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평소랑은 완전히 다른걸. 움직임이 말야."

 "에헤헤~ 많이 틀려 버렸다냐."

 "뭔가 고민거리가 있던 거잖아?"

 "고민거리라……"


 내가 말할 때까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스스로 짚이는 구석은 있는 것 같다.

 린은 너무나도 쓸쓸해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오늘 이런 얼굴을 보는 건 두 번째다.

 점심 시간에 그런 대화를 나눴을 때-


 "설마 내 생일 때문에 그래?"


 무심코 소리를 내어 버려서 스스로도 놀랐었다.

 맞든 틀리든 어쨌든 부끄러웠다.


 "하지만-…"


 이유는 맞은 것 같다.

 부끄러움이 조금이지만 기쁨으로 바뀌었다.

 …다행이다, 헛짚은 게 아니어서.


 "마키쨩 생일을 아무도 모르는 채로 넘겨 버렸다고 생각했더니 쓸쓸해져서 말이야."


 이미 지난 일인데.

 원래부터 린과는 상관 없는 일인데.

 왜 자기 일처럼 생각하는 걸까.

 평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자기 멋대로 행동하면서.

 린이 뭔가 생각할 때는 자기보다도 남의 일에 관련됐을 때다.


 "그러니까, 그건 어쩔 수 없었다고 했지?"

 "반 애들 뿐만 아니라 호노카쨩이나 에리쨩네 애들이랑도 못 친해져서 축하 안 받았던 거지?"

 "그래. 하지만 그니까 그건…"

 "봐, 쓸쓸하다냐!"

 "대체 왜 그게 그렇게 되는데!?"


 린의 모습을 보니, 정말 날 생각해 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남의 일을 이렇게까지 걱정해 준다니 대단하다.

 그 대상이 지금은 나여서, 솔직히 기뻤다.

 정말로 기뻤다.

 하지만 이런 때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난 차가운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린이 쓸쓸하다고 말했던 건… 솔직히 잘 모르겠다.

 린이나 하나요처럼 진심으로 친했던 친구가 없었기에 그런 건 겪은 적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상태로 생일을 맞았는데 아무도 축하해 주질 않는다면… 그래, 분명 외로울 것이다.


 "아아, 입학했을 때부터 마키쨩이랑 친구였다면…"


 린이 불쑥 내뱉은 그 말.

 그 말은 내 가슴 속 깊은 곳에 사무쳤다.

 그건 내가 자주 생각하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껏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고, 말할 생각도 없다.

 …아니, 분명 말할 생각은 없었다.


 "그건 오히려 내가 바라던 거라구."


 하지만 린이 너무나도 나를 생각해 주니… 조금 휩쓸린 것 갇타.

 왠지 말해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는 별로 상관 없었지만, 너희들이랑 친해지고 나서부터 가끔 생각해. 좀 더 일찍 너희들이랑 친해졌다면 어땠을까 하고."


 그랬다면 지금처럼, 좀 더 일찍부터 즐거운 매일을 보낼 수 있었을까.

 지나간 일에 대해 지금 와서 떠들어 보았자 아무런 의미가 없단 건 알고 있었기에 한탄같은 건 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따금 생각한다.

 나도 후회할 때가 있다.


 "정말!? 마키쨩, 그런 생각 했었어?"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조금 뿐이지만 솔직한 마음을 밝히고 나니, 린의 얼굴은 밝아져 있었다.

 이런 반응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

 역시 익숙치 않은 짓은 하지 않았으면 좋았으리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마키쨩의 속마음을 들으면 모두 기뻐할 거다냐~"

 "괜찮으니 다른 애들에겐 비밀이야."

 "비밀?" 

 "그래, 비밀."

 "에헤헤, 린만 아는 마키쨩의 비밀~!"

 "왜 그렇게 기쁘다는 표정이야?"

 "하지만 마키쨩이 본심을 말해 줬잖아. 둘만의 비밀이라는 것도 기쁘다냐!"


 듣는 내가 다 부끄럽다.

 이 애는 어떻게 솔직한 마음을 부끄럼 없이 말할 수 있는 걸까.

 뭐, 그게 린의 멋진 면이지만.

 나도 조금이나마 린처럼 할 수 있다면, 그런 생각을 했지만 역시 너무 무리다.


 "…그래! 마키쨩, 조금만 기다려!"


 린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가방을 뒤지다가, 노트와 필통을 꺼내 들었다.

 무언가 생각난 듯이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뭘 하려는지 신경쓰이는 와중에도 린의 말대로 기다렸다.


 "됐다!"


 잠시 후, 린이 크게 외쳤다.

 그리고 공책을 찢어, 날 바라보며 사글사글한 미소를 지었다.


 "마-키쨩-!"


 이 전개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린은 빠르게 날 향해 뛰쳐왔다.

 일단 낌새는 눈치 챘기에 어떻게든 막아냈지만, 조금 비틀거렸다.


 "잠깐! 갑자기 달려들지 마!"

 "미안하다냐~"


 이걸 벌써 몇 번째나 말하는 걸까.

 화 낼 때마다 린은 항상 싱긋 웃으며 사과한다.

 계속 되풀이되는데도 고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렇게 당하는 게 마냥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러니까 화는 냈지만, 실제론 그다지 화나지 않는다.

 그래도 놀라기는 하니까 갑자기 달려오는 건 그만뒀으면 했다.

 아니, 괜히 저런 말을 덧붙이니까 더 부끄럽다. 

 …어느 쪽이 좋을까?


 "마키쨩! 너무 늦었지만, 생일 축하한다냐!"

 "…뭐?"


 조금 생각해 보았지만, 린이 한 말을 곧바로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틀림 없이 말했다. 생일 축하해, 라고.

 지금껏 수없이 생일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설마 이제 와서 축하한다고 말할 줄은 몰랐기에 나는 깜짝 놀랐다.


 "이미 지나갔다고 축하하지 말란 법은 없잖아?"

 "아… 그렇긴 하지만."

 "그러니까 오늘 마키쨩 생일을 축하해 줄 거다냐! 그렇다곤 해도 준비한 게 없으니까 지금은 이 정도지만, 자!"


 그리고 린이 건네온 건, 아까 린이 뭔가 쓰고는 뜯어낸 노트였다.

 거기에는 '마키쨩, 생일 축하해!' 라고 커다란 글씨로 적혀 있었다.

 아무래도 메시지 카드같은 것 같다.

 주위에는 여러가지 펜으로 그림이나 장식이 그려져 있었다.

 커다란 글씨 아래 그려져 있는 두 마리 고양이 그림에 눈길이 끌렸다.


 "이 고양이는…"

 "이게 마키쨩 고양이고, 이게 린 고양이야!"


 분명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노랗고 빨간 펜으로 그려진 두 마리 고양이 그림.

 두 마리의 고양이는 사이 좋게 붙어 있었다.


 "마키쨩은 있지, 정말 고양이 같아."

 "내가?"

 "응! 언제나 자유롭게 행동하며 튕기지만, 부르면 다가와서 곁에 있어 주는 게 고양이 같아."

 "그래? 그런 거라면 린은 고양이가 아니고 강아지구나. 좋으면 꼬리를 흔들고 슬프면 바로 풀이 죽어. 행동이 뻔해."

 "강아지 같아? 음~ 그래도 역시 린은 고양이가 좋다냐!"

 "그래, 그래."


 린은 몸짓은 고양이 같아도, 실제로 하는 일과 성격은 개 그 자체였지만 말이다.

 스스로는 고양이가 좋은 것 같으니 일단은 고양이라고 해 둔다.


 "제대로 된 선물은 다음에 준비할 테니, 오늘은 이걸로 봐 줘."

 "필요 없어. …이거, 지금껏 받은 선물 중에 최고로 멋진 선물이야."

 "뭐어!? 그런 게? 마키쨩네 집은 부자니까, 아버지나 어머니한테 엄-청난 선물 받을 것 같다냐."

 "정말…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


 확실히 값비싼 선물을 받은 적은 있다.

 하지만 그건 돈을 내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것.

 린이 만들어 준 이 선물은 살 수 없다.

 비록 본인은 임시 방편으로 만들었더라도, 그건 나를 생각해서 만들어 준 것이다.

 생일이 진작에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린의 마음이 담긴,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멋진 선물.


 나는 이런 걸 지금껏 받은 적이 없다.

 딱히 원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받아 보고 깨달았다.

 이렇게 기쁜 선물은 달리 없다는 것을.


 "고마워, 린. 정말 기뻐. 소중히 간직할게."


 린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의아한 얼굴을 짓고 있었다.

 분명 이 기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겠지.

 받은 사람밖에는 모르는 이 기분을.


 이 기분을, 나는 간직하고 싶었다.

 

 "저기. 린이 그린 이 고양이 그림처럼, 앞으로도 계속 사이 좋게 지내 줄래?"


 그렇게 생각하니 다시 본심이 흘러 나왔다.

 서둘러 수습하려 해도 될 리가 없다.

 린은 순식간에 표정을 바꿔, 더없이 밝은 표정으로 다시 내게 달려들었다.


 "물론이다냐! 계-속, 계속 사이 좋게 지내자!"


 바짝 다가오는 저 몸짓은 고양이 같지만… 힘차게 다가오는 저 기세는, 역시 강아지다.

 하지만 강아지처럼 솔직한 모습도 괜찮겠지.

 강아지처럼 따라와 주는 것도, 기쁘니까.


 "알았어, 알았으니까-"


 떨어져 봐.


 부끄러워서 평소라면 그렇게 말했을 터였지만, 오늘은 그 말을 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지금은 솔직하게 린을 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증거로 나는 자연스럽게 린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왠지 오늘이 생일인 것 같은 기분이야."

 "그럼 오늘이 생일인 걸로 해! 마키쨩과 린만의, 오늘이 바로 진짜 4월 19일이야!"


 우리에게만 오늘이 진짜 4월 19일, 인가.

 어린애같은 발상일지도 모르지만, 어리석게도 난 그걸 납득하고 말았다.

 하지만 지나 버린 진짜 생일보다도, 아무것도 아닌 오늘이 바로 진짜 생일인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저기, 마키쨩. 축하하는 의미에서 라멘 먹으러 가자! 오늘은 린이 쏠게."

 "이런 때에는 보통 내가 먹고 싶은 걸 사 주는 거 아냐?"

 "하지만 라멘 먹고 싶은걸!"

 "…풉! 뭐야, 그게."


 이유가 린 다워서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질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이성이 작동하는 나로서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래. 마키쨩 생일이니까 린이 먹고 싶은 건 안 되겠네. 마키쨩, 뭐 먹고 싶어?"

 "라멘으로 좋아."

 "정말 괜찮아!?"


 하지만 한 사람에게 만큼은 그런 모습을 보여 줘도 괜찮을까.

 보여 줘도 괜찮을까, 그게 아니라 사실은 보여 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단 하나, 특별한 사람에게는.

 내 숨김 없는 솔직한 마음을.

 그렇게 생각해서 속마음이 때때로 새어나온 것이다.

 무리라고 생각했던 것이지만, 서서히 마음을 열 수 있다면.


 "라멘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지만… 린이랑 같이 먹는 라멘은 좋아."

 "와아! 린도, 정말 좋은 마키쨩이랑 정말 좋은 라멘을 먹는 건 정말 좋다냐-!"

 "…뭔가 굉장한 말이네."


 린과 함께 있으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많이 끌려가 버렸다.




 그러니까-


 언젠간 꼭 말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 줄래?

 에둘러 전하고 있지만, 말로 제대로 전하지는 못 했던 것.


 언제나 생각해 줘서 고마워.

 나도 린이 좋아.


 라고 말이야.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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