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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아해 (린마키)

낮-꿈 2015. 4. 11.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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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아해

大好き、だよ


글: ぽんすけ (http://www.pixiv.net/member.php?id=4959815)

출처: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3566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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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탁탁, 리듬에 맞춰 칼과 도마가 부딪히는 소리에 눈이 떠진다.


 '……좋은 냄새네.'


 이불 속에서 팔만 꺼내 휴대전화로 확인한 시간은 아침 8시였다. 늦잠을 자 버렸다고 생각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것도 잠시, 오늘이 일요일이라는 걸 떠올리고는 다시 침대로 기어 들어갔다.


 '추워.'


 삼월 중순에 접어들었다고는 하나 아직 아침은 추웠다. 게다가 아무 윗도리도 걸치지 않은 터라 더욱 그랬다.


 이불, 너무 좋아.

 따뜻해.

 이불과 결혼하고 싶어.


 아까까지 들리던 좋은 리듬이 그치고, 이번에는 정말 부드럽고 기분 좋은 콧노래가 들려 왔다. 그건 나도 잘 모르는 멜로디였다. 한 소절만 흥얼거리고는 다음 곡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아침부터 가볍게 퀴즈라도 푸는 기분이었다. 가끔 섞여 들려오는 처음 들어보는 곡들은 분명 마키가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의 멜로디일 것이다. 깨어난 직후의 기분 좋은 비몽사몽함을 즐기던 중, 이쪽으로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려 와서 어쩐지 모르게 부끄러워져서 등을 돌리고 자는 척을 하기로 작정했다.


 "…아직 자고 있네."


 나는 눈을 감고 있으므로 어떤 표정일지는 알 수 없지만, 목소리만으로 왠지 상상이 갔다. 분명 살짝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기분 좋게 미소짓고 있을 게 분명하다. 아, 작은 한숨까지 들려왔다. 당분간은 안 일어나리라고 판단했는지 발소리는 부엌으로 되돌아갔다.


 처음 만났던 그 날, 설마 마키와 내가 이런 관계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하였다. 처음 마키의 존재를 인식했을 때의 인상은 엄청난 미인이지만 무서운 사람. 큰 병원의 딸, 그리고 부자. 성격이 드세고 쉬는 시간마다 도서실에서 지낸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친해질 수 있을 만한 사람이라고는 생각치 않았다. 


 ……그 도끼눈도 무서웠고.


 그랬던 것이, 소꿉친구를 통해 이야기를 하게 되고, 같이 행동하게 되고, 함께 동아리 활동을 해 나가게 되며 서서히. 정말로 서서히, 마키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어 갔다.


 큰 병원의 딸이라는 건 소문대로였는데, 정작 자기는 그걸 자랑하긴 커녕 오히려 답답하게 여긴다는 걸 안 것은 오래 전의 일이다.


 도서실에 다녔던 것은, 교실에 있으면 받는 주위의 호기심 어린 눈길이 싫어서.


 성격이 드세다고 여겨졌던 것은,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몰랐으니까.


-그 애, 흥미로워.


 사실을 알게 되었더니 마키에 대한 흥미와 관심은 멈추지 않았다. 마키와 함께 지내는 동안 떠올랐던 마음이 친구를 향한 마음과는 다른 것이란 걸 깨닫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 그리워라.'


 고백 따위, 부끄러워서 떠올리기 싫어진다. 분명 졸업식 날, 음악실로 불러내서-


 "린, 이제 일어나."


 이런, 생각하는 데 집중하느라 몰랐다.


 "저 자고 있어요."

 "자는 사람은 대답 못 한다구."

 "저는 자면서 말할 수 있습니다."

 "흠-, 그 말 사실이라면 대단한 일이네. 인류 발전의 첫걸음일지도 모르겠어. 머리 뚜껑좀 열어봐도 될까? 아프게는 안 할 테니까."

 "거짓말이에요, 죄송합니다아아…"


 우는 흉내를 내며 흘끗 뒤를 돌아 본다. 아마도 그럴 것이라는 거지만, 아까보다 더 미간에 주름을 잡은 마키가 서 있었다. 아, 이건 아침부터 귀찮다고 생각하는 표정이다.


 "아침밥 안 먹어? 안 먹으면 냉장고에 넣어 버릴 건데."

 "먹을게! 먹을 테니 그냥 둬."

 "그럼 빨리 일어나."

 "아직 졸리다냐-"

 "정말이지, 그럼 먼저 먹고 있을게."


 발길을 돌리는 마키의 팔을 붙잡고 이불 속으로 끌어당긴다. 뒤에서 끌어안은 모양새로 뒷머리에 코를 갖다 댄다.


 "마키쨩 좋은 향기 난다냐-"

 "좀, 놔 줘."

 "무리입니다, 못 놔요- 니시키노 씨는 호시조라 씨와 떨어질 수 없는 마법에 걸렸습니다-"

 "린, 주먹이랑 보 중에 어느 거로 맞는 게 더 좋아?"

 "마키쨩, 그건 위험해."

 "알았어, 주먹이구나."

 "아무 말도 안 했거든! 게다가 주먹이면 더 아픈 거잖아! 너무해, 마키쨩… 그렇게 린이 싫어…?"


 조그맣게 떨리는 목소리를 내고는, 꼬옥 하고 강하게 껴안는다. 그러자 팔 안에서는 "싫어할 리가 없잖아, 바보야." 같은 조그만 소리가 들려서 예상대로다.


 '…간단하네.'


 이것이 오랜 시간에 걸쳐 알아낸, 아마도 나만이 알고 있을 마키를 다루는 법이다. 아주 조금만 노출된 마키의 약점을 쿡 찌르면, 마키는 평소엔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솔직해진다. …너무 파고들면 도리어 역효과가 일어나지만. 


 "아침밥 뭐야?"

 "시금치 나물이랑 계란 부침, 어젯밤 먹다 남은 고기 감자 조림, 그리고 유부랑 미역 된장국."

 "맛있겠다."

 "맛있을 것 같으면 빨리 나오기나 해…"

 "그건 안 된다냐-"

 "뭐야 그게, 의미를 모르겠어."

 "그럼, 뽀뽀해 주면 일어날게."

 "뭐?"

 "괜찮잖아. 마키쨩이 뽀뽀해 주면 일어난다니까."

 "뭐야 그게, 의미를 모르겠어."

 "마키쨩, 그 대사 두 번째야."

 "누구한테 말하는 거야?"

 "어젯밤에는 뽀뽀 많이 해 줬었잖아…"

 "그 때 많이 해 줬으니 이제 충분하잖아."

 "부족합니다. 아직 부족해요."

 "…너 바보야?"

 "응. 바보야. 마키쨩 병에 걸린 마키쨩밖엔 모르는 바보야. 뽀뽀 안 해줄거면 다시 잘게. 잘 자."

 "………바보."


 뒹굴.

 품 안의 마키가 이쪽을 바라본다고 느낀 순간, 이윽고 입술에 다가온 '츄' 라는 부드러운 감각.

 

 "…자. 이제 일어나."


 해 놓고는 얼굴이 새빨갛다. 이건 정말, 너무 너무 너무 귀엽다.


 "마, 마키쨩 마키쨔아아앙 마키쨔아아아아앙!"

 "아아, 이제 일어나! 빨리 옷도 입고! 그리고 좀 놔 줘… 읏."


 양손으로 붙잡고 올라타며, 츄, 츄 하고 연달아 키스를 몇 번이고 해 댔다. 이마, 뺨, 코, 눈꺼풀, 입술. 이런데도 저항할 수 없는 것은 정말 좋아해서 하는 짓이라는 걸 아니까.


 "마키쨩, 정말 좋아."

 "…알고 있어."

 "에헤헤."


 그럼 이제 따뜻한 이불과는 작별하고, 사랑하는 마키쨩이 만들어 준 아침밥을 먹으며 오늘의 스케줄을 둘이서 생각해 보자. 오늘은 날씨도 좋은 듯 싶으니 둘이서 느긋히 공원을 산책하는 것도 좋을지 모른다.


 "아!"

 "응? 왜?"

 "된장국! 불 켜고 잊고 있었어…!"


  튀어 오르듯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부엌까지 뛰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흘러 나온다.


 '정말 좋아, 마키쨩.'


 그럼 이만, 이불아. 넌 이제 필요 없어.

 역시 결혼은 좀 더 생각해 봐야겠네.


 -내겐 소중한 그녀가 있으니까.


 간단히 옷을 챙겨 입고 한 번 심호흡을 한다.

 분명 주방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을 마키를 위로하기 위해, 나는 침실을 뒤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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