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키스 (린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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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키스
ふぁーすときす
글: akua (http://www.pixiv.net/member.php?id=2175231)
출처: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4366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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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쨩은 린이 싫은 거야!?"'
"그런 말이 아니잖아!"
"하지만 또 그렇게 말했다냐-!"
방과후의 교실. 금방이라도 덤벼들 것 같은 린에 나는 이제 완전히 질려 있었다.
아직도 화난 고양이처럼 중얼거리고 있는 린을 적당히 상대하면서, 프린트한 악보를 손에 쥐고 만들다 만 곡을 재검토하는 척 한다. '자, 나는 바쁘니까 저리 가.' 라는 척이다.
"마키쨩이 좋아한다고 말해 줄 때 까지 린은 안 떨어질 거니까!"
아, 또 시작이군.
둘이서 인내심 대결이라도 시작하려는 생각인가?
"아까 하나요가 니코쨩네 애들한테 가 본다고 했어. 너도 하나요가 있는 데로 가는 건 어때?"
3학년이 있는 곳이라면 니코쨩 말고도 에리나 노조미도 있을 것이고.
대신 린의 마음이 풀릴 때까지 좋아한다고 말해 주면 되잖아. ……니코쨩이 쉽게 말해 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카요찡 얼굴 따위 보고 싶지 않다냐!"
"엇?"
하지만 그런 생각이 빗나가도록, 린이 한 말은 그것이었다.
뭐야 그거, 의미 모르겠어. 린이 하나요랑 싸움이라도 했다는 건가?
나는 놀라서 악보에서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내 책상에 턱을 괴고 있던 린은, 시선을 낮추고는 어딘가 삐진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하루 함께 있었고, 린과 하나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느낌도 전혀 없었고, 그보다도 방과후가 시작되기 전에는 평소처럼 사이 좋게 이야기했잖아.
대체 왜지, 같은 걸 생각하고 있으니, 시무룩한 채인 린이 말했다. "마키쨩 때문이다냐."
"뭐? 왜 나 때문인 건데?"
정말 의미를 모르겠다. 언제나 정말 뜬금없는데다, 린이 뭔 생각을 하는지 내가 알 리도 없고.
"마키쨩이 카요찡한테만 좋아한다고 말했잖아."
"안 그랬어."
"그랬잖아! 린한테는 말 안 해주면서!"
린의 기세에 조금 주춤했다. 쪼그려 앉아 있던 린은 책상을 손으로 박차고 일어서서, 지금은 완전히 고개를 숙이고 날 빤히 노려보고 있었다.
……뭐야. 평소에는 뭐든지 즐겁다는 듯이 웃는 주제에, 이런 일로 이렇게나 화내는 거야?
"그럼 말하면 되지? 말하면 린은 만족하는 거야?"
"그래."
아직도 린의 눈은 날 붙잡듯 노려보고 놓아 주지 않았다.
나는 악보를 책상 위에 두고, 그런 린을 피하듯이 눈을 감았다. 그래도 아직도 느껴지는 린의 강한 시선에, 나는 포기하고 다시 한 번 린의 진지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좋"
"-좋?"
"좋, ……"
린이 기다리고 있다. 기대를 그 큰 눈동자를 가득 담고서.
그러니까 말하면 되잖아. '좋아해' 라는 한마디 정도. 그저 세 글자일 뿐이잖아? 이 마키쨩이 말하지 못할 이유는-
"좋- ……그렇게 쳐다보지 마!"
얼굴이, 뜨겁다. 린이 쭉 바라보니까. 그러니까 말할 수가 없다. 말할 수가 없어.
별로 내가 부끄러워서 말하지 못하는 거라던가, 그런 건 아니다.
"……이제 마키쨩같은 건 몰라."
무언가, 굉장히 흔들린다.
시야였는지, 세계였는지, 무엇이 흔들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무언가가 흔들렸다. 발 밑이 붕 뜨는 듯한 감각이다.
진지한 린의 얼굴을 봤고, 삐진 듯한 목소리도 이미 몇 번이고 들었을 텐데. 평소와 달리 그 한 마디만을 남기고 등을 돌려버리는 것이 조금 뿐이지만 무서웠다.
나는 너무나도 바보같이 "엇" 하는 소리를 낸 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린쨩은 말야, 마키쨩을 정말 좋아하는 거야."
셋 명이서 귀가길. 린과 있었던 일을 말하자 하나요는 쿡쿡 웃으며, 혼자 앞장서는 린을 보고 그렇게 말하였다.
나는 아무것도 말할 수가 없고, 그렇다고 린을 바라볼 수도 없어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마키쨩에게 좋아한다는 말이 듣고싶었던 거지. '싫어하지 않아' 뿐만 아니라."
"그치만……"
"마키쨩은 나 좋아해?"
"……좋아해."
그치? 라고 말하는 듯 하나요가 살짝 웃었다.
"지금처럼 린쨩한테도 말해 주면 좋겠어."
그렇지만. 린에게는 말할 수 없다.
하나요에게라면 얼마든지 말할 수 있는데.
"그런 간단한 게 아냐……"
숄더백의 손잡이를 붙잡은 한손에 힘을 주면서 나는 말했다.
사실은 알고 있다. 정말로, 정말로 쉬운 일이라는 것 정도는. 하지만 그래도 내 입은 어째선지 린의 앞에서는 움직이지를 않았다.
분명 린이 나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인 것만은 아니다. 린이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거라고 이제 와서야 생각한다.
"마키쨩은 린 앞에서만 절대 좋아한다고 말 안해준다냐!" 라고 린이 화냈다는 것을 하나요의 이야기로 들었으니, 확실히 내가 무의식중에 린에게만큼은 그런 말을 피했다는 것을 눈치챈다.
갑자기, 불쑥 하나요의 얼굴이 가까워진다.
놀라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니, 하나요는 "아, 미안해!" 라며 그보다 더 뒤로 물러났다.
"……마키쨩, 풀죽어 있는 것 같아."
"뭐, 뭐야. 그래서 무슨 불만이라도?"
"그, 그런 게 아냐! 그런 게 아니라, 그…… 희한해. 아, 그것도 이상한 의미가 아니라……! 그, 마키쨩이 그런 식으로 풀죽어 있는 일은 별로 없으니까."
모호한 말을 하고 양손을 젓는 하나요를 향해 한숨을 내쉬며 "이제 상관 없어" 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그런 나를 막는 듯 하나요는 살짝 새된 목소리로 "있잖아" 라고 말한다.
"싸우고나서 이렇게 풀이 죽어 있는 마키쨩을 보니, 얼마나 마키쨩이 린쨩을 좋아하는지 금방 알 것 같아서 말야."
……린쨩이 조금 정도지만 부러워.
그렇게 말하며 웃는 하나요가 곧바로 당황하며 자신의 입을 감춘다.
"벼, 별로."
그렇게까지는, 라는 말이 입 안에 맴돌았지만 결국 제대로 소리가 되진 않았다.
정말로, 하나요의 앞이라면 조금은 솔직해진 자신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정말로, 린을, 좋아, 하는데.
"……린,"
이쪽을 돌아보려고도 하지 않는 린의 등은 멀기만 하다.
멈췄던 발을 다시 움직이면서, 나는 결의를 다지고 그 등으로 시선을 돌린 뒤, 누구도 아닌 하나요에게만 확실히 들릴 듯이 작은 목소리로 푸념했다.
"린 앞에선 차마 못 말하겠어. 말할수가 없게 돼."
"……그건 왜야?"
"알았으면 이렇게 고생 안 해…… 하지만, 부끄럽다는 느낌도 있고, 간단히 말하고 싶지도 않고……"
아까 린이 쳐다보며 "좋아해" 라고 말하라고 했을 때, 어딘가가 울컥 뜨거워져서 견딜 수가 없었다.
침착할 수가 없고, 심장 소리마저 나를 재촉하는 건지 말리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두근거렸다.
"마키쨩."
-저기, 이건 마치."
"마치, 사랑 같아."
◆
넓은 거실. 아무도 없는 그곳의, 홀로 앉은 소파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있다.
어떡하면 좋을지 몰랐다.
내가, 린을 좋아한다고?
린을- 사랑하고 있어?
그런 일이 있을 리 없다. 분명 나 혼자만의 마음 속에서라면 그렇게 말하고 잘라버렸을 듯 한 작은 싹.
하지만 하나요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남아 있다. 울리고 있다. 부정할 수 없다. 어떻게 해서 그 자리는 어물쩡 넘어갔지만. 절대 틀린 마음이 아니라고, 소리 없이 침울해져 가는 마음 속이 나에게 알린다.
어스레한 방 안에서 본 휴대전화에는 우미가 보낸 가사가 보존되어 있다. 거기에 간혹 섞여 있는 사랑 노래.
우미는 이걸 어떤 기분으로 썼을까. 문득 그런 것을 생각했다.
그리고 휴대전화에 있는 가사에 린과 나를 대입해서 보았다. 완전히 다른 것 같았다. 그런 것 같았는데도, 침울해지는 이 감정은 더 이상 도망갈 수 없다는 듯이 지워지지를 않는다.
내일부터 어떤 얼굴로 만나야 하지?
정말로 이젠, 의미 모르겠다.
중얼거리는 소리는 그저 무의미할 뿐이었고, 닫힌 눈꺼풀 아래로 그 멀었던 등이 보였다. 그게 린의 등이라니,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수면 부족인 채로 학교에 온 나는 나도 모르게 린을 찾고 있었다.
그걸 깨닫고 다시 불안하게 되고부터, 린이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요도 없으니, 아직 오지 않은 것이겠지.
어딘가 안심하면서 나는 사람이 얼마 없는 교실에서 내 자리에 앉았지만, 곧바로 그 안심과 아침의 고요한 분위기는 깨지게 되었다.
기운차게 교실 문이 열려서, 앗, 하고 생각한 그 순간에 주황색이 눈에 들어왔다.
"안녕-" 하고 기운차게 동급생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은 평소와 다름없는 린이다.
그렇지만, 다음으로 이쪽을 본 린은 평소처럼 "마키쨩도 안녕이다냐-!" 하고 달려오지 않고 흥 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대로 빨리 자기 자리로 가방을 걸러 가고 만다.
뭐, 뭐야 그거.
좀 두근거렸던 내가 바보같다…….
"아, 마키쨩, 안녕……"
린의 뒤를 이어 들어온 하나요는 그런 린을 바라보며 곤란하다는 듯 내게 웃으며 다가왔다.
◆
"화해 안 해도 돼……?"
점심 시간, 평소에는 셋이서 먹던 점심밥도 오늘은 하나요와 둘 뿐이었다.
린은 다른 아이들과 함께 먹는다며 마치 길고양이처럼 다른 반 아이들 사이를 떠돌아 다니고 있다.
하나요도 린에게 같이 가자는 말을 들었지만, "마키쨩이랑 먹고 싶다" 며 듣지 않았다.
고마웠지만 솔직히 좀 어색하다. 그런 사이에서 하는 식사니까, 어쩔 수 없이 아무 대화도 없어서 점점 더워지는 듯 했다.
"엇?"
"린쨩이랑 화해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화해는……"
금방이라도 미끄러져서 굴러갈 것 같은 방울 토마토를 젓가락에 끼운 채로 나는 이을 말을 찾았다.
하나요는 좋아하는 흰 쌀밥이 담긴 도시락을 책상에 두고, 그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 이을 말을 찾지 못한 내게 하나요는 조용히, "나는" 이라고 말을 꺼냈다.
"좋아한다면 '좋아해' 라고. 확실해 전해 줬으면 좋겠어. 린쨩을 위해서만이 아냐."
"하나요……"
"그치만, 그렇지 않으면 이대로일 뿐이야. 마키쨩, 엄청나게 후회할 거잖아? 나는 그런 후회하는 마키쨩은 보고 싶지 않아."
진지한 하나요의 말이 내게 꽂힌다.
나는 "알고 있어" 라며 억지로 대답했다.
하나요의 말은 언제라도 나를 더 나아가게 하는 효과가 있는 걸까 하고 진지하게 생각해 버릴 정도다. 하지만 분명, 맞는 말인 것 같았으니까.
"린!"
이름을 부르자, 노을에 물든 숏컷의 머리가 씰룩 흔들렸다.
결국 방과후까지 린은 결코 나와 가까이 오지 않아서, 겨우 붙잡았다.
분명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다. 나의 어쩔 수 없는 시끄러운 심장 소리가 내가 각오를 다지게 한다.
괜찮아. 이 마키쨩이 실패할 리가 없잖아.
결정한 각오 위로, 이번에는 강하게 강하게, 자신에게 타을러서 더욱 더 내 안의 모든 용기를 북돋웠다.
-괜찮아.
"좀 할 말이 있는데."
추하지는 않았을까,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런 걸 신경쓰고 있을 여유가 있을 리 없었다.
말해 버린 나는, 이제 기도하는 심정으로 린의 대답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여기서 이야기하자고?"
"어디라도 상관 없어. 하지만, 가능하면 둘만 있을 수 있는 곳에서 하자."
오늘 처음으로 입을 열어 준 린은 무의식중에 소리를 내어서 당황한 듯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지만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렇게 대답했다.
린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 나를 다시 쳐다보았다.
"마키쨔-"
"거기가 좋겠다. 그 빈 교실로 가자."
그런 린이 뭐라고 말하기 전에, 방과후 복도에서 빈 교실까지 린의 손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초조해 하고 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또 등을 돌려버릴 지도 모른다고, 분명 초조해 하고 있다.
하지만, 빈 교실에는 당연하게도 우리 말고 다른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끌어모았던 용기는 스르르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
교실 문을 닫았다. 그 소리조차 너무 크게 울리는 것 같았다.
린은 왠지 얌전히 역광을 받아서 그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 분명 울 듯한 얼굴을 하고 있으리라고 어째서인지 알고 말았다.
"마키쨩."
먼저 입을 연 것은 린이었다.
"엇" 이라며 대답 아닌 대답을 돌려주자, 린은 참던 것을 전부 내뱉듯이 말하였다. "미안해."
"미안해, 마키쨩."
"왜, 왜 네가 사과하는데?"
"그치만 린, 맘대로 화내고 멋대로 토라져서 마키쨩도 카요찡도 곤란하게 만들었잖아."
정말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니,
"린은 확실히 알고 있어. 마키쨩이 린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걸 말야. 린은 잠시 제멋대로 행동하게 되어 버렸을 뿐이야."
린.
"그러니 부탁이야, 린을 정말로 싫어하지 말아 줘."
그럴 리 없잖아. 이미 울고 있는 린에게 나는 내뱉듯 말하였다.
그럴 리 없잖아. 다시 한 번 마음 속으로 되뇌었다.
그치만, 그렇지.
"린, 들어."
"응……"
"나는 린이 좋아."
그 정도, 말해야 겠다고 생각만 하고 말하지는 못한 말이 쏟아져 나왔다.
그것은 나를 억제하던 것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린을 울려 버린 내가 부끄러워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 말로 해야 한다며, 쥐어 짜낸 것 같다.
린이 크게 눈을 뜨며, 그 눈동자에서 한 방울의 눈물이 번쩍이는 것이 보였다.
신기하게도, 한 번 말로 해 버리니 얼마라도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말로 하면 한 만큼, 내 머리도 눈시울도 뜨거워진다.
"린이 좋아. 정말 좋아해."
단 한 마디. 말했을 뿐인데. 어째서 이리도 가슴이 아파지는 걸까. 어째서 이리도 울게 되는 걸까.
린.
이미 그른 것 같다. 눈을 깜박거려서 눈물이 넘치려던 순간.
"마키쨩."
몸 전체에 흐르는, 아주 잘 알고 있는, 그리고 아주 좋아하는 온기를 느꼈다.
"마키쨩…… 린, 안심했다냐. 다행이야…… 이대로 절교하자고 할 것 같아서 무서웠는데…… 다행이야."
"자, 잠깐, 린."
꼭 끌어안겨진다. 아, 정말. 또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눈물은 도로 들어갔다.
분명 진심은 전해지지 않았으리라고 다른 의미에서 울고 싶어졌지만.
다행이라며 대신 울어 주는 린을 보고 나는 역시 울지 않기로 했다. 아직 린의 앞에서 우는 건 조금 분하니까.
"정말이지……"
그러니 나는 린 대신 웃는다. 그런 나를 보고 린도 다시 웃어 준다.
눈물지으며 웃는 얼굴인 채로 린은,
"마키쨩. 린도 마키쨩이 정말 좋아."
뺨에 처음 느껴 보는 온기가 닿는다. 한번에 거기에 열이 몰리는 것을 느꼈다.
그건 첫 키스라고 조차 말할 수 없는 듯한, 미숙한 접촉.
하지만 지금의 나를 황홀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한 파괴력.
"잠깐, 마키쨩!? 괜찮아!?"
아아, 정말로 나는.
사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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