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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에 풀리는 마법과 거짓말

낮-꿈 2015. 4. 8.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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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에 풀리는 마법과 거짓말

12時に解ける魔法と嘘の話


글: どろむ (http://www.pixiv.net/member.php?id=4154874)

출처: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515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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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를 들어 내가 널 좋아한다고 할 때, 그리고 너도 날 좋아한다고 할 때에.

 그런 바보같은 이야기라도 "그럼 우린 서로 좋아하는 거구나" 라며 너는 웃겠지.



 ☆



 사월 초하룻날. 

 3교시 수업이 끝나, 점심 때까지 남은 시간은 한 시간이다.

 시곗바늘은 정오를 가리키기까지 40분 정도 앞서 있었다.

 세상 한구석에선 만우절이니 뭐니 떠들고, 바깥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그런 날의 일이었다.


 "앗, 오늘 만우절이야! 린도 뭔가 거짓말 해야 한다냐."


 하필이면 내 눈앞에서 봄날의 햇살을 만끽하며, 꾸벅꾸벅 졸던 고양이가 소란피우기 시작하였다.

 린이 소란피우는 일는 대체로 보잘것 없는 것들 뿐이다.

 예를 들어 숙제를 베끼게 해 달라고 애원하던 5초 전의 일이라던가, 새로운 라멘집이 생겨서 가보고 싶다던가. 

 그 외에는 부모님이랑 싸웠다던가, 두 살 많은 그 조그만 선배의 말이 너무 많다던가.

 즉, 중요한 이야기였던 적이 없다.

 그리고 지금도 이렇게 만우절에 대해 떠들어 대고 있다.

 그런 일은 나랑은 아무 관련도 없다.

 내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눈 앞에 펼쳐진 책을 읽는 것. 그것 뿐이다.


 "그런 별 볼일 없는 건 좀 그냥 잊고 있어도 좋잖아."

 "마키쨩은 이해 못 하는구나. 일 년에 딱 한 번이니까 좋은 거야."

 "그래도 무의미해."


 내 말에 린은 언짢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무의미해, 라는 말에 화가 난 걸까.

 그렇지만 일 년에 한 번 거짓말 하는 날 따위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는 걸 대대적으로 허용하는 날이 있다니, 정말로 어처구니 없다.

 날 때부터 거짓말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나 역시 거짓말은 싫었다.


 "저기, 마키쨩. 들어 줬으면 하는 말이 있어."


 옆에 있던 린이 내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그건 어느 때보다도 쓸모없는 것들을 생각하고 있는 듯한 진지한 표정이었다.


 "무슨 일이야."

 "그, 린은, 마키쨩을 좋아해."


 아, 그래.

 이 한 마디로 대답해 줄 거짓말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건 머리 나쁜 린이 즉흥적으로 만든, 그저 날 놀리기 위한 거짓말.

 내가 곤란해 하는 게 보고 싶었는지, 부끄러워 하는 게 보고 싶었는지,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다.

 린은 어쨌든 내게 거짓말을 해 본 것일 뿐이다.

 그리고 내 반응을 보려 했다기 보다도, 오늘 하루 이 만우절이라는 날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마치는 것은 아깝기 때문일 뿐이었다.

 지금 린은 눈 앞에서 내 상황을 살피면서, 고양이보다 둥근 눈동자를 반짝이며 입가에는 여유로운 미소를 띄고 있다.


 남의 속도 모르고, 기분 좋아하는 것이다.


 좋아한다는 그 말이 거짓말이라고 해도, 실제로는 싫어한다는 건 아닐 것이다.

 싫다면 일단 거짓말이라도 좋아한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정직하고 머리 나쁜 린이 거기까지 생각했을 리 없다.

 그렇다면 역시 이 말은 날 떠보려는 거짓말.

 날 놀려서 반응을 보고 즐기려는 거짓말일 뿐이겠지.

 

 "저기 린, 나도 린이 정말 좋아."


 당한 만큼 갚는다. 어린애같은 생각으로 나는 린에게 보복의 카운터를 먹였다.

 이걸로 피차일반. 린의 반응을 즐길 수 있다. 그럴 것이었다.


 "그 말, 진짜야?"

 

 내 복수는 싱겁게 빗나간 것이다.

 내가 농담으로라도 린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걸 지금 여기서 긍정해 버린다면 그 거짓말은 사실이 되고 마는 걸까?

 거짓말이 사실이 된다면,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좋아한다는 감정이 태어나 버린다면.

 그건 이미 거짓말 취급을 할 수 없는 문제다.

 예를 들어, 만에 하나, 내가 린을 좋아한다고 하면.


 "그런 거, 만우절 장난이겠지?"

 "다, 당연하잖아."

 "마키쨩이 린을 좋아할 리가 없는걸."

 "그래. 내가 린을 좋아할 리가 없지."


 린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숙였다.

 결국 이 대회에선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우리의 만우절은 완전히 막을 내리고 말았다.

 좋아할 리가 없다니.

 나는 거짓말을 했다.

 좋아할 리가 없다니, 그럴 리 없다.

 이미 이 시점에서, 게다가 이 대화를 하기 훨씬 전부터 나는 린을 좋아했다.

 오늘 린과의 대화에서 나는 마음을 숨겼다.

 그러나 어차피 앞으로 말할 생각도 없었으니, 이런 때라도 말해 버릴 수 있어서 좋았는지도 모른다.

 린도 그걸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고, 이제 이 이야긴 끝이다.


 "으음, 지금까지 어떤 거짓말 했는지, 오후가 되면 밝히는 걸로 하자."

 "좋아."

 "그럼, 마키쨩. 시곗바늘이 열두 시를 가리키기 전까지는 우린 서로 좋아하는 거구나."


 린이 벽에 매달린 시계의 바늘을 응시하고 있었다.

 긴 바늘은 앞으로 삼 분 후 정오를 가리킨다.

 그동안 우린 서로 사랑을 나누는 것이다.

 거짓 사랑끼리라도, 서로가 서로를 생각한다면 그건 사랑이라 부름직하다.

 좋아한다는 말이 거짓말이었을까, 아니면 좋아한다는 말이 거짓말이라는것 자체가 거짓말이었을까.


 열두 시까지의 마법이 풀려서 역시 전부 거짓말이었다고 하면, 그 바늘이 지나가고 남는 것은 무엇일까.


 "린, 다음 수업 끝나면 할 말이 있어."


 내 안에 남는 것, 린의 안에 남는 것.

 나는 린 안에 무엇을 남기고 싶은 것일까.


 거짓말에서 시작되는 마법에 걸린 우리는, 남겨진 시간 안에서 사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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