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ry only my Santa Claus (린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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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ry only my Santa Claus
글: 出百 (http://www.pixiv.net/member.php?id=12018363)
출처: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4711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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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같은 건, 없었어."
거룩한 밤의 끝을 고한 그 다음 날의 일이었다.
둘이서 걷는 가로수길, 돌연 떨어진 그 덧없는 듯한 당연한 중얼거림에, 린은 순간 이해를 하지 못하고 "엇, 잘못 들었나?" 라고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리고는 머리 속에서 그 말의 의미를 궁리하고, 겨우 자신의 귀는 제대로 들었다고 확신했다. 그와 동시에 린은 그 알 수 없는 소리의 정체가 바로 소녀가 품고 있던 아련한 환상이 무참히 깨지는 소리라는 걸 깨달았다.
동화에나 나올 법한 마법이 풀리는 소리가 아닌, 좀 더 현실적이고 고통스러운 소리였다.
"음, 마키쨩. 갑자기 왜 그래?"
린은 닿으면 눈처럼 녹아버릴 듯한 허망함을 뿜어내고 있는 마키를 되도록 자극하지 않도록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그래, 쿨해지자. 침착하고 냉정해진다면 이 상황이라도 분명 타파할 수 있을...
"하지만, 봐 버렸는걸. 내가 잠자리에 들었을 때 아빠가 커다란 상자를 안고 방 문을 여는 걸 말야..."
린의 생각을 그대로 차단해 버리듯 입술만 살짝 움직여서 마키가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와 표정은 너무나도 담담하고 감정이 없어 보여서 소름끼칠 정도로 차디찼다. 린의 이마에 한 줄기 식은땀이 흘렀다.
...큰일 났다. 이건 좀 본격적으로 위험한 걸지도 모른다. 린의 상상 그 이상으로 사태는 심각한 듯 했다.
차라리 크게 화 내거나 울거나 하는 편이 조금 더 나았다.
그러는 건 어떻게든 달랠 여유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마키는 아마도 그럴 만한 상태는 훨씬 지나서 한 바퀴 더 돌아 고요히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태였다.
"그냥 우연이었던 거야. 모두들 '몇 살까지 믿었던 거야?' 라며 이야기하니까 밤잠도 제대로 못 자고,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그 한 마디만 반복하고는 마키는 입을 완전히 다물고 말았다. 그 뒤에 올 말은 아까 말했던 것들과 다를 바 없을 것이었기에 구태여 다시 들을 것도 없다.
린은 뭐라고 말을 걸어야 할지 고민하다 지쳐서 한 마디도 하지 못하였다. 뱃속이 더부룩하고, 침울한 정적만이 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시 마키가 입을 열었다.
"우습지, 이 나이 먹도록 그런 걸 믿고 있었다니."
그 입에서 새어나오는 말은 마키로서는 드물게 자기 혐오적인 말이었다. 그 말은 마키의 아련한 눈동자에 비애감을 띄우는 듯 했다.
슬픔은 파도가 몰아치듯이, 삽시간에 마키의 얼굴에 퍼져 나갔다.
"하지만, 난 정말 믿었다니까- 착한 아이가 사는 곳에는 꿈이 찾아온다고, 진심으로 마음 깊숙히서 생각했어."
그것은 어린 아이를 훈육하기 위한 규칙, 도덕의 이상을 이루기 위해 꾸며낸 이야기지, 사리분별이 제대로 될 나이인 마키를 위한 게 아니다.
하지만 마키는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서 근 십수 년간 단 한 순간도 의심치 않고 모범적으로 살아오려 한 것이다.
그건 이미 마키에게 있어서는 현실이나 다름 없는 것이었따.
"그 얼굴 한번 안 보여주는 '사람'이 와 주는 게 내가 착한 아이인 걸 증명하는 것 같아서 정말이지 기뻤는데. 그 정체가 부모님이라니."
꿈이고 뭐고 없었던 것이라고 말하는 듯이 힘 없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말야, 아빠랑 엄마가 나를 속였던 건 상관 없어. 왜냐면 그건 어떤 방식으로든 부모님이 주신 애정이 틀림 없으니까."
그게 마키를 상처입히기 위했을 뿐인 날카로운 거짓말이었다면, 마키는 그 통탄스런 감정을 창 삼아서 냅다 꽂아 버릴 수도 있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마키가 무너져버린 꿈 너머에서 본 것은, 잔혹하지만 한없이 자비로운 현실이었기에 마키는 부모님을 탓할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이었다.
"그럼 왜 그렇게 슬퍼 보이는 표정을 짓는 거야?"
그렇다면 그 눈에 글썽이는 투명한 마음은 대체 뭐란 말인가, 린은 묻는다.
눈꼬리에서 흘러내리는 한 방울에, 마키는 비로소 자신이 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 손가락으로 눈물을 훔치며 숨기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왤까. 이 세상에서 소중한 사람이 한 명 사라진 듯한 것 같아."
누구나 공상이라며 웃어 넘긴다.
'무슨 바보같은 소리야?' 라고, 좀 더 평소처럼 이론적으로 생각하라며 쓸데없이 참견하는 무리마저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마키의 안에는 분명히 살아 있었다. 모든 것을 내다보며, 꿈을 전하는 흰 수염에 붉은 옷을 입은 배달부가.
마키가 바라고 있던, 항상 자신을 지켜봐 주는 절대적 존재가. 정신적 지주가.
그것이 깨지다니, 있어선 안 될 일이다. 무조건.
그렇다면-
"그럼, 이번에는 린이 마키쨩의, 마키쨩만의 산타가 되어 줄게!"
마키의 눈 앞에 울렸다. 그것은 마치 방울 소리 같았다. 한없이 밝은, 세상에서 제일 가게 반짝이는 금빛의 목소리가 고막을 흔들어 대었다.
무심코 가렸던 얼굴을 들자, 린은 그 음색에 지지 않을 정도로 얼굴에 웃음을 피우고 있었다.
그런 린을 보고, 마키는 어렸을 적에 읽었던 그림책 한 페이지를 멍하니 떠올렸다.
그 얼굴은 밤하늘을 달리는 순록이 끄는 썰매 위에서 소리 높여 웃던 그 사람과 똑 닮은 얼굴이었다.
"앞으로 쭉, 쭉이야. 마키쨩 가까이에서 마키쨩을 봐서, 마키쨩이 확실히 착한 아이면 상으로 선물을 줄게."
린이 튀어오르듯 한 걸음 내딛어, 마키에게 바짝 얼굴을 들이댔다.
그리고 마키의 얼굴을 두손으로 감싸고, 진심으로 즐거운 듯 눈웃음지으며 마키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마키쨩은 안 울어도 된다냐! 왜냐면 린이 있는걸!"
린은 자신만만하게 그렇게 말하고는, "아, 맞아." 라고 안고 있던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사실은 친구로서 선물을 줄 작정이었다며, 생글거리며 마키에게 보여 주었다.
"머리맡에는 두지 못 했지만, 이게 올해 선물이야. 메리 크리스마스, 마키쨩.
마키쨩는 다정하고 노력파인데다 올곧고, 누구보다도 착한 아이였다고 린이 보장할게."
건내준 것은 포장에 쌓인 곰인형이었다.
머리에는 붉은 색에다 하얀 문양이 들어간 모자가, 가슴에는 황금색 별 장식이 빛나고 있었다. 건드리기만 해도 손이 푹 들어가며 포근했고 또 순진한 눈동자가 귀여웠다.
마키는 받은 인형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휙 뒤집어 강하게 끌어안았다.
별이 총총한 밤하늘에 반짝이는 호박색 산타 클로스가 준 첫 선물에서는, 어딘가 따뜻한 태양의 향기가 났다.
문득, 무언가를 생각한 마키는 인형에서 모자를 벗기고는 천천히 그걸 린의 머리에 씌웠다.
멍하니 있는 린에게 만족한 듯이 몇 시간만의 미소를 보이며 마키는 조용히 린의 귓가에 속삭였다.
"앞으로 평생 잘 부탁해, 내 작은 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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