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 rain, rain (코토우미)
---
rain, rain, rain
글: hina (http://www.pixiv.net/member.php?id=5006778)
출처: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2715703
---
아, 비다.
창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니,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으니, 몇 분 지나지 않아 태풍이라도 온 듯이 소나기가 쏟아졌다.
그 정도라면 아직은 괜찮았을 텐데, 거기다가 또 울려 퍼지는 그 소리.
마음이 두근대며, 몸 깊숙히부터 떨려 왔다.
무심코 들고 있던 옷을 머리까지 가리도록 푹 뒤집어 썼다.
아, 이런 거라면 모두와 함께 오는 편이 나았다. 의상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혼자 교실에 남지 않는 편이 나았을 텐데.
아아, 하지만. 그치만.
밖의 소릴 듣지 않기 위해 귀를 틀어막고, 아- 하며 소리를 내뱉었다.
눈을 감아도 가끔 비치는 선명한 빛은 그저 착각일 뿐이라고 자신에게 타이르면서.
그러고 있으니, 희미하게 그 싫은 천둥 소리가 아닌 다른 소리가 들려온 것 같아서 순간 마음이 누그러들었다.
그 다음, 무언가 부드러운 것에 끌어안겼다.
살짝 조심스럽게 떨어지는 물방울의 감촉도 느껴졌다.
"...아, 죄송합니다, 코토리."
몸에서 떨어지는 그 사람이랑 떨어지고 싶지 않아서, 이번에는 내가 끌어안았다.
"우미, 쨩."
"코토리, 그러면 젖을 거에요."
"아니, 괜찮아. 우미쨩."
왜 젖었어? 그렇게 묻고는 입을 다물었다.
궁도복을 입고는 살짝 젖은 상태로, 조금 숨을 몰아쉬며 눈동자는 이쪽을 걱정스러운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나 조건이 많으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맞추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고마워."
"아뇨, 그것보다도 미안해요."
"뭐가?"
"의상, 조금 젖은 것 같네요. 그리고 코토리도요."
우미쨩이 나보다 조금 큰 손으로 부드럽게 머리를 어루만졌다.
살짝 맺힌 물방울들을 닦아 주듯이.
그 손을 살며시 내 두 손으로 감싸고는 그대로 뺨을 비볐다.
"우미쨩이야말로."
"네?"
"코토리 때문에 젖은 거 미안해. 일부러 궁도장에서 여기까지 달려와 준 거지?"
"...아뇨, 신경쓰지 마세요."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걸."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우미쨩의 머리를 닦아 주었다.
기분이 좋은 듯 눈을 감는 우미쨩에, 가슴이 두근댔다. 아까와는 다른 기분 좋은 진동이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천둥이 치는 건 까맣게 잊고 있었다.
다시 떠올려 버리니 공포는 되살아나서 나는 다시 몸서리치고 말았다.
그걸 감쪽같이 지우듯이 다시 한 번 우미쨩에게 얼굴을 파묻고 꼭 껴안았다.
살짝 차가운 궁도복을 두르고 있는 우미쨩도 두근대고 있어서, 급하게 뛰어 와서 그런 걸까 멍하니 생각했다.
-괜찮아요, 코토리.
툭툭 머리를 쓰다듬으며, 우미쨩은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게 들려 주었다.
마음에 스며들어 퍼지는 듯한, 고요히 감싸 주는 듯한 부드러운 목소리.
그렇게나 크고 무서운 천둥 소리는, 이렇게도 조용하고 잔잔한 그녀의 목소리에 가려져 버렸다.
"우미쨩."
"왜 그러시죠?"
"좀 더, 불러 줘."
"뭘요?"
"이름, 코토리라고 말야."
-코토리.
-코토리.
-코토리.
그 무엇보다도 많이, 숨을 쉬는 듯이 자연스럽게.
그 말 밖에는 모르는 듯이, 몇 번이고 다시.
살짝 얼굴을 들어 보니, 사랑스러운 듯한 눈동자를 하고 있는 우미쨩과 눈이 마주쳤다.
슬며시 번지는 그 미소가 너무나 눈부셔서, 순식간에 뺨이 뜨거워졌다.
풀썩,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더니 머리 위로 무언가 부드러운 게 떨어졌다.
몇 번이고 계속 부딪히는 그것에, 이상하다고 여겨서 다시 고개를 들어 보았다.
살짝 미소지은 우미쨩은 따뜻한 양손으로 뺨을 붙잡아, 그대로 키스를 한 번 보냈다.
떨어지고는, 달라붙어서.
코토리, 라고 이름을 불러 주는 대신 이번에는 입맞춤을.
왠지 정말 신기하다. 우미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했을 리가 없는데도, 그런데도 '코토리' 라며 이름을 불러 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주위 소리 따윈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저, 코토리, 라고.
우미쨩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몇 번이고 가슴에 내려앉는 것 같았다.
******
정신을 차리고 나니 밖에는 이미 비가 그쳤고, 천둥도 어딘가 멀리 사라진 것 같았다.
"자, 그럼 이제 돌아갈까요."
"우미쨩."
-왜 그래요, 코토리.
멍하니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녀에게, 이번에는 내가 입을 맞추었다.
"고마워, 이름 잔뜩 불러 줘서."
"아뇨, 죄송해요."
"뭐가 말야?"
"그, 중간 쯤부터... 부를 수가 없어서..."
"...아냐."
"네?"
"들렸어, 잔뜩. 우미쨩, 계-속 코토리를 불러 줬는걸."
"...네."
"저기, 우미쨩."
"왜 그러시죠?"
"어떻게 코토리가 여기 있는 걸 알았어?"
"네?"
"오늘은 연습도 없어서, 여기 남는다고 전하지도 못 했잖아?"
"아, 그랬죠. 하지만..."
"하지만?"
"곧 옷이 완성된다고 했잖아요?"
"응."
...기다려도 우미쨩은 말을 잇지 않았다.
"그래서?"
"네? ...아, 코토리는 그럴 때 보통 교실이나 자기 방에서 일을 하지만..."
"하지만?"
"...자, 오늘은,"
잠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던 우미쨩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서 난 행동을 재촉했다.
"오늘은, 뭐?"
"...제가 궁도부에 간다고 말했으니..."
-혹시 기다려 주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서...
그렇게 작게 소곤대는 그녀의 말에 움찔했다.
아, 그렇구나.
왜 코토리가 오늘은 집에 돌아가지 않은 건지 코토리 스스로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훅, 순식간에 이해가 갔다.
왠지 굉장히 기뻐졌다.
"코토리? 왜 웃는 건가요?"
이상하다는 듯, 다시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오늘 몇 번째인지 모를 입맞춤을, 다시 우미쨩을 향해 보냈다.
코토리보다도 훨씬 코토리를 잘 아는, 사랑스러운 그녀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