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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과 눈물과 장난꾸러기 고양이
片想いと涙と悪戯猫
글: 夏林 (http://www.pixiv.net/member.php?id=2901927)
출처: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4576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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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작은 즐거움을 가지고 있다.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즐기는 자신만의 즐거움. 한 주의 끝에 먹는 살짝 비싼 초콜릿이나 텃밭에서 방울 토마토를 수확하는 것, 단골 커피숍의 신메뉴에 도전하는 것 등. 나, 니시키노 마키의 경우에 그것은 바로 별을 바라보는 일이었다. 대학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니면 빌린 방의 발코니에서, 멍하니 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걱정거리들이 녹아내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별을 봐도 녹이지 못하는 고민이 있었다. 거실 탁자 위에 놓인 랩으로 쌓인 몇 개의 그릇들. 요즘들어 린은 집에 늦게 돌아왔다. 발코니에서 소곤소곤 조용히 전화를 할 때도 있었다. 린은 확실히 친구가 많기는 하다. 놀러 갔다가, 먹으러 갔다가, 전화를 하는 것도 나보다 잦았다. 하지만 그걸 마키에게 숨긴다는 건 없는 일이었다. 물론 늦게 돌아오는 것이나 전화 상대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하지만 내가 납득할 만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 그래. 요즘 좀 바빠서 말야. 세미나랑 리포트 때문에. 미안해, 마키쨩!"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더 추궁하는 건 쓸모 없는 짓이란 걸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래서 나는 멍하니 별을 바라보며 린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것이다.
"바람 피우는 거 아냐?"
"내가 질린 거야."
"린이라면 인기도 많겠지."
눈길 구석에 화륵 불꽃이 튀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그런 생각까진 들지 않도록 힘겹게 머리를 쥐어 짜 냈지만 내게 그런 재주는 없었다. 몇 년 전부터 나는 린에 대해서는 서투르기 짝이 없었다. 아, 이런 식으로 불안에 쫓길 수록 자신이 린을 좋아한다는 사실에 자조 섞인 웃음이 나온다. 가을이 깊어진 지금,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발코니에 나가면 조금 춥다. 바람이 눈을 자극해서 별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 날도 린은 내가 잠자리에 들고 나서야 돌아왔다.
"웬일이야, 네가 먼저 연락을 다 하고."
카페오레의 빨대를 만지작거리며 입꼬리를 올려 웃는 사람은 고등학생 시절의 선배다. 다른 사람 중에서도 상담할 만한 선배나 친구는 있었지만 때마침 모두 예정이 있었기에 야자와 니코를 택한 것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마키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며 조언도 적절하다.
"린이 바람을 피운다는 거구나."
니코가 턱을 괴며 그렇게 말하고는, 눈을 내리깔고 기억을 더듬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하나요랑 만났었는데, 하나요도 린이랑 대화를 좀 해 본 것 같았지만 그다지 바뀐 건 없었대. 이런 이야기는 하나요한테 직접 듣는 게 나을 거야."
"그래."
"도움이 되지 못 해서 미안해. 그런 표정 짓지 마."
무뚝뚝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배려해주는 것 같아서, 나는 커피를 마시고 머리를 식혔다.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단서가 없는 일은 흔치 않다. 좋건 나쁘건 린은 완전범죄 따위는 꿈도 못 꿀 사람이다. 몰래 컵라면을 먹을 때도 물을 끓인 주전자를 치우는 걸 까먹고, 내가 좋아하던 머그컵을 떨어트려 깼을 때도 딱 한 조각을 방 구석에 떨어트린 채였다. 그러니 분명 린이 나 몰래 무언가를 하고 있다면 어딘가 흔적이 남았을 터였다.
"꽤나 여유 없어 보이네. 너는 그럴 때도 태평히 있을 수 있는 타입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면 네가 아직 미숙할 뿐인 거 아닐까? 꼭 짝사랑 하는 것 같아."
거친 소리를 내며 빨대를 빨아대면서,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시원스레 말한다. 깔끔하게 마음의 표면을 조각내듯이. 마음이 쪼개진 곳에서 소리 없이 고요히 솟아나는 것은 분노나 슬픔이 아니라, 더욱 미지근하고 더욱 무거운 것. 바로 사랑이다. 아아, 너무나도 부끄럽다.
"의외로 물어 본다고 이야기해 주는 타입도 아니잖아. 아직 돌아가지 말아 줬으면 좋겠어."
머플러에 파묻은 얼굴이 조금도 따뜻하지 않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쩐지 발걸음이 무거워져서 멀리 있는 편의점까지 가 버렸다. 목적도 없이 들어갔기에 선반 앞을 오락가락 서성이다가, 계산대에서 기다리는 점원의 시선을 못 견디고 과자를 몇 개 들고 나왔다. 부스럭거리는 시끄러운 봉투를 붙들고 자포자기하는 듯 발걸음을 옮긴다. 차라리 부모님 댁에 돌아가 볼까, 어머니는 조금 놀라겠지만, 따뜻이 환영해 주실 것이다. 왜 그러냐며 부드럽게 물어봐 오면 나는 제대로 설명도 못 하고 그저 쓸쓸함과 미안함만을 품게 되겠지. 아니, 그럴 바에는 그 방에서 홀로 있는 편이 낫다.
"마키쨩."
뒤에서 마치 연기같았던 상상을 찢어버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에 올곧은 목소리를 들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옆에 달라붙어서 '지금 돌아오는 거야?' 라며 웃는다. 언제나 그렇다. 린은 언제라도 린이다.
"린이야말로 오늘은 빠르잖아?"
"아하하, 좀 말이 거치네."
"뭐가 말야."
"아니, 아무 것도 아냐. 오늘은 상관 없어."
니코의 말이 가슴 속에서 떠돈다. 신경쓰이면 물어보는 게 낫다. 지금이라면 물어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 걸음씩 내딛을 때 마다 시계추처럼 흔들리는 용기가 분명 있었다. 흔들리고, 흔들리고, 또 흔들릴 때 마다 더욱 세차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가느다란 실을 뿌리치는 건 이제 시간 문제다.
"저기."
"응?"
"요즘 늦게 돌아오는 거, 뭔가 다른 이유 있는 거 아냐? 그, 세미나나 리포트 말고."
"...아-, 맞아."
깨끗이 인정하는 주제에 걷는 속도는 변하지 않는다. 사람 말을 안 들은 건 아니고, 대답할 말을 궁리하는 것 같았다. 린이 최대한 자기 생각을 잘 전하기 위해 할 말을 궁리하고 있다는 걸 깨달은지 얼마나 지났을까. 어쨌든간에 지금은 기다린다. 아무 말도 없는 것이 조금 거북해서, 머나먼 빛을 멍하니 바라보며 줄지어 걷는다.
"마키쨩."
모르는 사이에 린을 앞질러 있었다. 린 뿐만이 아니라 집을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린의 표정은 생각이 완전히 끝난 듯 해서, 홀로 홀가분히 서 있었다. 무거운 무언가가 묵직하게 나의 뒤꿈치를 붙잡고 있는 것 같았다.
"실은 마키쨩 말대로 세미나나 리포트는 그렇게 바쁘지 않았어. 요즘 린이 그랬던 건 뭔가 사정이 있었달까, 그, 린의 사춘기라고나 할까."
"제대로 말해."
마주보고, 백색 형광등에 비춰지는 오렌지색이 눈부셔서 조금 아래를 바라본다. 낯익은 테이블의 결을 바라본다. 또 건성으로 얼버무리는 린을 부추기듯이 쏘아붙인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뭐라고...?"
"아르바이트!"
'돈 문제로 곤란했어?"
"아니. 아, 마키쨩 정도로 여유 있었던 건 아니지만 곤란할 정도는 아니었어."
"그럼 왜...."
"직접 보는 게 빠를 거야."
뛰어오르듯이 움직여서 자기 배낭을 바스락거리며 뒤진다. 프린트며 과자 쓰레기니 하는 것들로 조금 지저분하다. 바람 피운 게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인지, 절로 한숨이 나온다. 숨통을 조이던 것들이 쓱 빠져나가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았다. 직접 보는 게 빨라, 라며 그 뭔지도 모르겠는 것을 위해 나 몰래 매일 밤 아르바이트를 했다. 만약 쓸데 없는 거면 화 내도 괜찮겠지, 라며 스스로 먼저 대답을 꺼내 둔다. 짜잔- 하며 효과음을 입으로 내며 호들갑스레 눈 앞에 꺼내든 것은 조그만 액세서리. 목걸이... 처럼 보였다. 그걸 원해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걸까. 린으로선 흔치 않은 일이다.
"그렇게 사고 싶었어?"
"응! 어라, 마키쨩 기억 안 나는 거야?"
"뭘 말야?"
"내일이 무슨 날인지."
"내일?"
장난기 걸려는 얼굴인 채로 우물쭈물거리며 안절부절 못 한다. 생일은 아니다. 린의 생일도 아니다. 또 뭐가 있을까, 크리스마스... 라기엔 너무 빨라. 아, 이런 막다른 골목같은 걱정은 이제 지친다.
"우리는 내일부터 사귀기 시작하는 거야. 마키쨩은 기억 못 하는 것 같지만 말야, 아무튼 그러니 기념하고 싶어서 쭉 생각하고 있었어. 마키쨩은 반지같은 건 너무 노골적이어서 싫어 할테고, 손가락이나 손목은 입고 벗고 하는 게 귀찮을 테니 목이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서 마키쨩도 해 줄 만한 디자인을 몰래 찾고 있었던 거야. 그런데 좋아 보이는 물건에는 린이 생각했던 것 보다 값에 0이 하나는 더 붙어서 말야!"
말하고 싶은 것들은 잔뜩 있다. 너무나도 눈부셔서 눈물이 흐를 것만 같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죽여야만 한다. 내 안에 살고 있는, 짝사랑을 하는 나를.
"린, 나, 네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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