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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 하자 (린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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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 하자

ねっちゅうしょう


글: 耀斗 (http://www.pixiv.net/member.php?id=1660177)

출처: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2608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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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육관도 상당했지만, 태양이 무섭게 내리쬐는 운동장은 말 그대로 지옥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어째서 일부러 이런 때에 구기 대회 따위를 하는 걸까, 한 번 이사장에게 물어볼 일이다. 덥지만 않았다면 괜찮았을지 몰라도, 이래서야 바로 햇볕에 타 버린다. 귀찮게도, 끈적인다며 싫어하던 린에게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준 건 오늘 아침 일이지만, 지금 시간은 정오 이후 2시간쯤 지난 때였다. 틀림없이 지금은 땀 때문에 흐르고 있을 것이다. 괜히 뛰어 놀기나 할 애니까 더욱 그렇다. 어서 불러야 한다. 좀 더 아이돌이라는 걸 자각하고 눈치를 보라고 평소에 말하고 있지만, 정말 소 귀에 경 읽기다. 린이 괜찮다고 해도 나는 곤란하다. 니코가 있었다면 분명 꾸짖어 줬을 것이다.

 "린!"

 동급생에게 둘러싸여 감탄하는 소리를 받으며 능숙히 공을 다루는 린을 향해 소리쳤다. 운동장 가운데까지 닿을 정도로 큰 소리는 쓸데없는 주목을 끌어 버려서, '니시키노 선배다' 같은 속삭임이 여기저기서 들려 온다. 난 3년간 꽤 유명해져 버렸다. 곧바로 내 쪽으로 달려온 린도 마찬가지였다. 린이 투 샷을 찍으려는 듯 휴대전화를 꺼내는 1학년에게 사근사근한 말을 걸어 몇 마디 나누고는 결정타로 악수해 줘서 녹아웃시킨다. 그 결과, 그 카메라가 우리를 찍는 일은 없었다. 그 애는 가엾게도 얼굴이 너무나 새빨개졌다.


 "너, 이런 상황을 피하는 실력은 정말 늘었구나."

 "사생활이니까, 라고 부탁했을 뿐이야-, 그래서 무슨 일이야? 린은 지금부터 축구 결승전인데… 아! 혹시 응원하러 와 준거야?"

 "아니야. 자외선 차단제 말이야, 너 아침 이후로 안 발랐잖아? 그리고 더우니까 붙지좀 마."

 "어-, 응원은?"

 "이것만 발라 주고 교실로 돌아갈 거야. 자, 아래 쳐다봐."


 으으-, 하고 볼멘 소리를 내는 린의 뺨을 잡아서 아래를 보게 한다. 1학년 땐 하나요보다 작았던 주제에, 이제 에리의 키도 넘어섰다. 덕분에 의상을 고치는 일을 코토리에게 부탁하는 처지가 됐다. 린을 올려다 봐야 한다는 것도 짜증나지만, 굳이 그걸 말하는 것도 귀찮다.


 "마키쨩 손 차갑네."

 "그래? 자, 다음은 목덜미 대."

 "뭔가…"

 "뭐가?"

 "키스 하기 직전 같아."

 "…다음은 팔 내밀어. 그보다, 자외선 차단제 정도는 알아서 바르라고, 스쿨 아이돌이잖아."


 린의 말을 가볍게 날려 버리고, 가까이 있는 2학년이 여길 돌아보는 것이 시야 끝에 들어왔다. 이러니 내가 눈치 좀 보라고 누누히 말하는데. "마키쨩의 손은 차가워서 기분이 좋으니까, 어쩔수 없다냐" 하고 웃는 모습이 밉살스럽다. 검은색 모자를 눌러 고쳐쓰고, 쪼그려 앉아서 두 다리에 집중한다. 린에게 맡긴다면 대충 넘어가서 얼룩이 생겨 버리니 어쩔 수 없다.


 "마키쨩, 간지러워."

 "참아."

 "응원은 안 올 거야?"

 "교실에서 지켜볼게."

 "마키쨩을 위해서 골 넣을 거라고 다짐할 건데도?"

 "고맙다고는 해 줄게."

 "직접 보러 와 주지 않으면 외롭다냐."

 "너무 덥다구. 벌써부터 옷이 땀으로 촉촉하잖…."

 "앗, 지금 그 세 글자, 천천히 말해 봐!"

 "쪽-하자… 라니, 그건 학교에서는 안 된다고 했잖아. 잊었어?"

 "왜 안되는데?"

 "'왜'가 아니잖아."

 "으- ……아, 마키쨩, 모자좀 빌릴게."

 "뭐?"


 대답도 하기 전에 머리가 흔들린다. 정성껏 내가 손가락을 미끄러트리던 발목에서 시선을 돌려 머리 위를 올려다 보니, 내게서 빼앗은 모자를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리며 갖고 놀고 있는 린이 보였다. 태양을 등진 모습이 너무나도 눈부셔서 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그것이 잘못이었다. 스륵 하는 소리를 내며 마치 강아지처럼 앉아서 린이 순식간에 내 입술을 훔쳤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감탄사. 돌아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번 더 내 얼굴에 바짝 달라붙어 속삭인다.


 "괜찮아, 가리고 있으니까."


 그 기세를 몰아 다시 한 번.

 각도를 바꿔서 곧바로 두 번.

 아쉬운 듯이 떨어져서 세 번.


 소리를 내며, 닿을 뿐인 그것.

 땀 냄새가 향기처럼 은근히 풍긴다.

 뺨에 닿는 모자의 감촉이 이게 백일몽이 아니라는 걸 가르쳐 줬다. 시선이 점점 모여든다.

 위험해, 안 돼, 더 이상은.

 겨우 오른손을 움직여 린의 머리에 촙을 날린다.


 "아얏!"

 "……, 리-인!"

 "왜 때려?"

 "……'왜'가! 아니잖아! 이 바보 린!"

 "괜찮다니까. 잘 가렸는걸."

 "너, 눈치를 좀…"

 "게다가 린은 누가 봐도 신경 안 쓴다냐."

 "…너, 네가 괜찮아도 나는…"

 "아, 날 부르고 있어. 그럼 마키쨩, 응원 부탁할게-! 다녀오겠습니다!"

 

 땅바닥에 주저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나의 모자를 고쳐 씌워 주고, 린은 운동장으로 달려 나갔다. 달려가는 중에도 열심히 손을 흔들어 팬서비스를 잊지 않는다.

 그런데도,


 "마키쨩-!"


 저 멀리서부터 들리는 큰 소리에 놀라 고개를 드니, 두 손을 모아 확성기처럼 만든 린이 뛰며 외치고 있었다.

 늘씬한 다리, 가늘면서도 근육이 붙은 팔. 어레인지한 보람이 있는 살짝 길어진 머리. 유일하게 바뀌지 않는 그 미소도, 그 무엇보다도 누구보다도 사랑스럽다.

 그런데도,



 "자외선 차단제! 고마워-!"



 그런데도!




 "네가 괜찮아도, 내가 곤란하단 말이야!"


 조금이라도 열기를 줄여 주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차가워서 기분 좋다는 말을 들었던 손이 땀으로 축축해져서 더욱 얼굴을 달굴 뿐이었다.

 거울이 없어도 쉽게 알 수 있다. 모자를 써서 숨기더라도 아직 교실로 돌아갈 순 없다.


 한여름 탓이라고 할 수 있다면,

 햇볕에 타 버린 거라고 말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 바보는 너무 눈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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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

원문은 熱中症 (열사병)과 '저기 츄 하자' 라는 말의 발음이 비슷한 것을 이용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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