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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정한 목표는 놓치지 않는 쪽과 사랑의 포로가 되는 쪽
狙い定めたら逃がさない方とトリコリコになっちゃう方
작가: おかゆ(http://www.pixiv.net/member.php?id=17837326)
원문: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7188342
번역: 낮-꿈(d4y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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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놀러가자는 이번 주말의 약속은 얄궂은 비 때문에 깨지고 말았다. 원래대로라면 오늘 누마즈까지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나는 육지에 올라와 있었다. 그걸 또 아와시마까지 돌아가는 건 시간 낭비 같아서 리코와 이야기해 보았더니, 리코는 선뜻 나를 집으로 초대해 주었다. 나도 모르는 새에 나는 리코네 집에 첫 방문을 하였다.
리코네 집이 치카네 옆집이란 건 이미 치카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곧잘 아와시마까지 놀러 와 그런 이야기를 해 주니까. 요즘 또 요우와 다퉜다는 듯했다. 어쩌면 좋냐고 물어 오는 치카에게 적당히 ‘허그하면 화해할 수 있어’ 라고 일러 두었다.
“실례합니다.”
현관에 들어서자 익숙치 않은 남의 집 냄새가 코를 스쳤다. 촌놈이라 설명할 방법을 모르겠지만, 불쾌한 냄새는 아니었다.
“어서 와.”
이윽고 나타난 리코의 어머니와 인사를 나누었다. 이전에 선착장에서 리코와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인사드렸을 때, 모르고 리코의 언니인지 물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정도로 리코의 어머니는 동안이었다.
먼저 제 방에 올라가 계세요, 리코가 그렇게 재촉하고 나는 그대로 리코의 방으로 올라갔다. 리코는 차를 내 올테니 곧 따라오겠다고 했다.
2층에 올라가 유일하게 열려 있는 문 틈새로 안을 들여다 보니, 그랜드피아노가 있었다. ‘Riko’라고 쓰인 판까지 문에 걸려있었어서 리코의 방이겠거니 하고 들어섰다.
말끔히 정돈된 이 방에 가득 찬 것은 분명 리코의 향기이리라. 좀 어질러 둔 내 방을 떠올리고는 돌아가면 곧바로 청소부터 하자고 반성했다.
어디 앉아야 할까 고민하던 끝에, 침대 옆 바닥에 들어앉아 침대를 등받이 삼았다. 그리고, 나는정말로 별다른 이유 없이 리코의 침대 아래를 들여다 보고야 말았다. 가운데쯤에 노트같은 것들이 가로로 쌓여 있었다. 옛날에 쓰던 악보같은 것들이겠지 싶어 한 권 꺼내들자, 그 표지에 나는 조금 놀라고 말았다.
“벽치기 앤솔로지…….”
여자끼리 온갖 자세로 벽치기를 하며 상대방을 함락시켜 간다는 것을 캐치프레이즈로 구성된 만화 같은 것이었다. 선입견은 없었지만, 리코에게 이런 취미가 있었다는 점에서 놀랐다.
그리고나서 조금 호기심이 생긴 나는 침대 아래에서 여러 권을 꺼내들었다. 선배와 후배가 등장하는 것, 턱꾹, 일상생활 달달한 단편, 등등. 휙휙 넘기면서 봤지만 온통 신선한 것들 뿐이었다.
“오래 기다리셨…….”
리코에게 있어 실로 나쁜 타이밍이었으리라. 리코는 두 명 분의 다과를 담은 쟁반을 들고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내가 손에 쥔 것을 본 리코의 얼굴이 움찔거렸다. 슬금슬금 쟁반을 바닥에 내려두고 내 손에서 책 같은 것들을 빼앗아 들고는 양 손에 쥔 채 내게서 숨기려는 듯 뒤돌았다.
“저, 저기…… 리코?”
리코의 등에 대고 이름을 불러 보아도 미동조차 없었다. 으쌰, 몸을 일으켜 리코에게 다가가 어깨에 슬쩍 손을 올렸더니 순식간에 떨어져 도망쳤다.
리코의 얼굴은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
아무 말도 없이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놀러 왔는데 내 호기심 때문에 다 망쳐버린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든 리코의 기분을 풀어주고 싶어 주위를 둘러 보자, 리코의 바로 뒤에 벽이 있었다. 그리고 떠올린 것은, 리코가 쥔 그 책 속의 내용.
각오를 마치고 난 리코에게 다가섰다.
===
최악이었다.
들키지 않도록 침대 아래에 숨겨 둔 산더미같은 동인지들이 좋아하는 선배에게 들통나 그 내용까지 들키다니. 여러 권이 늘어져 이는 걸 본 나는 올해 들어 가장 빠른 속도로 움직여을 것이다. 카난 선배의 손에서도 빼앗아 들어 책과 내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등졌다.
이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카난 선배의 시선을 차단하며 밖으로 나가더라도 엄마가 있다. 이대로 있어도 카난 선배는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사쿠라우치 리코, 어쩔 셈이야? 그런 생각을 하던 도중, 어깨에 손이 닿았다. 깜짝 놀라 반대 방향으로 뒷걸음쳤다. 어깨에 손을 올린 건 카난 선배. 어쩌다 찾았어요, 놀래키지 말아 주세요, 그런 감정들이 뒤섞여 나는 카난 선배를 노려보았다.
그 이후 카난 선배는 처음으로 곤란하단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잠시 후 뭔가 결단을 내린 듯 내게 다가서기 시작했다. 천천히, 한 걸음씩. 나도 그걸 따라 한 걸음씩 물러선다.
그리고 등에 닿은 건 벽이었다. 아, 큰일이다. 도망칠 곳이…… 그렇게 떠올렸을 땐 이미 늦었다.
“리코.”
잡아먹힐 듯한 보랏빛 시선에 응시당했다. 이대로라면 붙잡힐 게 뻔했기에 도망칠 장소를 물색한다. 오른쪽은 책상, 뒤는 벽, 왼쪽에…… 길이 있다.
그대로 도망치려 발에 힘을 준 순간, 카난 선배는 내가 도망치지 못하게 왼쪽 벽을 쾅 하고 손으로 막았다. 이상하다, 한 번 정한 목표는 놓치지 않는다고 노래한 건 나인데.
“리코, 도망치지 마. 괜찮으니까.”
무슨 근거로 괜찮다는 건지 생각에 잠기는 나, 그리고 한 걸음 더 다가서는 카난 선배. 이거 그거였다. 지금 손에 쥔 한 권의 동인지, 그 벽치기.
더욱 가까워진 카난 선배, 이제 더는 물러설 수 없는데도 벽에 몸을 밀어 붙이는 나. 크지 않은 키 차이에 카난 선배를 눈동자만 들어 올려다 보니, 본 적 없는 진지한 표정이었다.
“조금 만질게.”
아니, 어디를!? 그렇게 내심 놀란 나. 카난 선배는 그런 내 턱을 붙잡았다. 볼 것도 없이 이건 턱꾹 특집에 있던 것이었다. 그리고 카난 선배는 말 그대로 턱을 꾹 눌러 올렸다.
분명 이런 장면이 선후배 특집편에 있던 것 같았다.
“지금 두근거렸어?”
살짝 웃음지었다. 아, 나는 지금 카난 선배의 사랑의 포로. 그렇게 생각했다.
“……키스, 해 주세요.”
사귀는 것도 아닌데, 입이 먼저 움직여 그런 말을 내뱉었다.
===
키스해 주세요, 그런 말을 들은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아무튼 리코의 첫 키스를 빼앗는 건 아니다 싶어 뺨에 살짝 입을 맞추었더니, 리코는 더욱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떨구었다. 뭔가 잘못한 건가 싶어 조금 떨어졌더니, 리코는 쥐고 있던 책을 책상에 올려 두고 그대로 나를 껴안았다. 귀엽다.
뭣만 하면 허그 하자면서 들이대는 나니까, 리코와도 허그 하려 그대로 리코를 껴안아 주었다. 그러자 리코는 더욱 힘을 주어 나를 꽉 안았다.
지금껏 이런 어린 아이같은 리코를 본 적이 없었기에, 나는 놀라면서도 조금 안심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응석부리고 싶어도 참는 성격일지도 모른다.
이대로 계속 서 있을 수도 없다고 생각한 내가 리코를 떨어트려 ―리코는 조금 유감스럽단 표정이었다― 리코의 손을 잡고 침대로 걸어갔다. 나만 침대에 걸터앉아 허벅지를 두드리며 이리 오라고 신호를 주니, 리코는 그대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무릎에 앉아 주었다. 나는 기쁘게 또다시 리코를 끌어안았다. 그 순간 두둥실 하고 리코의 향기가 나의 코를 간질였다. 그 향기는 처음 리코 방에 들어왔을 때 느꼈던 그것이었다.
사랑의 포로로 꼭, 그렇게 노래한 건 나인데 설마 리코의 포로가 되다니. 아까 나는 한 번 정한 목표는 놓치지 않는다는 상태였는데, 뭔가 웃긴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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