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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리야, 나는 하늘을 날 수 없어.
マンタ、僕は空を飛べない
글: i0―0i/水之江めがね (http://www.pixiv.net/member.php?id=12734527)
출처: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495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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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때 초여름의 일이었다.
지난 봄, 대회 지역 예선에서 패배하고 만 A-RISE에 대한 미련인지, 전 대회와 그 이전 대회의 우승 학교인 오토노키자카의 아이돌부와 UTX 고등학교 아이돌부에는 각자 전국으로 향하는 시드권이 주어져 있었다. 그렇지만 그건 오히려 다시 우승하는 것에 대한 압박이 되었다. 작곡 담당으로써 노력해야 할 일일 텐데도 어째서인지 일어설 기운조차 없어서 이런 때가 될 때까지 슬럼프를 질질 끌고 오고 있었다.
―아이돌, 계속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입 밖으로 수십 번 말하였다. 마음 속으로 천 번은 되뇌었다.
하나요는 '그래, 우리도 힘내야겠네' 라며 위로하듯 미소지을 뿐이었다. 린에게선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폐교를 막았고, 학생을 모았고, 우승을 했다.
우리들의 과거는 빛으로 가득 찼었다. 지금도 분명 그 추억 속에서 빛나고 있을 것이다.
새로운 후배도 생겼다. 작곡이나 작사를 할 줄 아는 아이도 있었고, 악기를 잘 다루는 아이도 있었고, 의상이나 헤어 스타일에 정통한 아이도 있었다.
이제 누구 하나, 둘도 없이 소중한 사람이란 건 없게 되었다. 누군가가 빠져도 다른 사람이 대신 들어온다. 이전에 누군가가 맡았던 역할을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오토노키자카 고등학교 아이돌부는 스쿨 아이돌을 목표로 하는 풍부한 인력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인재가 이곳저곳에 만발하는 아이돌 시대. 이렇게 재능이 있는 동료들을 만날 일은 더 없을 것이다. 아무튼 부원은 40명을 넘었고, 그 중에는 처음부터 스태프 일을 지망하고 들어온 학생도 많았다. 아이돌 스스로가 땀을 흘리지 않더라도 무대가 만들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스스로가 노력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맡아 줄 것이었다. 수험 공부중 짬짬히 운동 부족 해소를 위해 댄스 레슨에 갈 정도로 상황은 괜찮아진 데다, 의대 지망생이 피아노랑 장난치고 있어 봐야 좋을 리 없었다.
그런데도 항상 내 손과 머리에는 음악이 달라붙어 있다.
어느 때나 머리 속에서 선율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수학 문제를 풀고 있을 때에도 영어 장문을 독해할 때에도 머리 속에 음악의 조각만이 날아다니면서도, 정작 피아노 앞에 앉으면 집중하고 있을 순 없었다. 모든 것이 파편에 불과했다. 추억도, 모습도, 빛도, 연출도, 테마도 모든 것이 자기 모습을 잃은 채로 흐트러진 파편처럼 머리 속을 채우고 있었다.
뭔가를 연주하고 싶어. 뭔가를 부르고 싶어.
음악만이 날 치유해 준다. 음악만이 내 구원이다.
그렇게 믿고 있던 때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단지 그것 뿐일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하니 나 스스로가 더는 음악을 사랑하지 않게 된 것 같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과거 음악에 능하던 자신을 사랑하며, 과거의 영광과 즐거웠던 추억을 그리워하는 것 만으로.
입 밖으로 그런 소리를 내진 않았고, 말 한 마디마다 그런 일이 없도록 조심했다. 부부장이 그런 소리를 한다면 사기가 떨어진다.
―그렇지만, 아마 분명히 다들 눈치채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전차를 타고 학원에 가던 길이었다. 강의는 없더라도 자습실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거긴 집보다 훨씬 더 집중할 수 있다.
부원의 수가 열다섯을 넘어서면서부터, 부활동을 하지 않는 날이라는 것이 처음으로 생겼다. 이전까지는 멤버 중 둘만 모이더라도 무언가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옥상이나 부실에서 연습을 했었다. 장소가 없으면 복도에서라도 춤을 췄다. 시간을 쪼개가며 정말로 필사적이었다. 작년까지는 말이다.
이제는 삶에 여유가 생기고 있다. 아이돌 생각만 하며 필사적이었던 지난날이 아니다. 누군가가 대신 허드렛일을 해 주자 평범한 학생으로서의 생활을 할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말았다. 이전의 초조함이란 더는 없다.
전차를 타고 그대로 가면 학원에 도착할 것이었다.
그런데 문득, '가자' 라며 린이 손을 잡아끌었다.
하나요는 '잘 다녀와' 라며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엇, 잠깐, 대체 무슨…"
"괜찮으니까 가자냐―!"
손을 잡아 끌려서 그 자리에서 일으켜진 나는 하나요에게 등을 밀려 전차 밖으로 밀려나왔다. 두 명이 짠 것이다. 이건 말도 안 된다.
"린쨩, 올 때 선물 부탁해!"
"여긴 맡겨 둬! 갈 때 고래상어 카레 사 갈게!"
둘의 주고받는 눈빛에서 이미 짜여져 있던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잠깐! 그게 무슨…"
"미안해, 마키쨩. 아직 비밀이야."
역에서 돌아보니 변명할 여지도 없이 미안하다는 듯 눈썹을 여덟 팔(八)자로 만든 하나요가 보이고, 가차 없이 전차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정말!"
"히힛― 작전 성공!"
린은 즐거운 듯 방방 뛰어댄다.
아직 6월이었는데도 역은 달궈진 프라이팬처럼 더웠다. 태양빛을 가려주는 짧달막한 함석 지붕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아서 햇빛이 거침 없이 들어와, 역은 한여름같이 작열하며 무더웠다. 아주 멀리서 매미가 울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기분 탓인가 싶었지만 확실히 귓가에 울리는 여름의 상징과 그 뒤죽박죽함에 나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환승해서 가자."
멍하고 있으니 린이 내 손을 잡아 챘다. 땀이 배어 있었지만 불쾌하진 않았다. 힘차게 죽죽 끌어 나가고 있었다. 마치 1년 전 호노카가 내 손을 잡고 곡을 만들게 했던 때처럼.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미 소리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역에 있는 길거리 국수집의 벽에 붙어 있던 '중화 냉면 판매를 개시합니다' 라는 말은 확실히 이 무더위에 알맞은 것이었다. 아직 6월인데도 마음이 성급하다. 모두가 여름을 기다리면서 벌써부터 우왕좌왕하고 있다.
계절은 순식간에 흘러간다. 내가 멈춰 있는 사이에, 날 버리고 떠나 버린다.
여름은 미소의 계절. 반짝이며 날듯이 뛰어오르고 싶은 계절. 분명 그런 것이었다. 그 마음을 잊어 버린다면 여름의 노래 따위는 부를 수가 없게 된다.
아, 그렇기에 지금이 슬럼프인 것이다. 그 생각이 스치자 불쾌해졌다.
시간표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린이 말한다.
"그러니까. 36분 출발이라는 거네."
"흐음."
"그러면 얼마나 남은 걸까?"
반사적으로 손목 시계를 들여다 본다. 그리고 작은 한숨을 내쉰다.
"뺄셈 정도는 할 수 있잖아?"
"그치만 린은 그런 거 잘 틀리는 데다 서투른걸. 마키쨩이라면 쉽겠지?"
"그렇긴 하지만, 머리를 쓰지 않으면 점점 바보가 될 거야.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냐……"
우는 척을 한다.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정말이지, 린은 맨날 그런 식이야."
"맨날 그러는 게 아냐. 그치만 마키쨩에게는 응석 부리고 싶어지는걸."
그렇게 말하고는 린이 뒤에서 안겨 왔다. 햇볕으로 데워진 교복의 온기, 그로부터 한 박자 늦게 린의 체온이 전해져 온다.
"왜 그러는 거야, 정말."
이마를 등에 비벼댄다. 고양이가 냄새를 묻히는 것 같다.
"시간이 얼마나 남은 건지, 린은 잘 모르겠어."
그래도, 지금 이 순간 뿐인걸.
중얼거리는 내 목소리는 가짜 매미 소리에 섞여서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걸 핑계로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해 주지 않았다. 검붉은색 전차가 오는 것을 우리는 이글거리는 햇볕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둘은 칸막이가 있는 자리를 잡아, 가방을 옆에 두고 서로 마주 앉았다. 평소 앉았던 자리보다 더 푹신하고, 묘하게 설렌다.
"좋네, 소풍 가는 느낌이야."
린은 그렇게 말하면서 과자를 꺼냈다. 그리고는 내게 내밀어 건냈다.
"고마워."
"천만에."
조금 전까지 약해졌던 마음이 거짓말이었던 것 처럼 린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창 밖을 보니 고층 빌딩 사이로 선로가 뻗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잔뜩 전선에 둘러 쌓인 채 교묘하게 짜여진 경로와 운행표에 의해 어떻게든 스쳐 빠져나가, 도시를 벗어나려 하고 있다. 그건 내가 기억하고 있던 것보다 더 느리다. 목적지를 향해 꺾이는 궤도가 전차를 맞는 길로 이끌어 간다.
전차의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전차의 바로 근처에 다른 물체가 있어서 거기 초첨을 두고 있을 때 뿐이다. 회색 담장, 잿빛 전봇대, 혹은 설탕 공예품같은 건물의 유리창. 그 생명이 없는 것들은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하는 순간 뒤로 흘러간다.
발로 달리는 것 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전차는 거리를 빠져나간다. 한 번 타 버리면, 전차는 좋든 실든 저절로 앞으로 나아간다. 그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따질 여유도 없이 급행열차는 달린다.
어떤 경로로 가는지는 모른다. 표를 샀을 때 이미 길은 정해져 있던 것이다. 이제 와서 바꿀 수는 없고 그럴 권리도 없다.
"무슨 생각해?"
"……아무것도."
의미가 있는 생각은 아무것도 안 했어.
그렇게 대답하자 린은 뺨을 부풀렸다.
"왜 그래?"
"아아무거엇도!"
마치 보복하듯이 그렇게 말하고는, 날 속여 넘겼다는 표정을 짓더니 자기까지 넘어가 웃어 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창 밖으로 바다가 보이자, 마침내 내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멀리까지 왔네."
"그러게."
린도 다시 눈을 빛내며 머나먼 수평선을 보고 있었다. 기우는 해가 수면에 황금빛으로 번쩍이며, 마치 보석이나 진주처럼 눈부시게 보였다. 그리고 그건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언젠가 봤던 겨울의 저녁 노을과 다름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그와 다른 점이라 하면 이 바다의 푸른 빛깔은 맑게 갠 하늘을 비추어 색이 계속 짙어지는 듯 해서, 내 기억에 남아 있는 납빛 바다는 잊혀지는 듯 했다.
덜컹거리는 바퀴 소리나 삐걱거리는 차축의 소리, 건널목 소리가 울려 퍼지다 멀어지고, 다가왔다가 사라져 간다.
내가 물었다.
"어디서 내린다고 했지?"
"앞으로 두 역 남았어."
"거기서부터 걷는 거야?"
"조금 걸어야 해. 하지만…"
우리 둘이니까. 우리 둘이라면.
"즐거울 거야."
꼭 그래야 한다고 자신에게 타이르듯 린이 말했다.
"그러겠네."
짧게 답하자, 린은 말을 쏟아내듯 빠른 어조로 말했다.
"그치만, 이렇게 맑은데, 이렇게 좋은 날씨인데, 이렇게 하늘이 푸른데, 즐거워야만…"
"린, 진정해. 그거 다 같은 말이야."
"그치만, 날씨 좋으니까."
꼭 같이 걸어야겠다.
태엽 장난감이 멈출 때처럼 린은 지쳐버리고, 이윽고 말도 못 할 정도가 되어 창 밖을 바라보게 되었다. 날카로운 브레이크 소리를 내며 전차가 멈추었다.
"정말이야."
내가 손을 폈다. 린이 한순간 멍하니 서 있더니, 이윽고 당황한 듯 양손으로 내 손을 쥐었다. 그래서야 걷기 힘들겠지.
"즐거워, 덥긴 하지만."
눈을 보고 말하자, 린은 환한 웃음을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린이 말하는 '조금'이란 것에는 길을 잃는 경우는 포함하지 않는 것 같아서, 수족관에 도착했을 때 이미 역 앞의 매점에서 산 미네랄 워터는 절반만 남아 다 미지근해져 버렸다.
귀여운 돌고래와 물개 그림이 그려진 매표기에서 당일 입장권을 두 장 사서 안으로 들어간다. 어두컴컴한 입구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도중, 린은 불안함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고 쭈뼛거리며 내 손을 잡았다.
"뭐야?"
"물고기들, 무섭지 않아?"
마치 누가 듣는 게 싫다는 듯이 린은 속삭였다.
"유령의 집이 아니니까."
"그래도, 어두운데다 여기저기 움직이는 것들도 있어. 같은 거나 다름없잖아."
"물고기가 일부러 널 놀래키려고 움직이는 건 아니잖아?"
"그래도 린은 그걸 보고 놀라는걸."
"그건 딱히 물고기 탓이 아냐."
"그래도 놀란단 말이야. 그건 어쩔 수 없어."
린이 그러면서 천천히 발을 끌며 걸었다. 그 때문에 작은 턱에 걸려 버렸다.
"조심해."
"알았어."
대답 뿐이었다. 나는 고개를 살짝 가로저으며, 휠체어용 경사면을 오르기로 했다.
열대 바다를 수조에서 보고 있다. 형광 노랑색의 나비고기나 마젠타색 붉돔, 거리의 네온사인처럼 어렴풋이 푸른색으로 빛나는 자리돔 등이 자유롭게 조금씩 헤엄쳐 갔다.
"쟤들이 여길 보고 있어."
"그래?"
린의 말처럼은 아닌 것 같았다. 물고기들은 여길 개의치 않고 수조 속에서 바쁘게 멈추고 헤엄치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눈이 옆을 향하고 있으니까 똑바로 쳐다보고 있지 않더라도 우릴 볼 수 있어."
"그러려나. 그래도 시야가 넓으니까 집중해서 우리만 볼 수는 없을지도 몰라."
"으―음."
린은 마땅한 반론이 떠오르지 않는 듯 했지만 여전히 나의 어깨 너머로 물고기의 모습을 힐끔거리며 살피고 있었다. 고양이였다면 털이 곤두서고 꼬리가 부풀었겠지, 왠지 그런 생각이 떠올라 버릴 정도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게 무섭다면 왜 수족관에 온 거야?"
"계속 무서워하는 채로 있는다면 분한걸."
과연, 린도 성장하려는 마음을 갖고 여기에 온 것이다.
"가을엔 우리도 수학여행에 가잖아? 그것도 오키나와로! 꼭 즐기고 싶어. 거기 수족관이 대단하다고 코토리쨩이 말했으니까."
언제까지나 그런 이야기를 해 봤자 소용 없었기에 다음으로 갔다.
큰 원기둥 모양 천장, 드높은 홀 건너편으로 은빛 정어리 떼가 수만의 빛의 점이 되어 꿈틀거리고 있었다. 짙은 청색을 한 수조 안에서 집중 조명을 받으며 대형 스피커에서 나오는 장엄한 코러스와 함께 헤엄쳤다. 그 무리들을 헤집는 듯 커다란 가오리가 지느러미를 천천히 오른쪽에서 왼쪽로 휘저어 베었다.
순수한 마음으로 봤다면 분명 감동했을 것이다. 그러나 부자연스러운 연출은 아무리 생각해도 보기 거북했다. 옆을 보니, 린은 왠지 히죽거리면서 금방이라도 웃음을 터트릴 듯이 굽은 수조의 유리면을 보고 있었다.
"이 곡은… 그거네."
"아아, 맞아."
언젠가 하나요와 셋이서 보러 간 애니메이션 영화의 음악이었다. 분명 좋은 이야기였고, 음악도 좋았고, 이 곡도 중요한 장면에서 나온 것이긴 하지만, 거북한 마음을 한층 더할 뿐이었다. 다행히도 그 '일루전'이라 이름 붙여진 연출은 끝이 났다.
어쨌든 그 구름처럼 소용돌이치며 흩어지던 물고기의 무리들은 그 짜임새만으로 하나의 정체 모를 생물체처럼 보였다. 둥근 유리면의 건너에서, 그 무리에 섞이지 않고 헤엄치고 있는 가오리가 뜬금없어 보일 정도로 그 수조는 소용돌이치는 정어리 떼를 위해 꾸며진 것이었다.
홀 중앙의 계단으로 나와서 그곳에 앉았다. 부드러운 페트병의 물을 씹듯이 입 안에 머금는다. 밖에 있을 때는 미지근했던 물도 냉방이 되는 여기선 시원해져서 내 배 속으로 들어갔다.
"마실래?"
"응, 줘."
당연하게도 같은 음료수를 주고는 숨을 돌렸다. 조금 걸어다녔더니 지치고 말았다. 평소보다도 더 느리게 맞춰서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린은 정어리 떼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가오리가 이쪽을 향해 올 때만 살짝 몸을 떨었다.
"나는 것 처럼 헤엄치네."
"응. 넓적한데다 구불구불해."
우리는 가오리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작게 빛나는 정어리의 비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꾸며진 무대에 맞춰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는 보고 싶은 것 밖에는 보지 않았다.
"유리에 부딪히는 게 아닐까?"
"보는 방향이 다르잖아. 저긴 물 속이라고."
투명해 보이지만 거긴 벽이 있다. 부딪힌다면 쉽사리 죽음에 이른다. 날아오르기 전에 알아채고 피하지 않는다면 죽는다. 그 다음은 없다. 수조 밖으로 나가려 하면, 죽는 것이다.
"물 속이 아니라면 못 나는 거네."
그렇게 혼잣말을 하자 린이 뭔가 말할 게 있다는 듯 이쪽을 바라보았다.
"뭐야?"
"뭔가, 마키쨩이 쓸쓸한 말을 하니까."
나까지 쓸쓸해졌잖아, 책임져.
린은 그렇게 말하고는 머리를 내게 문지르며 다가왔다. 고양이를 어르듯 손가락으로 머리를 빗어 주었다. 항상 하나요가 린에게 해주는 것과 같이.
린은 이쪽을 보지 않은 채 말했다.
"마키쨩, 작곡 일은 계속할 거야?"
"엇."
손이 멈춘다.
대체 왜, 그런 걸 물어보는 거야. 지금 이런 타이밍에.
"……무슨 소리야? 나는 뮤즈의 작곡 담당이라구."
"그렇지."
그렇지만, 린은 말을 잇는다.
"지금 우린, 더는 뮤즈가 아닌 거겠지?"
스쿨 아이돌은 계속 하더라도, 이제 9명이 아니니까.
뮤즈는 끝났으니까.
"지금 1학년들, 정말 대단해. 중학생 때부터 보컬로이드라던가 동영상 제작이라던가 해 왔어. 작곡이라던가, 밴드라던가, 그런 것들 말야. 집에 스튜디오가 있는 애도 있고, 집이 악기 가게인 애도 있어."
듣기 싫었다. 나보다 적합한 사람이 있다면 길을 비켜 주어야 한다니, 그런 건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래도 곡은 계속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난 설 자리가 없다.
"계속할 거야."
"그래도 린은, 마키쨩이, 괴롭다면―"
"계속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런 말은 하지 마."
예상된 말을 막는다.
"니코쨩이랑 약속했었어. 쭉 해나갈 거라고."
"쭉? 언제까지? 우린 언젠간 대학생이 돼."
린이 토라진 듯 말하였다.
"대학생이 되면 스쿨 아이돌을 할 수 없는 것 쯤은 마키쨩도 알고 있잖아?"
누구보다도 잔인하게, 린이 말한다.
"'쭉' 이라는 건 없어. 어디에도."
언젠가는 그만두게 된다.
그런 건 말할 수 없었다.
알고 있지만, 그렇지만.
손에 쥐고 있던 페트병이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모르게 힘을 세게 주고 있었다는 것을 겨우 알아차린다.
린이 말한다.
"……1학년 아이에게, 우리가 불렀으면 한다는 새로운 곡을 받았어. 솔직히 좋은 애야."
언젠가, 어떤 기사에서 읽은 적 있다.
수족관에서 태어난 가오리의 새끼가 다른 물고기에게 쫓겨서 유리에 부딪혀 죽었다는 것이다.
아직 안과 밖을 구분할 줄 모른다. 자기가 태어난 장소도 모른다. 벽을 모른다. 붙잡혀서 수조로 온 게 아니다. 진짜 바다를 모르고, 자기가 속한 세계의 한계를 모른다.
그래서 죽었다. 나는 것과 헤엄치는 것을 구분할 수 있게 되기도 전에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혀서.
그럼 나도 그 아이를 죽이는 걸까?
어떤 악의도 없이 숭고한 동경심을 품에 안은 채, 안과 밖도 구분 못하며 날듯이 헤엄치는 후배를 투명한 벽에 부딪혀 죽게 만드는 걸까?
손에 쥔 페트병은 몇 번이고 찌그러졌다 펴지는 걸 반복해 찢어져서 구멍이 났다. 찢어진 부분은 날카로워져서, 갖고 놀았다간 상처가 날 정도였다.
필요 없어지면, 버려진다.
텅 비게 되면, 역할을 다할 수 없다.
"…가자."
일어나서 페트병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주먹을 불끈 쥔다. 손톱이 손바닥에 파고들어 살짝 아프지만, 곧 거기에 익숙해졌다. 결의가 분명 거기에 있었을 텐데, 어느샌가 풀어져 버린다.
다음 수조에 가도, 그 다음 수조로 가도,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어떤 수조를 바라보더라도 거긴 물고기가 혼자 있거나, 무리지어 헤엄치고 있을 뿐이었다.
동료와 있는 건 행복이다.
혼자 있는 건 자유다.
어느 쪽이 옳다고 할 수는 없다. 무엇이 옳은 것이라고 정할 수도 없다. 그저 물고기들은 헤엄치고 있었다. 마치 나는 것 처럼. 자기들의 영역 안에서 지느러미와 꼬리를 움직여 가며 몸을 비틀어 움직였다. 그건 틀림없이 자기 생각대로 하는 행동일 것이다. 무언가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고.
문득 뒤돌아 보니 린이 보이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빨리 걷는 바람에 린을 두고 와 버렸다.
몇 개의 작은 방들로 들어가 린을 찾는다. 평일 저녁인 덕에 사람은 적었지만 오토노키자카의 교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싫은 느낌에 심장이 뛰었다.
―그렇게 자기 생각만 하고 있으니까.
―혼자 앞으로 가버렸으니까.
―누군가를 돕지도 못하고, 그저 앞만 보니까.
―그래서 동료가 곤란해져도 도울 수 없어서 후회했기에.
가방 속에서 진동이 울려 퍼뜩 고개를 들었다. 린에게 온 것이다.
"정말, 마키쨩 느려! 지금 어디야?"
"엇, 앗, ……너야말로, 지금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당황함이나 동요가 목소리에 드러나지 않도록 되묻는다. 그래도 귀가 뜨겁다. 갑자기 찾아온 안심에 얼어붙었던 손 끝에 피가 돌기 시작한다.
"뮤지엄 샵까지 와 버렸어. 고래상어 카레는 매진이었어."
"아, 그래."
어느샌가 날 추월했다.
이쪽이 홀로 고민하는 동안, 제멋대로 해결해 버릴 정도로 저 아이는 강하다.
"지금 갈게. 기다려."
그렇게 내뱉고는 통화를 끊었다.
작게 혀를 찼다. 정말이지 시시하다.
돌아가는 길에 초밥이라도 선물로 사 갈까, 그런 어린애같은 생각까지 떠올라서 나는 내가 생각보다 더 들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돌아가는 전철 안에서, 그 1학년이 만든 곡을 들었다. 이어폰을 린과 한 쪽씩 끼고, 옆으로 붙어 앉았다. 린이 어깨에 기댔기 때문에 거리가 갈 때보다 훨씬 가까웠고, 린이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일 때 마다 살짝 샴푸 향기가 났다.
"어쩌구라서-, 어쩌구해서-, 어쩌구하면-, 후후―, 기적이야―!"
린이 엉터리 가사를 연달아 불러댄다.
창 밖은 완전히 밤이 되어 버렸다. 평소같으면 진작에 학원에서 돌아왔을 시간이었다. 생각보다 수족관에 오래 있었던 것 같다. 하늘의 끝부분은 짙은 보랏빛을 하고 있었고, 바다의 짙은 경계선에는 달의 윤곽이 아른거리며 반짝이고 있었다.
린의 튀어오르는 듯한 목소리를 들으며, 오늘 본 수많은 물고기들의 모습을 회상하고 있었다. 빛을 받아 빛나는 비늘과 번뜩이던 꼬리 지느러미를.
"린, 거기 리듬 틀렸어."
"엇."
두번째 들을 때 지적하자 린은 놀라서 뛰쳐오르듯 일어섰다. 그 바람에 이어폰이 빠졌다.
"거기는 셋잇단음표니까 균등히 나뉘어야 해. 뭐, 가사에 따라서 적당히 바꾸는 게 나을지도 모르지만."
"대단하네, 마키쨩."
"뭐가?"
"제대로 듣고 있구나, 라고 생각해서 말야."
남이 만든 곡이라 관심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니, 린은 실례되는 말을 했다.
"당연하지."
시선을 피하며, 내가 중얼거렸다.
"앞으로 우리의 노래가 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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