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μ’s 번역

달지 않은 발렌타인 (린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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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지 않은 발렌타인

甘くないバレンタイン


글: だー(http://www.pixiv.net/member.php?id=6267977)

출처: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3428455

번역: 낮-꿈 (d4y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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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


 창 밖을 보니 아직도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쌓일 정도로 내리는 것도 아닌데 즐겁다는 듯이 밖으로 뛰쳐나간 그 애의 얼굴이 떠올랐다. 장갑도 목도리도 걸치지 않고 밖으로 나갔는데, 감기에 걸리지 않으면 좋으련만.


 "와 그라노? 한숨까지 쉬고."


 책상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 앉아 있던 노조미가 말을 걸었다. 무의식적으로 한숨을 뱉었다는 걸 깨닫는다.


 "별로, 아무 일도 아냐."


 시선은 창문 밖을 향한 채로 중얼거리듯이 작게 대답했다.

 넓진 않은 부실에 단 둘 뿐이다. 이정도 소리라도 충분히 닿는다. 손에 쥔 책으로 다시 집중했는데도, 다음으로 들은 말은 내 정곡을 찔렀다.


 "린쨩 생각이라도 하고 있던 기가?"


 "붸에에!? 딱히 그런 건……"


 그런 건 아니라고, 그렇게 말하려고 했건만 순간적으로 노조미와 눈이 마주치자 말문이 막혀 버렸다. 왠지 어색하고 부끄러워서, 책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머리카락을 빙글빙글 돌린다. 내가 부끄러워 할 때의 버릇이라고, 그렇게 지적받았던 건 언제였던가.

 뭐, 이런 버릇이 없더라도 노조미에게는 이런 마음을 거의 들킨 채였지만….


 "마키쨩은 정말 생각이 뻔하데이."


 노조미는 웃음을 참을 생각도 없다는 듯이 쿡쿡댔다. 나는 분해져서, 그런 노조미를 쏘아보며 맞받아쳤다.


 "미안해! 하여간 나도 참 생각이 뻔하다니까!"


 노조미는 가볍게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린쨩이랑 뭔 일이라도 있었나?"


 역시 다시 그 이야기구나…. 뭐,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반박할 말이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게 아닌 것이다. 오히려 아무 일도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고 그게 당연한 것인데,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냐면 오늘은…


 "초콜릿 못 준 기가?"


 읏!


 노조미는 마치 앞을 예견한 듯한 질문을 하였다. 가끔 이 사람은 마음을 읽는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 질문 내용은 틀렸다.


 "줬어. 등교하자마자 바로."


 그렇다.

 초콜릿은 준 것이다.

 어젯밤부터 만약 주지 못하면 어째야 하나 생각했지만, 그건 기우였다. 오늘 아침 등교중에 마침 린을 만나서, 이때다 싶어서 그대로 주었다. 린도 기쁜 듯 받아 주었고, 아무 문제도 없었다. 그런데도…


 "잘 됐는데 와 그라는 기고? 린쨩이 다른 애들한테도 초콜릿 많이 받아서 질투하나?"


 윽!?


 돌직구. 한가운데에. 제대로 스트라이크.

 동요한 나머지 의자에서 자빠져 넘어져 버렸다. 마음을 읽은 거라면 좀 에둘러 말 해 줬으면 좋겠다.


 "벼, 별로. 질투라니…"


 반사적으로 대답했지만 부정은 하지 못 한다. 사실인데다 무엇보다도 이미 들켰으니 숨겨도 의미가 없다.


 "그렇지예, 린쨩은 운동도 잘 하고 키도 크니까 여자한테 인기 많은 것도 당연하데이."


 그런 건…… 그런 건 말 안 해도 잘 안다. 오히려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노조미는 묵묵부답인 나를 계속해서 추궁해 왔다.


 "하지만 마키쨩도 잔뜩 받았잖아? 둘 다 비슷하데이."


 "알고 있어…. 머리론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 하지만! 그래도 뭔가 뒤숭숭하단 말이야!"


 부드럽게 타이르는 듯이 말하는 노조미였지만, 술렁이는 이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감정이란 나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저렇게 히죽대는 노조미에게 형언할 수 없는 화가 치미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문득 생각나서, 조그만 복수를 할 생각으로 되묻는다.


 "노조미는 어떤데! 에리도 초콜릿 많이 받았지? 아무 생각도 안 들어!?"


 그럴 만한 생김새였다. 거기다가 전 학생회장. 스쿨 아이돌을 시작하기 전부터 뜻밖의 인기는 있었지만 μ's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더욱 팬이 늘어났었지. 분명 올해 받은 초콜릿은 린보다도 많을 것이었다.


 그러니 분명 뭔가 느끼는 바가 있으리라고 생각해서 얕보고 있었는데.


 "으음, 나는 그닥. 이미 익숙해진 것 같데이."


 세 번째 발렌타인이니까.


 그렇게 덧붙이는 노조미는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도, 무리하는 것 같지도 않아 보였다. 맥빠진다. 모든 걸 받아들이는 듯한 그 표정에, 나 스스로가 어린애같이 느껴진다.


 "뭐, 마키쨩은 아직 알라 같으니까 그런 게 질투날라나?"


 이라며, 더없이 훌륭한 타이밍과 대사로 도리어 내가 당하고 말았다.


 이젠 싫어…

 정말로 이 사람은 못 이기겠다.

 그렇게 실감하고는 책상에 푹 엎드렸다. 뭔가 반박하면 또 심각한 대미지를 입을 것 같다.


 반응이 없는 나에게, 혼잣말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뭐, 요즘은 오히려 에리치가 더 겁날끼라."


 말뜻을 모르겠어서 얼굴을 들어올리자, 쓴웃음 지어 먼 곳을 바라보는 노조미가 있었다.


 "무슨 일이야?"


 순수한 의문이 입에서 흘러내렸다.


 "아, 나도 모르게 말했나. 뭐, 말 그대로래이…. 내가 남한테 편지나 선물같은 걸 받았다고 눈에 보일 정도로 불쾌해 하는 기라. 그 뒤로 둘만 남을 때마다 눈이 날카로워서…"


 노조미는 여전히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렇… 구나."


 의외였다.

 분명 좀 유치하긴 했지만 부활동 중엔 믿을만한 좋은 선배다. 애초에, 불쾌해 하는 에리라니 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시험 점수로 호노카랑 린, 니코를 야단치는 건 몇 번이고 봤는데…


 "그런 거야. 오늘은 내가 남한테 초콜릿을 받을 때마다 "잘 됐네." 라며 무서울 정도로 웃으면서 말한 데다…. 아까 교무실로 불려갈 때까지 내 옆에서 떨어지지도 않았고…. 그거, 분명 화내는 거야."


 말하다가 괴로워졌는지 이번에는 노조미가 책상에 엎드렸다. 그것도 머리를 쥐어뜯는 자세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거… 큰일이네."


 위안거리도 안 되리라고 알고 있지만, 달리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찌된 일인 건가 생각하는 와중에도 노조미는 중얼대고 있었다.


 "아, 오늘 에리치, 우리 집으로 자러 오는데… 나 괜찮은 기가… 아니, 괜찮을 리가 없데이… 아, 우짜노…"


 완전히 혼잣말이다. 뭐, 그 내용은 굳이 언급치 않도록 한다.

 책을 가방에 정리해 돌아갈 채비를 한다. 노조미는 그대로 두는 편이 낫겠지.


 "그럼, 나는 돌아갈게."


 일단 말은 했지만 역시 안 들린 것 같았다. 그렇게 불안한 걸까 싶으면서도 나는 어찌할 수가 없다.

 '건투를 빌어.',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나는 방을 나섰다.






 


 학교 건물에서 나오자 마자, 교문에 기대어 서 있는 낯익은 얼굴을 찾아냈다. 오늘 하루 내 맘을 뒤숭숭하게 만든 원흉. 린은 팽팽해진 커다란 종이 봉투 하나와, 그것과는 대조적으로 아무것도 안 들어있나 싶을 정도로 얇은 가방을 들고 있었다. 


 "린, 이런 데서 뭐 하는 거야?"


 종례가 끝나고 바로 눈밭으로 뛰어들었으니 이미 돌아갔으려니 생각하고 있었다.


 "아, 마키쨩! 잘 됐다, 아직 안 돌아갔었구나!"


 나를 보며 기쁜 듯이 뛰어 오는 그 모습에 어쩐지 입꼬리가 올라갔다. 필사적으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물었다.


 "뭐 하고 있었어?"


 "마키쨩을 기다리고 있었다냐!"


 그리 말하며 갑자기 정면으로 끌어안겼다. 한꺼번에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잠깐, 정말! 이런 데서 안지 마! 아니 그보다, 계속 기다리고 있던 거야?"


 달라붙은 린의 체온은 교복 너머로 전해지리만치 차가웠다. 


 "응! 마키쨩 따뜻하다냐-"


 그러게 말하며 뺨을 가까이 갖다 댄다. 어느샌가 추월당한 키 때문에 린의 뺨은 내 귀 위에 닿았다. 간지러웠지만 입가에 린의 어깨가 닿는 건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역시 교문 앞에서 붙어 있을 수는 없으니 어떻게든 린을 때어내서 걷기 시작했다.


 "기다릴 거면 문자 정도는 하라고."


 뒤를 잇따라 걸어가며 뒷모습을 향해 말을 걸었다.


 "아! 그러는 수가 있었다냐!"


 전혀 몰랐다며 웃는 린에게 나는 기막히다는 듯 물었다.

 

 "그래서, 왜 그런 데서 기다렸는데?"


 "모처럼 눈 내리는데 마키쨩이랑 같이 돌아가고 싶어서! 그리고…"


 린은 어깨에 맨 가방을 뒤지며 말하였다.


 "아, 여깄다. 아직 마키쨩한테 안 줬지?"


 그렇게 말하며 내민 것은 예쁘게 포장된 작은 상자였다. 어제부터 초콜릿을 주는 일만 생각하고 있었고 오늘은 초콜릿을 잔뜩 받은 린이 신경쓰여서 못 받은 건 잊고 있었다.


 "아, 고마워."


 무뚝뚝한 말뿐이 나오지 않는다. 나로서는 빨개진 얼굴을 가리는 게 고작이었다.

 린은 그런 내 모습을 아랑곳하지 않는 듯이 다시 즐거운 듯이 걷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언제나 헤어지는 갈림길까지 왔다. 그 자리에 멈춰선 린이 생각난 듯이 말하였다.


 "마키쨩이 준 초콜릿, 지금 먹어도 돼?"


 "뭐, 상관 없지만…"


 맛이 자신있는 건 아니었지만, 딱히 실패작도 아니니 괜찮을 것이다. 그보다…


 "그 많은 초콜릿 중에 내가 준 걸 찾을 수 있는 거야?"


 대체 몇 개나 들었는지 셀 엄두도 안 나게 초콜릿이 담긴 봉투를 보며 물었다.


 "그건 괜찮다냐! 마키쨩이 준 초콜릿은 따로 넣어 줬으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가방을 연다. 나만 특별 취급받는 듯 해서 그만 표정이 풀어졌다.

 곧바로 찾아낸 내 초콜릿을 꺼내서 기쁜 듯이 포장을 풀었다. 한 개를 집어 들어 입 안에 넣는다.

 조금 긴장하며 그걸 지켜보고 있었다. 괜찮으리라 생각했지만 역시 신경쓰여서 묻고 만다.


 "어, 어때?"


 내 불안한 듯한 표정을 보고 린은 빙긋 웃으며 말하였다.


 "엄청 맛있어!"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데도, 다음 말로 나는 굳어버린다.

 

 "하지만 린한테는 조금 쓰다냐-"


 아, 내 입맛에 맞춰 조금 씁쓸하게 만들어 버렸기 때문일까. 린이 달콤한 초콜릿을 좋아할 것이라는 것 정도는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것인데…. 좀 더 상대를 생각하면서 만들어야 했다…. 아, 최악이다. 내년에야말로 단 초콜릿을 만들어야 겠다…


 고개 숙여 반성하고 있던 난 코앞까지 린이 다가오는 걸 눈치채지 못하였다. 그걸 깨달았을 때는 린이 내 턱에 손을 대서 얼굴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조금 쓰니까, 그러니까… 마키쨩이 달게 해 줄래…?"


 의도를 짐작 못 하고 내 몸이 굳어있는 사이에 린의 얼굴은 가까워져서, 입술이 겹쳤다. 맞닿았을 뿐인 입술에선 살짝 초콜릿 맛이 났다.


 "응! 달아졌다냐!"


 조금 수줍은 듯이 웃는 린을 바라보며, 역시 내년에도 조금 씁쓸한 초콜릿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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