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μ’s 번역

분명 언젠가는 자연스러워질 거야 (린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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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언젠가는 자연스러워질 거야

きっといつかは自然になるよ


글: ほどうきょー (http://www.pixiv.net/member.php?id=404987)

출처: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2787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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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꽉 닫아 둔 커튼 사이로, 마치 낮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밝은 번개가 내리쳤다.

 빛났다. 그렇게 인식함과 거의 동시에, 마치 뭔가 딱딱한 것으로 강타하는 듯한 소리가 울린다. 

 콸콸 폭포처럼 쏟아지는 빗소리는 그 순간만큼은 증발해 사라진 듯이 멈추었다.

 넓은 방 중앙에 매달려 호사스럽게 장식된 전등에서 나야만 할 빛은 사라져 있어서, 남아있던 열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파괴적인 바람이 불어와 덜컹이며 창문이 흔들린다. 9월의 끝을 맞이하는 때 치고는 너무나 추운 밤이었다.


 "일단은 손전등을 준비해 둬서 다행이다냐-"


 목소리를 낸 사람은 호시조라 린.

 손전등 빛으로 얼굴 아래서 비추며 귀신 흉내따위를 내는걸 보니 아직 여유가 있어 보였다.

 오렌지색 머리카락이 깡충거리며 뛰어 댔고, 음산한 폭풍우와는 정반대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희끗한 환한 얼굴이었다.

 린은 어릴 적부터 태풍이나 폭우라고 하면 설레서 기분이 가라앉지를 않는 타입이었다.

 들고 있는 손전등을 마치 장난감처럼 비틀어 대고 방을 비추며 환호하고 있었다.

 그러나 손바닥만한 손전등이 비추는 빛은 너무나도 미약했다,

 빛이 늘어난 끝자락에는 사과만한 둥근 그림자가 남아서, 이게 미스테리나 공포 영화라면 벽에 시체나 피로 쓴 글자가 나타날 것 같은 상태였다.


 "잠깐, 린…… 낭비는 그만둬."


 확인하듯이 똑딱거리며 스위치를 연달아 눌러대는 린의 손을 가로막으며 말하였다.

 그 순간, 굉음이 울리며 방 안으로 번개의 빛이 비추었다.

 그 전기로 작은 전구를 몇 개나 켤 수 있을까 짐작도 오지 않는 그것은, 찰나의 순간동안 방을 낮처럼 바꾸었다.


 "히익!"


 어둠에 완전히 뒤섞인 붉은 머리카락이 놀라서 부풀어오른 듯 보였다.

 소리에서. 빛에서. 그것들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지니 이 나이대에서는 키가 큰 편에 속하는 몸을 한계까지 웅크린다.

 마치 쿠션에 파묻히듯이 고양이 인형에 얼굴을 묻기를 몇 초. 조심조심 그 얼굴을 들기 시작했다.


 "마키쨩은 정말 번개 치는 게 싫은가 보구나."


 린에게 마키라고 불리는 소녀.

 어깨까지 늘어지는 진홍빛 머리카락과 옅은 보랏빛 눈동자. 깔끔한 얼굴은 예쁘다거나 미소녀라고 평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얼굴이 공포로 일그러져, 날카로운 눈가에는 눈물이 번져 있었다.


 "네가 이상한 거야……"


 어릴 때부터 엄격하게 길러지긴 했지만 과보호라고 해도 좋은 애정으로 키워진 마키는 아픔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마키는 여고생치고는 꽤나 지식이 풍부한 편이었다.

 천둥이 자신에게 바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실내는 안전지대라고 불러도 무방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래도 이 순간 자신의 몸을 번개가 내리꽂는다고 생각하면 마키의 가슴 속 나약한 곳은 비명을 내지르고 싶어졌다.

 아까 그 번개는 공기가 터지는 폭발음이 바로 뒤따랐다. 그 말인즉 자신의 바로 뒤까지 임박했다는 게 아닌가.

 아무리 낮은 가능성이라 해도,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고 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호우 속의 번개는 마키에게는 웃어넘길 일이 아니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방에 완전히 녹아든 붉은색은 빛이 없는 이곳에서는 사라진 듯이 눈에 띄질 않았다.

 그러니 제발. 천둥의 신이 있다면 나를 찾아내지 말아 줘,

 깊은 바다 속 심해어는 빨간색이라는 걸 마키는 도감을 통해 알고 있었다. 그 설명도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심해의 바닥에는 파장이 긴 붉은색 외에는 닿지 않아서, 지상에는 그렇게 눈에 띄던 새빨간색도 바다 속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마키는 캄캄한 이 방이 심해 바닥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턱없는 생각을 하고는 마키가 인형을 꼭 끌어안았다.


 "마키쨩도 사둔 손전등 있지? 무서우면 린이 갖고 와 줄까?"


 린이 그렇게 말하고는 반쯤 일어서자, 마키는 그 다리에 매달렸다.

 린의 다리에 닿은 마키의 손 끝은 차가웠다. 덜덜거리며 마치 얼어붙을 듯이 떠는 마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린을 놓지 않았다.


 "혼자인 건 싫어서 린을 부른 건데 또 어딜 간다니, 싫어……"


 아무데도 안 간댔잖아. 약속했으니 내 곁에서 떠나지 마…….


 평소 자신만만한 마키는 어디 간 걸까, 마키는 그렇게 린을 붙잡았다. 

 상급생 팬들에게도 비명에 가까운 환호를 받는 마키가 이렇게나 여자 아이같다니, 팬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린은 마키의 비밀을 독식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묘하게 기뻤다.


 "린이 잘못했다냐. 린은 계속 마키쨩이랑 함께야."


 이런 천둥번개나 비가 안 온다고 해도 말야, 거기까지는 말하지 않은 린이 가만히 마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린만 마음을 전하는 건 지는 것 같잖아.

 하나요한테는 태어나지 않았던 경쟁 심리가 린 속에서 서서히 자라나고 있엇다.

 이번에는 마키가 먼저 불러서 온 거니까 좀 더 솔직해졌으면 좋을 텐데, 린은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못마땅한 듯이 시선을 돌렸다. 어차피 어두우니 알 수 없다. 린은 한숨을 내뱉으며 천장을 올려다 보았다.

 정전은 아직 복구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후려갈기는 듯한 강품은 탁한 검은 하늘과 더불어 점차 거세져 갔다.

 오늘 아침 잠에서 깨어난 린은 날씨 소식을 찾아 TV를 만지작거렸다.

 거침 없이 소용돌이치는 듯한 일기도를 띄운 화면을 발견한 린은 그대로 경보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전국적으로 경보의 잔치였다. 붉은색의 폭풍 경보가 보였다.

 린의 이곳의 위치를 찾아, 다음으로 넘어간 화면에서 드디어 찾던 것을 발견하였다.

 그러나 거기 써 있던 것은 린이 기대하던 것이 아닌, 강풍 경보의 노란 표시였다.

  

 "뭐야, 학교 안 쉬는구나."


 자신 없는 영어 과제를 낮까지 해야만 하는 게 확정되어서, 린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랬던 게 아침에 있었던 일이다.

 참 째째하기도 한 경보다. 결국 2교시가 끝나갈 쯤에는 강풍 경보는 폭풍 경보로 바뀌어 있었고, 3교시까지 마치니 나머지 수업은 중단되었다.

 과연 이런 날에는 μ's도 연습을 할 수 없고, 표면적으로는 나가 놀 수조차 없었기에 모두 모일 수도 없었다.

 린은 특별히 하는 일도 없어서, 집에 돌아가면 시간이 많으려니 생각하며 가까운 하나요네 집으로 놀러갈까 생각하던 중이었다.

 그 때였다. 마키로서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마키가 먼저 린에게 서서히 다가왔다.

 평소에는 그 늘씬한 키와 자신감에 찬 태도로 싫어도 눈에 잘 띄는 마키가 몰래 린의 견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것망느로 린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거기다 린은 다시 한 번 놀라고 말았다.

 평소에 부탁 따위는 하지 않고 모두 스스로 해결하던 마키가, 린에게 머리를 숙이며 한 부탁을 한 것이다.


 "오늘은 집에 아무도 없어…… 그러니까 우리 집에 오지 않을래?"


 그런 말을 쉽사리 못 하는 마키가 그렇게 말하자, 린은 귓전에 당연히 가겠다고 속삭였다.

 여름 방학이 시작하기 전부터, 그러니까 3개월 정도 사귀고 있었지만 서로의 집에 간 적은 없었다.

 μ's 활동도 바쁜데다, 린이나 마키나 서로만이 아니라 다른 멤버들과의 시간까지 소중히 여기고 싶었던 건 마찬가지였다.

 여름 방학동안에 몇 번인가 방문한 이래 오랜만의 초대에 린은 뛰어오를 것 같았다.

 혹시 날씨도 자신과 함께 텐션이 올라가는 게 아닐까, 린은 생각했다.

 하늘에서 떨어진 듯한 대낮부터의 휴일은, 린에게는 무언가 반짝이는 것으로 보였다.

 그 와중에 바람은 거세졌고, 먹구름이 낀 하늘은 드문드문 빗방울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 

 

 그래서 결국 마키네 집에 온 린이었지만, 정말로 거긴 마키 말고 아무도 없었다.

 아무래도 아버지는 출장에 어머니까지 따라같다는 것 같다.

 사실이라면 가정부가 와 줄 것이었지만, 마침 이런 날씨였다.

 부르는 것도 미안해서 오늘은 거절했다는 듯 하다.

 그 덕분에 알게 된 건, 마키가 천둥을 질색한다는 것, 마키는 무서울 때면 솔직해진다는 것.

 그리고 마키도 의외로 울보라는 것.

 하지만 마키의 여린 부분을 봐서 좋다냐, 린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린도 혼자였다면 조금 무서웠을지도 모르지만, 덜컹이며 창을 흔드는 바람도, 두드리는 듯한 빗줄기도, 그칠 줄을 모르는 천둥도, 린은 마키와 함께라면 즐거웠다.


 전기가 켜지지 않는데 가스를 쓰는 것은 위험하고, 전기 포트에 있는 물은 다 식어 버렸다.

 마키와 먹으려고 사둔 비장의 토마토 컵라면은 안타깝게도 먹을 수 없다.

 학생답게 과자와 페트병 주스로 건배하며 저녁밥을 때웠다.

 린은 이런 거라면 하나요도 부르는 게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왠지 마키 앞에서는 말해선 안 될 것같아 입을 다물었다.


 "이런 것도 재미있네, 마키쨩."


 린이 그렇게 말하자 마키가 부드럽게 웃었따.

 느슨하게 잡은 손에서 계속 느껴지던 떨림이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그건 근처에서 천둥이 치면 강아지처럼 떨던 마키가 린과 있어서 안심해 주었다는 뜻이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자 린은 기뻐서 웃음이 번져, 마키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린은 아무 일도 아니라며 즐겁게 대답했다.


 "목욕은…… 가스 쓰는 거니까 할 수 있으려나?"


 "스위치가 전기식이라 안 될것 같아……"


 "그럼 이 닦고 잘까?"


 "그래."


 그런 대화가 있었던 것은 기억하고 있다.

 린이 화장실에 갈 때도 마키가 따라올 것 같아서 부끄러워했던 일도 있었던 것 같지만 린은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


 "마키쨩, 같이 자자."


 오늘은 귀여운 마키를 잔뜩 보았다.

 그러니 그 보답이다. 분명 겁먹은 마키는 같이 자고 싶을 텐데도 좀처럼 그 생각을 말하지 않았다.

 그러니 대신 린이 말해 준 것이다. 같이 자자고. 같이 자고 싶다고.

 마키의 눈동자가 크게 열리며 기쁜 듯이 웃었다.

 역시 한 시간 이상 정전이 이어지니 익숙해졌다.

 잘 보이진 않았지만, 마키가 그대로 겸연쩍게 고개를 숙인 건 알아차리고 만다.

 분명 말하면 화낼 것이지만, 마키의 얼굴이 새빨개진 것을 린은 쉽게 눈치챘다.

 

 "나도 린이랑 같이 자고 싶어……"


 흔치 않게도 마키가 그런 말을 하자, 이번엔 린이 얼굴을 붉히며 고갤 숙일 차례였다.

 뺨이 뜨겁다. 가을이 사라진 것 같은 얼어붙은 기온도, 지금의 린에게는 안성맞춤일 정도였다.

 흘끗 린이 마키를 바라보니, 마키는 살짝 웃고 있었다.

 왠지 행복해져서 린도 웃음을 돌려주었지만, 잘 웃어줄 자신은 없었다.

 기쁜데도 그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없다니, 린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대신 꼭 껴안아 주었다. 둘이 들어간 깃털 이불은 두 사람의 체온으로 기분 좋게 따뜻해졌다.

 언제나 조금 차가운 마키의 손 끝도 따뜻했다.


 "저기 마키쨩, 좀 더 떠들고 싶지만 오늘은 이만 잘까?"


 허리에 감긴 린의 팔이 부드럽게 마키를 껴안았다.

 지금은 많은 말이 필요 없었다.

 마키가 팔 속에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그저 서로의 체온만을 느끼고 싶을 뿐이었다.

 두근거리는 마키의 심장 소리가 기분 좋게 울렸다. 천둥은 멀어진 듯이 가끔 멀리서 낮은 소리가 들린 뿐이었다. 그것마저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마키의 나긋나긋한 손 끝이 린의 뺨에 닿았다.

 흘끗 마키를 바라보자 마키의 얼굴이 바로 눈 앞에 보여서, 린은 심장 소리가 커졌다.


 잘 자, 고마워.


 속삭이는 듯한 마키의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부드러운 키스가 린의 입술을 어루만졌다.

 닿아 온 마키의 체온이 기분 좋았다. 불타는 듯한 뜨거움이 아니다. 린의 뺨은 목욕을 한 듯이 어렴풋이 따뜻해졌다.

 린이 마키의 이름을 소리내어 부르기도 전에 마키는 린의 마음 속 깊숙히 파고들었다.

 부둥켜 안기는 괴로움도 기분이 좋았다. 마키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지금은 아무 말도 듣지 않아도 좋았다.

 마키의 머리를 쓰다듬을 때 닿은 귀가 몹시 뜨거웠던 것 만으로 충분했다.


 잘 자, 마키쨩.


 마음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린의 품에서 작은 쌔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천둥이 없어도 솔직히 껴안고 싶네.


 그렇게 생각하며 마키의 체온을 받아들이는 린의 의식도 점점 흐릿해져 잠에 빠져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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