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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의 온도
始まりの温度
글: きら (http://www.pixiv.net/member.php?id=1092611)
출처: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4010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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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렴풋이 잠에서부터 의식이 돌아온다.
어딘지 모르게 밀려드는 위화감에 시계를 바라보니, 항상 요란한 알람이 아침을 알리는 시간보다 한 시간 이른 시간이다.
시험 기간이었기에 아침 연습도 없고, 평소라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한 번 꿈나라로 갈 것이었으나, 어째서인가 눈은 맑아져 버렸다.
이른 아침은 그렇게 맘에 들지 않았다. 평소였다면 일 초라도 오래 잠드는 것을 택했을 텐데.
몸을 일으켜 한껏 팔을 위로 뻗어 들어 보자, 빛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커튼 너머로 부드러운 빛이 나를 부르는 듯 했다. 그대로 자리를 일어나 몸이 이끌리는 대로 커튼을 열었다. 장마가 끝나고 나서 흐렸던 날씨는 완전히 바뀌어, 보기 쉽지 않은 얄팍한 구름 사이로 아름다운 푸른 빛깔이 내비추고 있었다.
무심코 그 아름다움에 이끌려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바닥에 손이 닿도록 스트레칭을 한 번. 세계에는 다시 그늘이 들이웠다.
육상부 시절부터 습관이 된 아침 스트레칭은 서서히 린의 몸과 머리를 각성시켰다. 앞으로 숙인 몸을 크게 젖히니, 드디어 여름이 다가오는 창 밖이 반짝거리며 눈부시게 빛났다.
딱히 지각을 할 것도 아니고 학교에서 시험 공부를 열심히 할 심산도 아니었건만, 아침밥을 서둘러 입 안에 밀어 넣고는 학교를 향해 뛰었다.
달린다. 또 달린다. 장거리 달리기엔 자신이 없었지만 꽤나 좋은 페이스로 마지막 모퉁이를 돌았다. 그대로 경사가 완만한 비탈길을 올라가다 멈춰 서서, 린은 결승선에 뛰어들었다.
숨이 거칠다. 신발장에서 신발을 갈아 신고 복도를 걷는 동안에도 심장은 벌렁거리며 시끄럽게 울었다. 서서히 이마와 관자놀이를 따라 땀이 배었다. 등줄기를 따라 차가운 물방울이 흘러 미끄러졌다. 무언가에 쫓기는 것이 아닌, 그저 자신의 안에서부터 끓어오른 '달린다' 라는 욕구에 솔직하게 따르는 것은 이렇게나 힘든 일이었던 걸까-.
아주 조금의 놀라움과 뜀박질의 상쾌함, 그리고 평소와 다른 아침의 상황에 감정을 고양시키며 교실 문을 열었다.
"일등으로 도착! ……이다……냐-……."
예쌍과는 다른 광격에 린은 발길을 멈추어 섰다.
아직 아무도 없었을 터인, 아침의 빛으로 화사한 공간 속에서, 눈에 익은 불타오르는 듯한 붉은 색이 떠올랐다. 그 붉은 색은, 책상 위로 엎드린 채 미동조차 없었다. 겨우 진정한 심장은 다시 한 번 날뛰기 시작하였다.
"마, 마키쨩!?"
무심코 뛰어 다가갔다.
"마키쨩!"
움직이지 않는 마키에, 린은 다시 한 번 이름을 불렀다. 고요한 교실이 한순간 목소리가 되울렸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그 이름의 주인은 등을 규칙적으로 들썩이며 쌔근거리는 숨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뭐야, 그냥 자고 있었던 거였다냐-."
한시름 놓았다. TV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걸지도 모르지만, 최악의 경우의 첫 발견자가 되지 않고 끝났다는 안도감이 천천히 가슴에 찾아온다. 자신의 과잉 행동에 쓴웃음을 짓고 있으니, 마키가 작은 신음을 뱉어내며 몸을 조금 움직였다.
그 순간 드러난 투명하리만치 맑은 흰색에, 린은 숨을 삼켰다. 엎드려 있어서 보이지 않았던 말끔한 얼굴이 린 쪽을 향했다.
-마키쨩은, 이렇게나 미인이었던가?
도자기같은 피부, 오똑한 콧날, 예쁜 곡선의 길다란 속눈썹, 그리고 아름다운 입술…….
꼬는 버릇이 있는 진홍색 머리는 마키의 얼굴에 아주 조금 그림자를 드리우고, 어딘지 모르게 허무한 듯한 표정에 린은 가슴이 술렁거렸다.
미인인 건 알고 있었다. μ's에서도 최고를 다투는 팬 수는 마키가 그저 작곡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혼혈로서 눈에 띄는 에리와 나란히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것도, 모델로서 몇 번이고 스카웃 제의를 받은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어째설까. 가슴이 답답하다.
하나요와 함께, 마키와 가장 가까이 있었을 자신이 본 적 없는 마키의 표정에 놀라고 있는 것일까.
그건 그렇게 남의 얼굴을 가까이서 빤히 쳐다볼 기회는 그렇게 흔치 않으니까, 라며 자신을 타이른다. 그렇다.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럼, 그 흔치 않은 기회란 언제 찾아오는 것일까. 왠지 모르는 이 괴로움이 이유와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어서, 린은 눈을 감고 머리를 쓰기 시작하였다. 십 초, 이십 초. 시간이 흐르고 갑자기 머리 속에 떠오른 것은, 고딕체로 쓰여진 붉은 타이틀이었다. (* 역주: 순정 만화의 상징)
순간, 튕기듯이 눈이 열려서, 이끌려 들어가듯 눈은 마키를 향했다. 이제 달리고 있지도 않은데, 다시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뜨겁다. 땀도 다시 등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휘휘 머리를 휘저어도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
이 교실에 도착해서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분명 이쯤이면 다른 학생들도 등교할 것이다. 눈길이 이끌린 채, 눈 앞에 있는 마키도 이제 깨어날지도 모른다.
머리 속에 떠오른 그 붉은 타이틀과 흑백 장면들, 창문 틈새로 비집고 들어오는 백색의 빛에, 시야는 새하얘져서 린은 지금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했다.
"마키쨩."
세 번째, 또 다시 마키를 부른다. 그건 중얼거리는 것 처럼, 닿았으면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무심코 흘러 나온 말이었다.
살짝, 떨리는 손은 마키의 볼에 닿아 무의식중에 거리를 좁혀 갔다. 아무리 가까워져도, 언제나 마키가 짓는 눈살을 찌푸린 사나운 표정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부드럽고, 유리처럼 깨져버릴 것 같은 그 얼굴에, 린은 가슴 속이 더욱 더 지끈거렸다.
한숨이 린의 얼굴을 훑었다. 간지럽다. 반사되는 흰 빛이 눈부시다. 서서히 눈을 감으니 붉은 글자는 사라진 채로, 그저 새하얀 빛이 만연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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