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μ’s 번역

야자와 니코에게 보내는 편지 (니코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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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와 니코에게 보내는 편지

冠省 矢澤にこ 様


글: レイ (http://www.pixiv.net/member.php?id=12735250)

출처: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4920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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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자와 니코에게.


 우선 이 편지를 찾아 줘서 고맙다는 말부터 할게.

 이 편지를 읽고 있다는 건, 나와 네 관계는 끝났다는 뜻이겠지.


 오늘은 이 편지를 쓰고 있는 내가 스무 살이 되기 하루 전이야.

 즉 니코쨩은 지금 스물 한 살, 생일이 지났다면 스물 두 살이겠지.

 이걸 읽고 있는 니코쨩은 지금 몇 살이야?

 오 년 뒤, 십 년 뒤야? 어쩌면 이미 아줌마를 넘어서 할머니가 돼 있을지도 모르겠네.


 지금 생각해 보면 니코쨩이랑 만나면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

 우리의 청춘으로 가득 찼던 μ’s 활동.

 내게 마음을 전한 니코쨩의 오토노키자카 졸업식과 아슬아슬한 대학 진학.

 그리고 내 오토노키자카 졸업으로부터 시작된 동거 생활.


 기억하고 있어?

 무작정 가구를 사 대려는 나한테 니코쨩이 하나하나 엄하게 안 된다고 말해줬던 것.

 저 침대는 너무 넓어.

 세탁기가 너무 커.

 전자레인지는 오븐 토스터가 붙은 걸로 하자.

 에어컨은 저 고정형이면 충분해.

 그 순간은, 일반적인 삶이란 걸 모르던 나한테는 조금 어이가 없었어.

 지금 와서 생각하면 큰 도움이 되었지만.

 그 때 난 솔직하지 못해서, 가구들을 골라 주는 니코쨩에게 불평했던 게 기억나네.

 미안해.


 그리고 곧 니코쨩은 메이저 데뷔를 해서 TV에 나왔었지.

 둘이서 울면서 기뻐했던 게 기억나.

 정말로 불안했었지.

 왜냐면 더 이상 μ’s같은 기대어 설 동료같은 건 없었으니까,

 그래도 니코쨩은 나한테는 절대 불안한 기색을 비추지 않았어.

 당시에는, 그래 봤자 2년 전이지만... 니코쨩은 분명 자신이 넘쳐 보였어.

 하지만 그건 틀린 생각이었어.

 고등학생 때랑은 다르게 젊음의 패기에만 기대는 행동은 어려우니까.

 어른이 되고 자기의 한계와 주변 환경을 객관적으로 보게 된 거야.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지.

 그 때 난 그런 것도 몰랐어.

 그런데도 많이 다투기도 했고.


 나는 니코쨩의 힘이 되고 있었어?

 나랑 있어서 부담되진 않았어?


 다툼이라면, 결혼식 CM에 니코쨩이 기용되서 그걸 같이 봤을 때 크게 다툰 적이 있었지.

 그 CM으로 니코쨩이 대인기가 돼서 그 때 큰 싸움은 아직도 잘 기억하고 있어.

 니코쨩이 하는 일 내용은 기밀 사항이라 쉽게 떠들 수가 없었는데도... 사실 그것보다도 일일히 그걸 나한테 보고할 이유가 없었는데도, TV 속의 남자 모델에게 공주님처럼 안겨 있는 니코쨩을 보고 난 화가 나서 집을 뛰쳐 나와 버렸어.

 평범한 생활을 하는 법도 알고 대학에도 가까웠지만 나 혼자 사는 건 걱정스럽다는 이유로 니코쨩과의 룸 쉐어를 조건으로 시작한 동거 생활이었지. 그래서 나는 부모님한테 부탁하지도 못하고 하나요나 린의 임대 아파트를 전전했어.

 결국 니코쨩이 날 발견하고 먼저 사과했어.

 니코쨩은 그게 일이니까 했을 뿐인데도, 잘못한 건 나인데도 말이야.

 많이 걱정했지?

 정말 미안해.


 아까도 썼지만, 이 편지를 읽고 있다는 건 니코쨩의 옆에 더 이상 내가 없다는 거겠지.

 하지만, 그래도 잘 됐어.

 나는 니시키노 종합병원을 이어 나가기 위해 공부하고 있어.

 아버지의 병원을 잇는다는 건 분명 그 후에 후계자 문제가 생길 거라는 거야.

 아쉽게도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 일본에선 동성 결혼은 인정되지 않고, 나나 니코쨩도 아이를 만들 수 없어.

 아버지는 화내시겠지.

 어머니는 슬퍼하시겠지.

 니코쨩 부모님은 분명 울어버릴 거야.

 우리 부모님도 니코쨩의 부모님도 원망하실 거야.

 내가 슬퍼질 뿐이라면 상관 없지만, 니코쨩이 슬픈 표정을 짓는 건... 자기를 비난하는 건 정말 싫었어.

 그러니, 나랑 헤어진 건 잘 된 일이야.


 하지만...


 나는 니코쨩이랑 만나서 좋았어.


 니코쨩이랑 사귀어서 좋았어.

 

 니코쨩이랑 계절이 바뀌는 걸 몇 번이고 볼 수 있어서 좋았어.


 이 글을 쓰는 지금, 너무나도 행복해.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흘러 멈추질 않아.


 니코쨩이, 정말로 좋아.



 이 편지를 읽고 있는 니코쨩은 지금 행복해?


 옆에 있어 줄 사람은 있어?


 이 세계는 고등학생 때 꿈꿔왔던 즐겁고 희망에 찬 세계가 아니었어.

 집을 나와서 니코쨩과 생활하고서야 이 세계가 절대 부드럽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

 우리가 쭉 함께 있기엔 너무나 가혹한 세계야.

 눈에 보이는 모든 게 아름다웠던 그 때와는 달라.


 그러니까, 그런 가혹한 세계니까, 니코쨩은... 니코쨩만은 스스로를 따뜻하게 품어 줘.

 그리고 단 한 명, 한 명이면 충분하니까 함께 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다행이야.

 분명 니코쨩은 인기도 많을 테니 원하는 상대를 고를 수도 있겠지.

 이 사람과 행복해지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드는 사람을 골라 줘.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 사람과라면 불행해져도 상관 없다는 사람을 골라 줘.


 그런 사람과 함께 살아가 줘.



 니시키노 마키가.


 P.S 

 편지를 쓰는 건 처음이라서 시작부터 끝까지 이상한 구석이 있을지도 몰라.

 틀렸다면 웃어 줘.

 그리고 이 편지는 버려 줘.


 니코쨩이 언제까지고 웃을 수 있도록━━━━



 봉투에는 "야자와 니코에게", 뒷면에는 "니시키노 마키가 그리워진다면 읽어 줘" 라고 작게 쓰여 있었다.

 편지는 군데군데 움푹 들어가 있었다.

 눈물로 일그러진 듯한 자국...

 편지를 슬며시 접어서 원래 있던 곳에 돌려 두었다.



 ━━━━코코아쨩, 나도 니코쨩도 기다리고 있다구?


 "지금 갈게요, 마키 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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