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μ’s 번역

「Beat in Angel」 (린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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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t in Angel」


글: ヘイポー (http://www.pixiv.net/member.php?id=2717546)

출처: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2483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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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린쨩! 린쨩! 린쨩!! 싫어어어어어엇!!!"


 소리치는 하나요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도 정말 싫다. 이런 것 따위.


 "어떻게 된 거야? ―빨리! ―돌아와! ―돌아와 줘! ―린!"


절대로 포기하지 않아, 포기하지 않아, 포기하지 않아―!


린의 몸은 미동도 하지 않고, 그 몸은 마치 죽은 듯 차갑게―


아니, '죽은 듯'이 아니라― '죽은' 것과 마찬가지로―

―린은 '고동'을 멈춘 채였다.


 "린쨩! 싫어! 부탁이야! '죽지 마―!'"


하나요가 울부짖었다.


당연한 것이다. 나도 소리치고 싶은걸. ―하지만 나는 절대로 ―절대로!


 "장난치지 말고― 어서― 눈을―"


호시조라 린, 심폐 정지― 시간적으로는 이미―


그러니까, 나는! 나는―!


 "어서 눈을 뜨란 말이야, 이 바아보야아아아아―!"





――――――――――――――――――――――――――――――――





 "―그래서, 마키쨩은 어느게 좋다고 생각하냥?"

 "뭐?"

 이제 해질녘인데도 아직 더웠다. 여름이라 어쩔 수 없지만.

 아아… 이런 때라면 연습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집에 돌아가면 좋으련만, 린이 대체 뭐라고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됐다.

 "뭘 말이야?"

 "그니까, 마키쨩은 어느거로 할 거냐는 말이야."


 눈앞에 커다란 까만 상자가 세 개 정도 열린 상태로, 안에는 반지에 귀걸이, 피어스, 브로치, 목걸이, 그리고 기타 등등, 온갖 보석과 액세서리가 잔뜩 죽 늘어서 있었다.

 ―언뜻 보기에 참 예쁘게도 보이지만, 물론 모두 가짜 보석으로 만들어진 액세서리들이다.

 여기는 아키하바라의 대로에서 조금 벗어난 뒷골목의 한 구석. 근처에는 컴퓨터 부품점이 늘어서 있는 것이 보인다.

 즉… 눈앞에 펼쳐진 이건 이른바 '노점상'이라는 것으로, 당연히 무허가일 것이다.

 게다가 여기 앉아 보따리를 풀고 앉아 있는 이 노파는 정말이지… 도를 넘었다. 마녀 코스프레라도 하는 걸까? 검은 옷에 검고 세로로 긴 모자. 아키하바라니까 적절히 녹아들었지만, 뭔가 이상하다. 저 꼴로 뭐 하나 팔 수 있긴 한걸까.

 

 "…나는 필요 없어. 그보다 하나요의 볼일은 끝났으니, 이제 돌아가고 싶어."

 "뭐어―?! 그럼 카요찡은? 갈 거야?"


 린이 바로 옆에 있는 하나요에게 물었다. 두리번거리며 노점상의 액세서리들을 들여다보는 하나요의 손에는 이미 큰 종이 봉투가 두개나 쥐어져 있었다. 이게 바로 우리 세명이 지금 여기 있는 이유다.


 린이 갑자기 "마키쨩도 같이 가자! 카요찡은 곧잘 망설이니까 내가 뭘 살지 골라 줄게!" 라며 꼬셔대니까, 그러는 정도는 괜찮겠다 싶어서 오고 말았다.

 정작 하나요라고 하면 어느 가게에서든 기성을 지르며 망설이지도 않고 원하는 족족 장바구니에 넣어 버릴 테니 함께 온 의미는 없었지만, 가게를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꽤 재미있었다.

 

 그건 가게의 진열을 보면 이른바 스쿨 아이돌 랭킹이라는 것과는 또 다르게, 각 스쿨 아이돌들이 얼마나 주목받는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우리를 포함해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내 결론은, 우리 μ's는 상당히 주목받고 있단 것이다. 랭킹에는 아직 반영되지 않았지만, 분명 우린 괜찮은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확신했다.


  ―원래는 돌아가는 길이었다. 왤까, 린이 무언가에 이끌리듯 이 노점상으로 향해서는, "와―! 예쁘고 귀엽다냐―! 여기서 뭔가 사자!" 라고 말하고는 멈추어 서 버렸다. 하아… 이래서야 정말 반짝거리는 것을 쫓는 고양이 같다.


  "―음, 그럼 나는 이걸로 할게."

 하나요가 집어든 것은 에메랄드에 금으로 장식된… 것 같은, 작은 녹색 꽃 모양 브로치였다. 9장의 꽃잎이 마치 μ's의 9명인 것 같았다. 모조품이라고 해도 싼 물건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여긴 어떤 물건에도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았다. 물건을 손으로 집어 들었지만 아무런 말도 않는 노파에게 하나요는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저… 저기… 할머니? 저 이걸 사려고 하는데… 얼마에요?"

 "…50엔이야."

 "오… 오십 엔으로 되는 건가요?"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나도 속으로 조금 놀랐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좀 더 비쌀 텐데, 50엔이라니. 농담이지? ―그런데도 노파는,

 "어머나, 비싼가? 30엔으로 할까?"

 라며 거꾸로 값을 낮출 뿐이었다. …이 사람, 왜 역경매를 하는 거야?! 너무 싸잖아?!


 "저기… 아니에요…. 오… 오십 엔이면 괜찮아요. 자, 여기요."

 "고마워."


 하나요는 산 브로치에 뭔가 이상한 부분이 있진 않은가 손에 쥔 채 찬찬히 살폈다. 역시 너무 싸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하지만 결국 문제는 없었던 듯, 활짝 웃는 얼굴로 브로치를 곧바로 머리에 달았다.

 "어때? 어울리려나?"

 "카요찡, 귀엽다냐-!"

 "응, 어울리는 것 같아."

 솔직한 감상이다. 사실 잘 어울렸다. 마치 처음부터 하나요를 위해 준비된 것만 같았다.

 ―설마 그런 건 아니겠지만.


 "좋겠네, 카요찡. 할머니, 뭔가 추천하는 물건 있어요?"

 "그래…. 이런 건 어때?"

 "아, 귀엽다!"

 진열된 산더미같은 물건들 중 하나, 지목한 것은― 작고 귀여운 은색 천사 둘이 각자 하트를 안고 있는 모양의 머리핀.

 좌우 대칭으로 새겨진 천사는 서로가 안고 있는 하트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듯했다. 그 하트는 마치 하트 모양으로 조각된 핑크 다이아몬드처럼 석양빛으로 반짝이며… 잠깐, 어라, 이거… 붸에에에?!

 "거짓말이지?!"

 "왜 그래, 마키쨩? 뭐가 거짓말이냥?!"


 나는 놓여져 있던 그 머리핀을 손에 들고 잘 살펴보았다. 확실하다. 조그맣지만, 빛깔이 유리나 아크릴 따위와는 완전히 다르다. 어쩌면 정말로 핑크 다이아몬드. 밖에 놓여져 있는 다른 모조품 보석들과 비교해도 차이는 분명하다. 그리고 이 은색 천사, 골동품인 것인지 낡아서 색이 바래지고 있지만 정교한 은 세공품 같다. 즉, 진짜 은이다.

 

 "저기― 할머니. 이건 얼마에요?"

내가 빤히 쳐다보며 놀란 채로 있으니, 린이 물었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린! 이런 건 정말 비싸―

 "100엔이야."

 "아니, 왜 100엔인 건데?!"

 무심코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몇 억씩 해도 납득할 만한 물건이라고, 이거― 라고 말하려는 나의 말을 끊는 것처럼,

 "그래, 100엔."

 ―린이 노파에게 돈을 건냈다. …이거, 분명 뭔가가 있어, 분명 뭔가 이상해. 아니… 어쩌면 그저 내 보는 눈이 없는 걸지도 모르지만….


 "고마워. …그쪽 아가씨는 지금 거기에 뭔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후히히히."

 "엣?!"

 설마… 마음을 읽힌 건가? 그리고 뭐야, 지금 그 웃음은?!

 "그건 조금 세공이 되어 있거든. 양 옆의 천사를 세게 비틀어 봐."


 …아니, 무서워서 못 비틀겠는데. 내가 보기엔 비싸 보이는데다 (가격은 쌌지만) 또 무엇이 있을지도 모르고….


 내가 머리핀을 쥔 채 침묵하고 있으니, "왜 그래, 마키쨩? 그럼 린이 해 볼래!" 라며 린이 내 손에서 머리핀을 가져갔다.

 아니, 산 건 린이니 '되찾았다'가 맞으려나. 아, 정말. 그런 건 어쨌든 상관 없어!

 린은 그대로 손에 쥔 천사 머리핀을 "에잇!" 하고 비틀었다.


―또각!


 가벼운 금속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천사는 둘로 '쪼개졌다'.


 "어라? 할머니, 이거 깨져 버렸다구요?"

 천사들은 말끔하게 둘로 쪼개져, 서로의 하트에 귀기울이고 있던 디자인이었던 두 천사는 이젠 하나씩의 '하트를 들고 있는 천사'가 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물건이야…. 다시 한번 위치를 맞춰서 거꾸로 비틀면 핀이 구멍에 끼워져서 원래대로 하나가 되지… 후히히."

 쪼개지면 정확히 '두개의 머리핀'이 되게끔 만들어졌다. 신기한 세공이다.

 그러자 갑자기 덜컹 하고는 큰 소리가 나며 노파 앞의 세 개의 검은 상자가 닫혔다.

 "아가씨들, 미안하지만 오늘 장사는 여기까지야."





 노파는 세개의 검은 상자를 사뿐히 들어 올려, 그곳을 도망치듯 떠났다.


 "뭔가 이상한 할머니였어."

 린이 진지하게 말하였다.

 "이상한 정도가 아냐. 무허가 노점상이니까."

 "좋은 물건을 샀지만, 너무 싸…."

 하나요가 브로치를 어루만지며 어딘가 걱정스러운 듯 말하였다.

 "뭐랄까, 어쨌든 돈에 관해선 잘 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나는 더는 노파가 보이지 않는 아키하바라의 골목 저편을 숙연히 바라보고 있었다. 

 "자, 마키쨩."

 "뭐야? 린."

 린이 쥐고 있는 손을 내게 내밀었다. 뭔가를 주려는 걸까?

 내가 한손을 내밀고, 린의 손이 펴지자 내 손 안에는 그것이―


 "붸에에?! 이거 지금 산 머리핀 한 쪽이잖아!"

 "응. 그 쪽은 마키쨩한테 줄게. 정말 갖고 싶어하는 것 같았으니까."

 "아니… 별로 그런 의미로 보던 게…."

 감정해 보니 진짜 다이아몬드랑 은이였다…고는 왠지 말할 수가 없다. 너무 싸서 믿지 못할 거야….


 "린이 주고 싶어! 마키쨩한테 주고 싶어! 안 돼?"

 "…알았어, 고마워, 린."

 집에 돌아가서 좀 조사해 보자… 라는 호기심도 조금 있어서 간단히 받아 버렸다.

 "와아―, 마키쨩이랑 커플 머리핀이야―!"

 "커… 커플 머리핀?!"

 그 자리에서 깡충깡충 뛰어 다니며 좋아하는 린. 대체 뭐가 그렇게 기쁜 걸까….

 "린쨩은 처음으로 마키쨩이랑 커플로 물건을 맞춰 샀다고 기뻐하는 거야."

 하나요가 그런 행동의 이유를 알려 주었다.

 "언제나 나와 함께 물건을 사고, 같은 물건을 사고, 같은 음식을 사고… 그러니까 마키쨩과 만나 생긴 새로운 인연이라고 해야 하나… 분명 그런 것 하나하나가 굉장히 즐거울 거야."

 "흐음…."

 뭐, 이렇게 자기를 이해해 주는 사람인 하나요가 곁에 있어 줘서 린은 행복할 거야….

 "마키쨩, 마키쨩, 마―키―쨩!"

 "아… 린쨩, 얼마나 기쁜진 알겠지만 그렇게 뛰어 다니면… ."

 나의 이름을 계속 불러대며 뜀박질을 반복하는 린에게 하나요가 말했을 때였다.


 삐끗―

 

 싫은 소리가 났다.

 "아파아아아앗!"

 린이 왼발이 꺾여 퍽 하고 넘어졌다. 지금 건 좀 아플 것 같다.

 "린쨩, 괜찮아?!"

 "정말이지… 아무리 그래도 너무 들떴어!"


 꺾여 있는 린의 왼발로부터 신발과 양말을 벗기고, 맨발을 손으로 만져 진찰해 보았다.

 "…가볍게 삐었어. 시간이 지나면 좀 더 부을 텐데… 일어설 수 있겠어, 린?"

 "응… 괜찮아. 일어설 수 있어. 고마워, 마키쨩."

 "파스가 있다면 좋을 텐데…."

 나는 자연히 하나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미안, 갖고 있지 않아…."

 "아니 뭐… 보통은 다들 안 갖고 다녀."


 비틀거리며 일어선 린에게 나와 하나요는 손을 빌려주려 했지만, "혼자서도 괜찮아!" 라며는 린은 혼자 걷기 시작하였다.

 무리하는 게 아닐까, 역시 좀 걱정된다.

 "혹시 모르니까 내일 체육 수업… 수영 수업이었지? 그건 쉬는 게 좋겠어."

 "무슨 소리야, 마키쨩? 싫어! 린은 내일 꼭 수영장 갈 거야!"

 "뭐?! 왜 억지부리는 거야? 너, 다친 사람이라고?"

 "왜냐면 내일은 마지막 수영 수업이란 말이야! 린은 갈 거야!"


 그런가, 내일이면 끝이다. 덥고, 옷 갈아입는 것도 귀찮고, 머리는 다 젖는 바람에 지겨울 뿐이었던 수영장은 내일로 끝인가.


 "하… 나는 핑계 대서라도 하기 싫을 정도인데?"

 "부―! 부―! 한다면 하는 거야! 발 따위 아무 것도 아냐! 그것보다…."

 "그것보다… 뭐?"


 "내일 그 천사 머리핀 하고 나와! 린도 할 테니까! 내일은 쭉 하고 있자. 꼭이야!"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께 머리핀을 보여드렸다.


 ―역시 박혀 있는 붉은 다이아몬드도 둘로 쪼개진 천사 문양의 은 세공도 모두 진짜인 게 아니냐고 어머니가 말했다.


 산화 제거한다면, 선명치 못하고 흐릿하게 빛나던 은빛이 좀 더 원래의 빛깔을 되찾을 것이다. 그럴 방법은 많이 있는데다, 꽤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을 하면 왠지 린에게 선물받은 물건이라는 의미가 사라지는 것 같아서― 결국 하지 않았다.







 "아, 더워…."


 ―그것 뿐이다. 나는 학교 수영복에 커다란 타월을 두른 채로, 피부를 태우는 태양을 피하려는 듯 그늘진 수영장 가장자리의 벤치에 앉아서 반 모두가 물 속에서 자유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만 보고 있었다.

 공공 수영장 특유의 염소 소독 냄새가 확 하고 코를 찔렀다.

 25미터로 여섯 코스, 수심 1.5미터로 여자인 우리들에게는 조금 깊은 수영장.

 …확실히 토쿄도(都)에서는 5일에 한 번은 수영장 물의 교체와 청소를 규정으로 하고 있었다. 폐교 위기로 자금난이라고 해도 그런 건 잘 지켜지네.

 

 "마―키―쨩!"

 학교 시설 유지비 걱정을 하던 중, 위에서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이런 찌는 듯한 날씨에 이렇게 활기찬 소리로 내게 말을 걸 사람은 하나 뿐이다.

 나는 고개를 조금 위로 들어 그 실루엣을 확인했다.

 

 "뭐야? 린."

 린도 물론 학교 수영복 차림이었다. 린이 숏컷으로 자른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말리고 있다. 눈이 빨간데, 물안경도 안 쓰고 수영하던 걸까?

 "마키쨩도 하지 않을래? 지금부터 다들 25미터 계영 하는데. 비트판* 써도 괜찮아. 카요찡도 쓸 거니까!" (* : 수영할 때 사용하는 물에 뜨는 판.)

 "…난 괜찮아. 난 잠시 쉬는 중이니 신경쓰지 마."

 "그러면서 마키쨩은 언제나 쉬잖아! 선생님한테 물에 들어가라고 한소리 들을 때 말고는 계속. 린은 확실히 알고 있어. 오늘 마키쨩, 한 번도 수영장 들어가지 않았다는 걸."


 물러서지 않겠다는 건가. 어쩔 수 없다….

 "전에도 말한 것 같긴 하지만, 난 염소(塩素)는 질색이야. 수영장은 소독약 냄새가 나잖아, 저것 때문에 안 된다는 거야. 선생님도 허락해 줬어."

 "뭐야, 그런 거야? …아쉽네."

 

 린이 정말로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죄책감이 가슴을 찔렀다.

 

 그래도 반은 사실이다. 수영장이라 하면 학교나 공공 수영장보다는 별장같은 곳의 개인 수영장에서 지낸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고. ―당연히, 거긴 염소 냄새 따윈 나지 않는다. 나에게 1년에 고작 몇 번밖에 하지 않는 수영장 수업이란 건 마치 소독약에 몸을 담그는 것만 같아서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를 졸업하도록 익숙해지지 않았다.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영장 안의 염소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건 물론 알고 있다. 그렇지만 집안 사정을 설명하자 체육 교사는 정말로 허락해 줬다.


 나머지 반은― 아니, 어쩌면 이게 진짜 이유일지도 모르지만― 나와 이 반에서 제대로 대화하는 사람이 린과 하나요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성적이 학년 수석(이라고는 해도, 반이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반 1위나 마찬가지지만)이므로 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모이는 반 애들은 있다만, 그건 겉으로만 만나는 것 뿐. 만약 μ's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아직도 난 쉬는 시간마다 음악실에서 홀로 피아노를 치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부분 때문에 '테두리 안으로 스스로 들어가지 못하는 타입' 이라고 뒷날 여름 합숙에서 노조미에게 평가받은 것이지만.


 그 무엇보다도 서로의 굳은 신뢰 관계가 필요한 μ's에서 그런 말을 들을 정도다.

 지금 이 반에서 내가 린, 하나요 이외의 다른 동급생들과 얼마나 못 어울리는가… 그건 상상에 맡긴다.


 하지만 그것이 보통의 나. 언제나의 나다. 오히려 이 반에서는 린, 하나요가 특별한 존재.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내겐 당연한 일이니까 '들어가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영장 같은 수업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


 ―라며, 무슨 말로 어떻게 꾸미더라도 모든 게 제멋대로일 뿐인 이유다. 그것 때문에 린의 환한 미소를 흐려 버렸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미안해, 린."

 "냐? 왜 마키쨩이 사과하는 거냥?"

 "그건… 아무 것도 아냐. 그보다, 어제 삔 곳은 괜찮은 거야?"

 그렇게 말하자, 린은 벤치에 앉은 내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자, 봐. 멀쩡해졌지?"

 린은 왼발을 들어 올려 발목을 흔들거렸다.

 "약간 부은 것 같지만…."

 "아프지 않으니 걱정 없어! 그것보다…"


 린이 젖은 머리를 쓸어 올리자, 거기엔 '천사의 머리핀'이 반짝이고 있었다.

 "자! 마키쨩은?"

 "…아니, 린! 너 정말… 수영장에서까지 그런 거 하고 있으면 위험하잖아! 머리핀이나 안경, 액세서리같은 건 전부 수영장에서는 금지야. 상식이잖아?

 "이 위에 수영모 쓰니까 괜찮아,"

 "전혀 괜찮지 않아! 누군가랑 머리라도 부딪힌다면 다치는 건 린 쪽이니까!"

 "알았어. 다치지 않도록 조심할게!"

 하나도 이해 못 했어! 이거, 글렀네….


 "그것보다, 마키쨩은?"

 …오늘은 아침부터 계속 이렇다.

 "자… 여기, 이거지?"

 나는 왼손에 쥔 '다른 한 쪽의 천사의 머리핀'을 보여주었다.


 "어―! 왜 안 하고 있는 거야? 마키쨩이 제대로 하고 있어 주지 않으면 의미 없는데!"

 "너는 정말… 아까 내가 말한 거 잊어버렸어?"

 오늘 린은 쉬는 시간이 될 때마다 내가 하고 있는 '이것'을 보고, 자기가 하고 있는 '그것'을 일일히 확인하며 만족하고 있다.

 정말 이런 건 수영장에는 반입 금지다. 그런데 여기서까지 번거롭게 하다니. 나는 어쩐지 누군가 물어볼 것 같아 살짝 수건에 숨겨 두었다.

 설마 린이 머리핀을 한 채 물에 들어갔다고는 생각치 않았지만.


 "이제 오늘은 쭉 자유 시간인데, 마키쨩은 수영장 안 들어갈… 생각이지?"

 "뭐… 선생님이 뭐라고 하지 않는다면 그럴 건데… 선생님은 왜 그래? 통 보이지를 않는데."

 수영장을 둘러보았지만, 자유 시간에는 언제나 수영장 가장자리를 돌던 체육 교사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배 아파서 아까 양호실 가셨대. 지금은 체육부장이 대신 맡아 보고 있어."

 체육부장? …체육부장이라. 수영모랑 수영 안경 때문에 구분이 잘 안 되지만, 아마 저기서 헤엄치고 있는 사람이겠군….

 아무리 봐도 자기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고 있는 걸로 밖에는 안 보이는데. …괜찮으려나?


 "그보다, 이제 수영장 안 들어갈 거라면 머리핀 하고 다녔으면 좋겠어… 안 돼? 마키쨩?"

 "으아―! 이제 알았어! 자, 봐! 달았어! 이걸로 만족해?"

 "응! 린이랑 커플 머리핀이야!"

 내가 머리에 적절히 머리핀을 달자, 린의 얼굴이 확 밝아지며, 지금 이 수영장에 내리쬐는 태양보다도 더 눈부시게 되었다.

 오늘 몇번이나 '커플 머리핀이야!' 라는 말을 들은 걸까. 역시 이건 뭔가 사연이 있는 물건이라, 이 머리핀을 다는 사람이 '커플이야, 커플' 이라고 말하게 하는 저주라도 걸려 있던게 아닐까….


 "왜야?"

 "응? 무슨 일이야, 마키쨩?"

 "왜 오늘은―"

 ―그렇게까지 내게 달라붙는가. 이런 질문은 안된다. 하나요에게 어제 들은 대답이 돌아올 뿐이다.

 나는 좀 더 린에게 물어볼 말이 있을 텐데. 나에게 린과 하나요가 특별한 존재라면―


 "있잖아, 난 린에게 어떤 존재야? 반 친구? μ's로서의 동료?"


 "그런 건 정해져 있잖아! 정말 좋아하고 소중한 친구! 얼마나 좋아하냐면, 카요찡 만큼이나 좋아해!"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린다운 대답이다. 아무리 피아노를 잘 쳐도, 아무리 공부를 잘 해도, 나는… 그런 린이 부러웠다.



 "그렇구나… 그런데 내가 친한 친구인 하나요랑 동급이어도 괜찮은 거야? 어렸을 때 부터 쭉 함께였잖아? 고등학교에서 알고 만나게 된 내가 동급이라는 건… 이상하잖아?"

 라는 말에, 린은 신기하다는 듯 날 들여다보며 말하였다.

 "전혀 이상하지 않아! 오히려 지금부터 점점 새로운 걸 잔뜩 알아갈 수 있는 걸! 마키쨩도, μ's의 모두들도 마찬가지야!"

 "앞으로도 린은 모두와 사이 좋아져서, 모두 좋아하게 될 거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정말 기쁘다냐―!"

 ―린의 삶에서는 내일로 펼쳐지는 즐거운 나날들이 똑똑히 보인다. …내 삶에선 보이는 걸까?

 

 "린은 대단하네. 린의 그런 점은― 나도 좋아해."


 "……."

 내 얼굴을 들여다 보며 즐거워하던 린이 갑자기 정색하며 입을 다물었기에 나는 깜짝 놀랐다.

 "뭐야? 왜 그래, 린?"

 "괜찮아. '그렇게 해서' 마키쨩도 분명 변하고 있으니까."

 "뭐가 말이야?"

 

 "모두와 함께 있으면서 카요찡도 린도 변했단 거야! 마키쨩도 분명히 변할 거다냐―."

 "그니까 뭐가 변했는데?"

 "하아… 마키쨩은 머리는 좋은데, 뭔가 중요한 부분에서만 둔감하지?"


 으윽―!


 ―퍽!


 "아프다냐―!"

 어김없이 내 촙이 린의 이마에 깔끔히 적중했다.

 "너무 까불지 마!"

 "아야야… 에헤헤, 그래도 언제나처럼의 마키쨩으로 돌아와 줘서 기뻐."

 언제나처럼이라니… 어떤 나 말이야?

 내가 그걸 묻기도 전에, 린은 벤치에 타월을 둔 채 수영모를 머리에 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래도 린은 어느 쪽의 마키쨩이든 좋아한다냐―!"


 그렇게 말하고는 수영장 가장자리를 달려갔다.


 수영장 가장자리에서 달리는 건 금지! 라고 말하려 하였다. 린은 조금 발을 끌면서 달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주의를 줄 겨를도 없이 린은 그대로 기세 좋게 수영장으로 뛰어들어 버렸다.


 "아, 또 머리핀 한 채로… 정말이지…."

 

 그러고 보니 린에게 이 천사 머리핀이 정말 다이아몬드와 은으로 된 것 같다는 걸 일러주지 않았다.

 수영장에서 올라오면 그것부터 알려 주고, 더 소중하게 다루라고 타일러서 머리에서 빼내야만 하는데….







 '삐―익!'


 그 요란한 호루라기 소리에 나는 눈을 떴다.

 이 무더위 속에서 딱히 자고 있던 건 아니지만 머리가 조금 어지럽다.

 다른 모두는 수영장에 들어가서 더위를 쫓고 있지만 나는 수영복 하나만 입고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 밑에 있다. 열사병에 신경 써야 한다.


 지금 들린 호루라기 소리는 한 번 수영장에서 나와 몸을 데우라는 신호다. 차디찬 수영장에 오래 들어가 있으면 체온을 빼앗겨서 저체온증이 올 수 있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밖으로 나와야 하는 것이다. 

 보통은 체육 교사가 하는 일이지만, 체육 교사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듯 대신 체육부장이 분 것 같다.


 30명 정도의 반 모두가 일제히 수영장에서 올라온다.

 위로 올라오니 그늘에서 쉬는 사람, 한 번 샤워를 하러 가는 사람, 눈을 씻으러 가는 사람, 로커로 돌아가는 사람 등, 행동은 제각각이다.


 내 눈은 물론 린과 하나요를 찾는다.

 하나요는 곧바로 찾아냈다. 수영모와 도수가 있는 수중 안경을 쓴 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왜 그래, 하나요? 뭔가 찾고 있어?"

 나는 하나요 쪽으로 다가갔다.

 "아, 마키쨩. 응, 린쨩 못 봤어?"

 "린? 어. 호루라기 소리 들리고 나서는 못 봤는데."

 "그래? 어디에도 안 보여…."


 …린이 없어?


 "없… 없을 리가 없잖아. 샤워실이나 로커로 간 거 아냐? 화장실은? 거긴 봤어?"

 "아니, 아직이야, 내가 가 볼…"

 "―저기, 코이즈미, 니시키노. 잠깐 괜찮을까?"

 그 때,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 왔다.

 "아… 체육부장님? 네, 무슨 일인가요?"

 하나요가 대답했다. 체육 교사가 없는 지금 반을 맡고 있는 체육부장이다. 목에는 아까 불었던 호루라기가 걸려 있었다.

 손에 쥐고 있는 검은 판에는 출석을 점검하는 종이가 끼워진 것 같다. 한 손에는 볼펜이 쥐어져 있었다.


 "호시조라는 못 봤어? 호루라기를 불고 나서 모두 제대로 있는지 확인할 참이었는데. 불자마자 모두 흩어져 버리다니 곤란하네."

 "그게… 저도 마키쨩도 린쨩을 못 찾았어요. 찾아 봐도 없어서요… 어쩌면 로커에 있을 지도…."

 "뭐? 로커나 샤워실을 다 찾아 봐도 없어서… 곤란해 하고 있었는데…."


 나쁜 예감이 들었다. 그것도 최악의 예감이.

 나와 하나요, 체육부장까지 수영장으로 눈을 돌렸다. 물을 교체한 직후도 아닌 수심 1.5미터의 물 속은 완전히 투명하지 않다. 햇빛이 반짝거리며 수면에 반사되는 통에 눈을 부릅떠도 여기서는 모든 부분을 살펴볼 수 없었다.


 "…하나요, 25미터 계영을 하고나서 린은 뭘 했어?"

 "음… 응, 해산하고 자유 행동했어. 그 때부터… 린 쨩이 안 보여…."


 하나요가 그렇게 말한 때였다. 수영장에 단 하나의 수영모가 떠다니는 것이 보였다.

 학교가 지정한 그 수영모가 보인 순간, 하나요가 뭔가 짐작한 듯 갑자기 수영장으로 기세 좋게 뛰쳐들었다.


―!


 몇 초 후, 수영장에서 얼굴만 내민 하나요가 목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크게 소리쳤다.

 "누가, 누가 좀 도와줘! 린쨩이! 린쨩이!!"


 하나요의 팔에 안겨서 얼굴을 드러낸 사람은― 자력으로는 꼼짝도 못 하게 된― 의식 불명인 린의 모습이었다.






 하나요가 곧바로 수영장 가장자리까지 린의 몸을 끌고 와, 나와 체육부장에게까지 린의 몸을 한번에 끌어올렸다.

 끌어올려질 때 린의 얼굴을 보니, 치아노제(혈중 산소 농도가 저하된 상태)를 일으키고 있는것이 보였다. 

 죽을 듯이 창백한 낯빛에, 파랗게 물든 입술이 그걸 말해 주고 있었다.

 틀림없이 질식해서 호흡을 오랫동안 하지 못한 것이다.


 수영장 가장자리에 큰 수건을 깔고 거기에 린을 반듯이 눕혔다. 내가 그 옆에 무릎을 꿇었다.

 

 "린, 린!"

 내가 이름을 부르며 얼굴을 때렸지만 반응이 없다. 뺨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호흡을 확인해도― 역시나 없다. 호흡 정지.


 이어서 목에 손을 얹어 경동맥의 박동을, 가슴에 손을 얹어 심장 박동 소리를 확인한다― 없다… 없는 것… 같다.


 즉, 심폐 정지 상태―


 최악이었다. 가장 일어나서는 안 될 상황. 매우 위험한 상태. 이대로라면 린은―


 수영장에서 올라온 하나요가 "마… 마키쨩, 린은 어때?" 라며 창백해진 얼굴로 물었다.

 이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는 생각도 이제 머리 속에 남아 있지 않았다.


 내 머리 속에는 지금 단 '둘' 뿐. 하나는―


 '심폐 정지가 된지 몇 분이나 경과했는가'


 4분 경과라면 살아난 확률은 순식간에 반이 된다―

 10분이 경과하면 다행히 소생한다고 해도 뇌에는 회복 불가능한 정도의 심각한 손상이 간다. 그것 이상 시간이 지났다면 이미―


 그리고 또 하나, 그것은―


 'CPR(심폐소생술)을 내가 빨리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라는 것이다.


 상황을 아직 이해 못한 채 창백한 얼굴의 하나요, 마찬가지로 벌벌 떨면서 움직이지 않는 체육부장. 무슨 일인가 하고 소문을 듣고는 찾아온 몇명의 반 아이들.

 여기 있는 모든 사람 중 CPR을 할 만한 사람은 나 뿐인가. 그래, 병원에서 몇 번이고 인형으로 연습했던 것 처럼만 하면 된다―


 어쨌든 이제 생각하는 건 CPR을 하면서다. 그래야 린은 확실히―


 린의 가슴 한가운데, 흉골 아래 절반정도에 맞댄 양손의 접점을 갖다 댄다. 감촉이 차갑다.

 팔꿈치를 곧게 펴고 5센티미터 이상 깊이로 누른다!


 ―쿵!


 이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힘이 많이 필요하다.

 그리고 흉벽이 제자리로 돌아오도록, 손을 뗀다― 두둥실하고 린의 가슴이 솟아오른다. 이것을―


 ―분당 100회, 혹은 더 빠르게

강하고, 빠르게, 끊임 없이 계속!


―쿵! ―쿵! ―쿵! ―쿵! ―쿵!


 흉부 압박(심장 마사지)― 그 광경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하나요도 체육부장도 다른 학생들도 알아챈 듯 했다. 이제 CPR을 계속하면서 지시를 내린다.


 "체육부장이든 누구든 좋으니까, 빨리 선생님을 불러! ―구급차도! AED가 있으면 가져 와!"

 "에… 에이이디?"

 체육부장이 어리둥절하여 반복한다.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은 걸까….


 AED라는 건 자동 제세동기를 말하는 거다. 간단히 말해서 일반인이라도 심장에 전기 충격을 가할 수 있게 해주는 기기― 하지만 물에 빠져 질식해서 '완전한 심정지', 즉 '심전도가 전혀 흔들리지 않는 플랫 상태'가 되었다면, 지금의 린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심장에 전기 충격을 가하는 건 '멈춘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이 아닌 '멈출 뻔한 심장(심실세동)을 정상으로 움직이게 해주는 기계'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말로 '심정지(심전도 플랫)' 상태인지는 병원에서 모니터로 관리하는 게 아닌 이상은 전문의라도 판단하기 어렵다. 그런 관리가 없는 상태에서 심장에 경련이 일고 있는 '심실세동'인지 심장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 '심전도 플랫'인지는 내가 멋대로 판단해선 안 된다. 하물며 나는 아직 의사도 뭣도 아니다.

 만약― 완전히 심장 마비 상태라고 한다면 필요한 건 CPR과 투약 이외에는 없다. 물론 구급차가 도착하지 않는다면 투약 따윈 불가능하다.


 AED는 이 학교에 설치되어 있을 것인가?

 있다고 해도 그저 허황된 위안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효과 있을지 없을지는 AED가 판단한다. 물에 젖었으니 위험하다고 해도, 닦아내면 그만이다. 린이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면 그 무엇이라도―


 "선생님께 설명하면 분명 알 거야! ―부탁해, 빨리!"

 내 절규하는 듯한 목소리를 들은 체육부장과 몇명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영장에서 뛰쳐나갔다. 


 "마… 마키쨩, 나… 나는… 어떻게 해야…"

 바로 앞에 털썩 주저앉은 하나요는 이미 안경도 수영모도 벗고, 그저 울고 있을 뿐이었다. 친한 친구가 눈앞에서 이런 모습이 되면 얼마나 충격일까….

 지금, 뭔가를 한다고 해서 뭔가가 될 상태가 아니라는 건 봐서 안다. 하지만 '단 둘', 하나요가 하나요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 있다.

 "하나요는 시계를 보고 지금을 0초로, 30초마다 내게 시간을 알려줘. ―그리고 린을 큰 소리로 불러 줘. 실은 나도 이대로 린이 눈을 뜨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미칠 것만 같아. 부탁해."

 "마키쨩… 알았어. 린쨩! 린쨩, 린쨩! 눈을 떠!"

 하나요가 수영장 옆에 설치된 둥근 아날로그 시계를 살피며 차갑게 굳은 린의 왼손을 기도하듯이 쥐고 린의 이름을 불렀다.


 괜찮아, 내가― 내가 꼭 깨워 줄게, 린!






 ―쿵!

 30번째의 흉부 압박이 끝났다. 린의 수영복 위에 내 땀이 툭 하고 떨어진다.


 그래도 린의 모습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면 다음이다.

 오른손을 린의 이마에 대고, 왼 손가락 끝으로 턱 끝을 들어 올려 기도를 확보한다. 입 안에 이물질은 없다.


 린의 얼굴에 내 얼굴을 가까이 댄다. 그 위치에서 호흡 소리와 심장의 박동이 없는 상태임을 재차 확인한다.


 ―린, 미안해. 하지만 널 반드시 구해낼 거야.


 그런 마음으로 린의 코를 오른손 끝으로 쥐고, 린의 반쯤 열려 있는 푸른 입술에 내 입술이 완전히 포개지도록 한다. 

 마치 냉장고에 넣어 둔 도자기에 입술을 대는 듯 했다. 사람의 온기는 없다.

 쓸데 없는 생각을 떨쳐 버리고 후우 숨을 불어 넣자 린의 가슴이 가볍게 위로 올라왔다. 물에 빠졌을 때 물이 기관지로 들어갔을 가능성은 있지만 지금 기도에 뭔가 막혀 있는 건 없는 것 같았다.


 1초 불어넣고 가슴이 제자리로 돌아오니 이제 1회, 다시 숨을 불어 넣는다. 나머지는 다시 흉부 압박을 30세트―


 ―그 때, 입술이 직접 닿을 정도로 가까이서 린의 얼굴을 본 나는 깨달았다.


 린의 머리에 있던 '그' 머리핀이 어디에도 없단 것을―


 "리… 린, 너 설마…?"

 중얼거리며 다시 흉부 압박을 시작한다. 이 페이스로 30세트, 인공 호흡을 2세트.

 무더위 속, 이건 상당히 힘들다. 내 호흡까지 흐트러진다.

 하지만 린이 깨어날 때까지, 확실한 도움이 올 때까지, 내 팔이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계속할 것이다.


 나는 하나요에게 물어볼 것이 있었다. 흉부 압박을 멈추지 않으며, 나는 린을 계속 불러 대는 하나요에게 말을 걸었다.


 "하나요,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

 "뭐… 뭔데, 마키쨩?"

 "그 25미터 계영이 끝나고 자유 시간이 되고부터 호루라기 소리가 있을 때까지 몇 분이나 지났어?"

 "10분은… 아닐 거야. 아마 7분 정도…."

 "―알았어. 고마워."


 자유 시간 이후, 그 린이 이유도 없이 물에 빠졌다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원래 운동신경이 좋은 린이 빠지다니,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아마 계영이 끝난 뒤 수영모가 떨어져서 그것과 함께 머리핀을 풀장 바닥에 떨어트린 것이겠지.

 그리고는 계속 잠수해서 그걸 찾고 있던 것이다. 거의 보이지도 않는 수영장 안을, 물안경도 쓰지 않고 맨눈으로.


 나는 힐끔 린의 왼쪽 발목을 보았다. 역시나 부어 있다. 잠수하던 중, 그 때 거기서 숨을 내뱉고는 물을 삼켜서 호흡이 불가능해졌던 것이다.


 앞뒤가 맞는다. 이거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일단 자유 시간이 7분이었다고 치고, 린이 머리핀을 떨어트린 후 3분동안 잠수했을 쯤 물에 빠져 버린 거라고 친다면.

 호흡이 멈추고 심장까지 멈출 때 까지 시간차가 있으니… 3분이라고 가정한다. 1분간 심장이 멈춘 채였을 때, 호루라기를 분 것이다.


 우리가 린이 없다는 걸 깨닫고 끌어 올릴 때까지는 3분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어림잡아 지금까지의 시간도 포함해서 7분 이상은 호흡이 정지, 4분 이상은 심정지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지금 이 순간이 생사를 가르는 선'―, 그렇기에―


 ―지금, 지금 당장, 지금 바로 당장이라도 심장이 움직여주지 않는다면, 린은 다시는―






 "마키쨩! 지금, 2분 지났어. 린쨩! 린쨩!"

 "하아… 하아… 응, 고마워."


 내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상태로 린의 흉부 압박을 계속하며 하나요에게 기운 없이 대답하였다.


 한 번 가슴을 누를 때 마다 내 얼굴에서 흐르는 땀이 린의 수영복 배 부분에 툭 하고 떨어진다.


 앞으로 1분, 앞으로 1분 정도면 린의 호흡이 정지하고 10분 정도가 된다…


 …이미 충분히 절망적인데….


 …안 돼, 어째서, 어째서 눈을 뜨지 않는 거야!

 왜 숨을 안 쉬는 거야… 다시는 심장이 뛸 수 없는 거야?!


 ―쿵! ―쿵! ―쿵! ―쿵! ―쿵!


 정말 손이 부러질 것 같아. 이제… 나는…


 ―마키쨩! 마키쨩! 마―키―쨩!


 나를 부르는 언제나처럼의 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설마 이 손에 린의 목숨이 걸려 있다는 건가―


 ―그런 건 정해져 있잖아! 정말 좋아하고 소중한 친구! 얼마나 좋아하냐면, 카요찡 만큼이나 좋아해!


 그 기억들이 지금 이 손 안에서 스러진다니, 절대로 나는, 나는―!


 "가장 소중한 친구의 목숨도 못 지키면서, 못 구하면서, 의사가 된다고? 웃기지 마! ―지금, 린을 구하지 못하면 그런 미래 따위는 필요 없어!"


 ―쿵! ―쿵! ―쿵!


 "자! 맨날 하던 것처럼, 쓸데 없이 밝아서, 쓸데없이 안겨 오고, 또 가끔은 독설하고, 마지막에는 냐―! 하고 말해도 괜찮아!"


 ―쿵! ―쿵! ―쿵!


 "장난치지 마, 장난치지 마, 장난치지 마―! 너, 하나요를 슬퍼하게 만들 생각이야? 계속 옆에 있어 줘야 하잖아?"


 "μ's에서 모두와 함께 학교를 구해야 하잖아?! 노래하고 춤추고 웃고, 앞으로도 내 곁에서― 계속 있어 줘――――!"


 ―쿵! ―쿵! ―쿵!


 나는 어느샌가 소리쳐 흐느끼며 흉부 압박을 하고 있었다. 눈에서 흘러 넘치는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 린에게 떨어졌다.


 그걸 보고 놀란 하나요가 뭔가 깨달은 듯, 떨면서 중얼거린다.

 "마키쨩… 괜찮아? 린쨩, 깨어날 수 있는 거지?"


 나는 대답할 수 없다― 이 상황에서 괜찮다니 너무나 무책임한 말이다. 하나요에게 고개를 끄덕일 수도, 가로저을 수도 없다.

 흐느껴 울며, 린의 가슴을 누를 뿐이었다.


 하나요가 고개를 살짝 가로젓고는, 금세 그 눈에서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린쨩! 린쨩! 린쨩!! 싫어어어어어엇!!!"


 아우성치는 하나요의 목소리가 수영장에 울려 퍼졌다. 나도 싫어. 이걸로 린과는 이별이라니.


 "왜 그래! ―빨리! ―돌아와! ―돌아와 줘!"


 절대 포기하지 않아, 포기하지 않아, 포기하지 않아―!!!


 "린쨩! 이런 건 싫어! 부탁이야! 죽지 말아 줘―――!"

 

 하나요가 그대로 쓰러져 흐느꼈다.


당연한 것이다. 나도 다시 한 번 소리치고 싶은걸. ―하지만 나는 절대로 ―절대로!


―쿵! ―쿵! ―쿵!


 "장난치지 말고― 어서― 눈을―"


 쾅! 저린 팔에 체중을 실어 누르며 나는 비명을 질렀다―


 "어서 눈을 뜨란 말이야, 이 바아보야아아아아―!"


 쿵!


 혼신의 힘을 다해 린의 가슴을 눌렀다―


 ―하지만 린은 움직이지 않는 채였다.


 안… 돼, 돌아오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하지…


 모처럼 생긴… 소중한 친구란 말이야…


 누군가 린을 좀 살려 줘, 살려 줘, 살려 달라고!!!


 살리고 싶어! 린이― 좋으니까― 살리고 싶어!!!!!


 …부탁해, 그러니까…


 ―두근―


 ―그 때, 그 소리가 들렸다.






 ―두근―


 …뭐야? 심장… 뛰는 소리…?


 여전히 린은 심폐 정지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린에게서 나는 소리는 아니다.


 그럼 지금 이건, 대체…?


 나는 눈을 감았다.


 ―두근―


 그건 나 자신을 흔드는 진동이었다.


 혹시, '내 안'에서―?


 그걸 알아챘을 때, 그 소리가 들렸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들렸다. 마치 경고하는 것처럼.


 나의, 나의 생명이 고동치는 소리. 내가 내는 소리, 내가 살아 있다는 선율.


 또 다시 어딘가 멀리서 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 린은 어느 쪽의 마키쨩이든 좋아한다냐!―


 어느 쪽의 나든?


 그래… 어느 게 진짜 나일까… 어느 게 진짜 꿈일까?

 의대에 들어가서 의사가 되는 것? 아니면 음악을 계속하는 것?


 아, 그렇구나. 린은 이렇게 말하고 싶은 거지? '어느 쪽이라도 그건 마키쨩이니까, 원하는 대로 선택해' 라고. 그래서―


 ―'이 느낌을 지금 린에게 들려 줘라.' 라는 건가….


 좋아, 그럼 린, 너에게 들려 줄게.







 그건 마지막으로 린의 가슴을 감정을 실어 강타했을 때로부터 불과 몇 초간의 사건이었다고 생각한다.

 내 손에 아직 그 저림이 남아 있으니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모은 양손의 바로 옆에 은빛으로 반짝이는 물건이 떨어져 있었다.


 그건 내가 벤치에 앉아 린과 대화하던 때, 적당히 머리에 달았던 그 천사 머리핀이었다. 머리에서 떨어진 걸까….

 천사는 미소지은 채로 하트 모양으로 세공된 핑크 다이아몬드를 품고 있었다.


 정말, 너희들 때문에 나는 엄청나게 괴로워졌다고….


 …분명 린이 잃어버린 나머지 하나와 합치면 서로의 하트에 귀기울이고 있는 모양이 되는 거였지.


 그렇다면, 내가 지금부터 린에게 내 마음을 전할 테니까, '같은 것'을 시켜 주는 거니까, 힘을 빌려 줘―


 머리핀을 주워서 내 머리에 달았다.


 크게 숨을 들이쉬어 흐트러진 호흡을 가다듬고 , 다시 한 번 쓰러져 움직이지 않는 린을 마주한다.

 핏기 없는 새하얀 얼굴, 손발과 남색의 학교 수영복이 마치 흰색과 검은색, 피아노 건반을 마주하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부터 나의 곡을 들려줄 테니, 맞는 말인 건지도 모르겠네.


 나는 다시 한 번 양손을 붙여, 흉부 압박을 단 한 점으로 모이도록, 팔꿈치를 펴고― 집중한다.


 눈을 감고, 내 안에 있는 나 자신의 고동에 집중한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이미 심장은 극도로 흥분해서, 엉뚱한 속도로 맥박이 뛰고 있었다.


 ―이걸 전한다.


 분명히 말해, 이미 이런 건 인명 구조든 의료 행위의 흉내든 그 뭣도 아닌 그저 자기 만족의 영역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건 그런 거니까.


 근거 없이, 매뉴얼에서도 벗어난― 그것은―


 하지만 μ's에서, 9명이서 함께 걸어온 그 길은 죄다 격식에서 벗어난 기적 뿐이잖아….


 그렇다면 나도 할 수 있는 거지? 이런 상황에서 린을 깨우는 것 정도는 말이야.


 간단하지. 그 기적을 이루어지게 만드는, μ's의 곡을 쓰는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러니까 린, 기다려 줘―


 나는 나의 심장 박동과 팔의 움직임이 완전히 일치하도록 머리 속에서 리듬을 잡고, 손목에는 세심하게 박자를 새긴 후 스탠바이를 한다.


 ―시작할게. 저기, 정말로 전해지고 있어, 린? 그렇다면… 사양하지 마.


 내가 두 팔에 힘을 주었다―.








 퍽― 퍽― 퍽― 퍽― 퍽― 퍽―


 높고, 찢어질 것 같은 소리가 계속해서 리드미컬하게 들린다.


 "마… 마키… 쨩…?"

 하나요가 떨면서 말하였다. 린의 모습이 아닌 내 행동에 대한 것이겠지.

 그건 그렇다. 지금까지 했던 흉부 압박의 두 배는 빠르게 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실제로 두배 그 이상으로 빨라졌다고 생각한다.

 마치 빨리감기를 하는 동영상을 보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내 심장의 고동에 완전히 맞추고 양손을 누른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분명히 말해, 아까의 몇 배나 되는 충격이 팔에 전해진다.

 …뭐야, 이게. 정말이지 이정도라면 정말로 손목이 부러지고 찢어져도 이상할 게 없어, 린….


 아까까지 한계였던 체력을 이번에는 그 한도마저 뛰어 넘었다.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이건 아까까지와는 완전히 다르다… 왜냐면 지금 난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거니까.


 있잖아, 린. 너는 지금 어디 있니?


 아직 수영장 속에? 교실? 혹시 방에서 쉬고 있는 거야? 아니면… 옥상에서 연습하고 있어?


 자, 어디 있는 거야? 딱히 대답따위 하지 않아도 되니까… 내가 널 찾게 해 줘.


 ―아니, 조금 다르지… 내가 널 이 소리로 끌어들일 거야! 여길 보게 할 거야!


 고동이 내 품에서 린에게로 전해진다. 누르는 손의 체온이 아직 남아 있는 그곳에 전혀 쉴 틈을 주지 않고 내 손에서부터 다시금 고동이 닿는다.


 눈을 감고 집중하고 있으니 주위의 모습은 알 수가 없다. 누구의 목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는다.


 린이 만약 이대로 깨어나지 않는다면 어쩌지?


 ―시시해….


 나도 제대로 알고 있으니까. 


 지금 이 리듬은 춤출 때마다 린이 최고라고 해 주는 바로 그 고동[beat] 이니까.


 그러니까 절대로 가버리지 마! 린은 이걸 듣고 꼭 돌아오는 거야!



 ―기다릴게, 린이 돌아오는 걸.



 여기서 나도, 하나요도, μ's도, 반의 모두들도 기다리고 있어….



 자, 빨리 일어나. 모두가 기다리고 있어, 린―――――



――――――――――――――――――――ヘ/レ―――






 "콜록!"


 갑자기 린의 입에서 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린의 가슴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거칠게 몰아쉬는 호흡을 시작하였다.


 이건… 아마 꿈도 환상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보통 수준이 아닌 속도로 흉부 압박을 하다 멈춘 나는 숨이 고르지 못해 산소 결핍이 온 상태로 그걸 확인했다.


 린의 호흡이… 되돌아오고 있다… 지금 손에 닿는 린의 가슴에서 심장이 뛰는 게 제대로 느껴진다.


 서둘러 잠을 자는 듯한 린의 얼굴에 다가가, 입에서 물을 전부 토하게 하고 일으켰다.


 "린?! 괜찮아?! 네 이름은 알겠어? 내가 누군지도?"

 자의식을 확인한다. 만약에라도 질문에 전혀 대답하지 않으면… 아니, 그럴 일은 없다. 눈을 떠, 린.


 린은 천천히 눈꺼풀을 열고, 멍하니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어라…? 마키쨩…. 린? 린은 린이잖아…?"

 "――――린! ―――으으…"

 "으아앗?! 마키쨩?!"

 내가 갑자기 끌어안아 울음을 터트리니 당황하는 것이겠지.

 "왜 린이 수영장에 있는 거야? 어…어라, 카요찡?"

 "리… 리… 리… 린쨔아아아아아앙!!"

 하나요가 린의 아랫배를 껴안고 흐느끼기 시작하였다.


 "너… 너희 둘, 왜 그래…? 무…무겁다냐―."

 "너는 수영장에 빠져서… 지금까지 숨도 쉬지 않고, 심장도 뛰지 않았어… 그래서…"

 "아… 그렇구나. 머리핀을 떨어트려서… 발견했지만 물의 저항 때문에 쥐려고 할 때마다 둥둥 떠내려가는 바람에…"

 "주울 수도 없고 계속 숨 참고 헤엄쳤더니 갑자기 왼쪽 다리가 아파져서 물 마시고… 그리고 기억이 없다고?"

 "어라? 마키쨩 정답이다냐! 어떻게 알았어?"


 "이―! 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야아! 너는 지금 죽을 뻔 했던 거야!"

 "설마… 마키쨩이 날 살린 거야?"

 "설마고 자시고, 널 살려 줬다고! 하나요도 널 살리고 싶어서 계속 네 이름을 불러 줬어!"

 "미안… 린, 모두에게 폐 끼쳐 버렸네…."

 

 "이제 상관 없어… 돌아와 준 것 만으로 이미…. 몸은 어때? 움직일 것 같아?"

 린은 혈색이 돌아와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음… 아마 괜찮을 것 같아…, 아―! 아까 하던 말에 대해선 더 할 말이 있다냐!"


 …더 할 말? 의식을 잃기 전에 대해서?

 내가 끌어안은 채 린은 지금까지 계속 쥔 채로 있었던 오른손을 폈다―


 ―거기에는 하트를 품고 있는 은빛으로 반짝이는 천사가 미소짓고 있었다.


 "의식이 사라지기 직전에 확실하게 붙잡았다냐!"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정말이지 …그렇게 중요한 거라면 좀 잃어 버리지를 말라고…."

 그런 것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 하다니 정말 바보 아냐? 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이젠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맞아… 잘은 모르겠지만 왠지 린은 쭉 꿈을 꾼 것 같아."'


 "꿈?"


 뇌에 산소가 퍼지지 않아서 활동을 멈춘 상태인데, 꿈을 꿨다고?


 "마키쨩이 음악실에서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불렀어. 언제나처럼."


 린이 의식이 없는 동안 쭉 음악실에 있는 꿈을 꿨다고?


 "하지만 그 노래는 있지, 정말 흥겨웠어! 린이 정말로 춤추고 싶어질 정도로… 어쨌든 정말로 멋있었어!"


 ――!!! 거짓말이지?! 설마――


  ――아니… 그 설마를 가능케 하는 게 바로 μ's다. 


 "아… 또 그 노래 소리 듣고 싶어."

 "…알았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라도 불러 줄게."


 표정이 확 밝아지며 린은 에헤헤 하고 웃었다.

 나도 린을 따라서, 웃었다―


 

 보건 교사와 체육부장이 AED를 들고 수영장으로 달려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멀리서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모두들, 늦었어. 그치, 린?


 …나는 린을 구했어… 구한 거야.


 의사가 되기 위해 정해져 버린 미래와, 가능성을 찾아 뒤쫓는 음악의 꿈.


 이 둘이 겹쳐지지 않았다면 아마 린을 구하지 못 했을 것이다.


 ―어떤 꿈도 내 소중한 꿈이야.



 "아, 마키쨩, 제대로 머리핀 하고 있네!"

 린은, 자기 머리 바로 옆에서 반짝이고 있는, 내가 하고 있는 머리핀을 보고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오른손에 쥐고 있던 나머지 한 쪽의 천사를 내 머리핀에 갖다 대었다. 


 "저기, 마키쨩― 이거, 나중에 한 번만 더 하나로 맞춰 보자."

 "그래…."

 나는 단 한 마디만을 중얼거리고, 린의 얼굴을 품에 묻으며 껴안았다. 혈색이 돌아왔다지만 너무 차가웠다.


 "…뭔가 마키쨩의 가슴… 따뜻하다냐―"

 "린이… 너무 차가운 거야."

 "굉장해… 마키쨩의 아름다운 소리가 나."

 "응… 나도 린의 소리가 잘 들려… 뭐랄까, 이 소리가 나는 걸 들으려고 아까까지 계속― 기다렸다니까―"


 ―둘의 심장 박동 소리가 겹쳐진다.


  그 둘의 고동은 미묘하게 엇갈리고 비틀려 들어맞아, 하나의 타타타타탓 하고 빠른 리듬이 되어―


 ―그게 린이 꿈 속에서 들은 그 곡


  아직 작은 두 천사의 고동이 겹쳐서―


완전히 새로운 고동을――ヘ/レ―Beat를――ヘ/レ―탄생시켰다――ヘ/レ― ――ヘ/レ― ――ヘ/レ―




―ヘ/レ―ヘ/レ―ヘ/レ―ヘ/レ―ヘ/レ―ヘ/レ―ヘ/レ―ヘ/レ―ヘ/レ―



―ヘ/レ―ヘ/レ―ヘ/レ Break Down!ヘ/レ―ヘ/レ―ヘ/レ―


그렇지? 미열의 징후야


좀 더 가까이 와


I know!! 내가 고쳐 줄게


거기 앉는 것 만으로도 알아


너는 위험한 상태야


가슴이 (뜨거워) 가슴이 (괴로워)


해냈어 (드디어) 사랑에 빠졌구나


이제 곧…


'둘만이 되고 싶어지는 병' 에 걸리는


달콤한 약을 줄게


Beat in Angel


즐거워져라, 지금 여기서만이라도


Maji!? Angel


나의 바늘 아프게 아프게는 하지 않아


다정하게 마주 보면 저려오는 Passion


도망칠 수 없어, 각오해


깃털 투성이의 Angel Beat!!


 ――Oh,baby! Dance dance Angelic!!―ヘ/レ―――


 ――Oh,baby! Dance dance Angelic!!―ヘ/レ―――


 ――Oh,baby! Dance dance Angelic!!―ヘ/レ―――


―― wow… ―ヘ/レ―――


―ヘ/レ―ヘ/レ―ヘ/レ―ヘ/レ―ヘ/レ―ヘ/レ―ヘ/レ―ヘ/レ―ヘ/レ―


 "그래도 다행이다냐―. 린은 별로 문제 없고, 괜찮으니 오늘 연습도 나갈거다냐!"

 "그건 무리야."

 "뭐어?! 어째서야? 린은 그닥…"


 …나는 린에게 알리지 않을 수 없었다.


 "너는 무조건 적어도 하루는 입원해야 해."

 "어, 어째서!?"'


 "린, 너는 폐에 물이 들어갔었어. 2차 익수 방지를 위해서는 24시간은 관찰해야 해."

 "2차… 익수?"

 "그래. 의식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해도 24시간 이내에 혈액에서 흘러나온 물이 다시 폐로 들어가면 익수한 거나 마찬가지야. 그럼 다시 호흡 곤란이 일어나… 알아?"

 "즈… 즉, 린은…?


 "또 죽기 직전까지 가고 싶지 않다면 이대로 병원으로 가면 될 이야. 괜찮아. 아마 우리 병원에서 치료해 줄 테니까."


 "그, 그런 일이이이이이이――!! 주… 주사는 없… 겠지?"


 "글쎄? 어떠려나? '백의의 천사'님께 부탁이라도 해 봐."


 "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냐아아―――!"


 "도망칠 수 없으니까― 각오해!"







 ―2일 후.


 나는 지금 음악실이다. 피아노에 앉아서 빨간색 음악 플레이어를 한 손에 든 채 보면대에 악보를 펼쳐 피아노로 작곡, 편곡을 하고 있었다.


 린은 예정대로 하루째에 퇴원했다. 오늘은 벌써 학교에 나와서 지금쯤은 수영장 청소를 돕고 있을 것이다. 모두에게 폐를 끼친 데에 대한 사죄― 라고 한다. 엊그제 자기가 빠졌던 수영장에서 잘도 그럴 수 있다니, 조금 어이가 없어져서 안심했다.

 적어도 사고로 인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등의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설마 돕는다고 말해 놓고는 물놀이를 하고 있진 않겠지? ―하지만 그게 린답다는 생각이 들어 피식 하고 웃고 만다.


 린이 어째서 심폐 정지 상태가 된지 10분 이상 경과했는데도 후유증 없이 건강하고 팔팔한 걸까―

 아마도 린은 계속 수영장에서 잠수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새에 저체온증에 걸렸을 것이다.

 저체온증에 걸려 있는 경우에는 뇌로 공급되는 산소의 양이 평소보다 줄기 때문에 심장이 정지해도 평소보다 뇌가 오래 버틸 수 있다고 한다. 

 나는 한 번도 수영장에 들어가지 않아서 몰랐지만, 엊그제 수영장 물은 꽤나 차가웠다고 한다. 체육 교사가 복통을 호소하며 보건실에 간 것도 그것 때문일 것이다.


 뭐, 이제 그런 건 생각해 봐야 별 수 없는 거지만―


 "흥겹고 멋진 곡…인가."


 확실히 지금의 μ's에는 한 가지 정도, 라이브의 관객들과 오―! 오―! 오―! 아니면 하이―! 하이―! 하이―! 하는 노래 뿐…


 ―왠지 그렇게 해서 다 함께 부르며 즐길 수 있는 곡이 나오면 좋겠네.


 뭐― 다음엔 어떤 가사가 올지 기대해 볼까.


 피아노를 치며, 문득 떠오른 음계를 연주하고 악보에 올린―


 "―――앗!"


 ―바스락바스락!


 열려 있는 뒤쪽의 창문에서 불어온 여름의 따듯한 마파람이 불어와, 보면대에 올려 둔 악보가 소리를 내며 ―흩날렸다.


 하얗고 팔랑거리며 떨어지는 그건 마치―


 "―천사의 날개, 같네."


 음악실은 순식간에 천사의 날개 깃털― 이 아니라 악보 투성이가 됐다. 정말이지… 정리하는 것도 큰일이잖아….


 나는 확인하듯이 가슴 쪽의 주머니를 만졌다. 거기에는 자그마한― 소중한 머리핀이 하나 들어 있다.


 린이 보면 또 뭔가 귀찮은 말이나 해 댈테니까… 하고 다니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가지고는 있을게.


 ―왜냐면 꿈을 이룬다는 건― 혼자서는 불가능한 거니까.



 앞으로의 여름은 실전이다. μ's는 러브라이브 출전을 목표로 움직여 나갈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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