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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낮잠과
君とお昼寝と
글: てふ (http://www.pixiv.net/member.php?id=2226935)
출처: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4049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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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시간. 교실에서 점심밥을 다 먹고 오후 수업이 시작하기 전, 잠시 낮잠이라도 자 볼까 해서 옥상으로 향했다.
"하아~ ……왜 배가 부르면 이렇게나 잠이 오는 걸까냐~?"
가뜩이나 뭘 할 의욕이 안 생기는 월요일, 게다가 다음 5교시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역사 수업이다.
지난 주에는 멋들어지게 수업 중에 곯아 떨어져서, 정수리에 역사책을 직격당하고 말았다.
다른 반 애들은 모두 킥킥대며 웃었고, 내 소꿉 친구는 쓴웃음을 지었다. 눈매가 날카로운 그 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틀림없이 그 눈은, '너 말야, 수업 중에 졸기나 한 거야? 제대로 좀 해. 이제 꼬맹이도 아니니까.' 라고 말하고 싶다는 듯한 눈이었다.
"좋아! 이번 주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낮잠 작전이다냐! 역시 린은 머리가 좋아~!"
옥상을 훑어 보며, 자기 적절한 곳을 물색하기 시작하였다. 지금은 여름이니 볕이 드는 곳은 굉장히 덥기는 해도 오늘은 바람도 선선히 불어 오니 낮잠 자기는 딱 적절한 날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역시 햇볕 아래서 잘 수는 없었기에, 간신히 그늘진 곳을 찾아 차지하기로 하였다.
계속 그늘져 있던 곳이라 그런지, 아님 그냥 기분 탓인지 그곳은 꽤나 서늘한 듯했다.
"음~ 역시 뭔가 베개 같은 게 없으면 자기 힘들지도 모르겠네."
이 문제는 다음 번에 생각하기로 했다. 어쨌든 지금은 이 귀중한 낮잠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순간,
끼익-……
옥상 문이 열렸다.
이런 때에 대체 누가 온 걸까 싶어 고개를 돌려 보니,
"왜 이런 데에 와 있는 거야?"
"마키쨩."
눈매가 날카로운 그 아이는 조금 기분이 언짢은 모습으로 옥상에 들어섰다.
"무슨 일이야? 린한테 볼일이라도 있어?"
"무슨 일이야, 가 아니잖아! 너 뭔가 나한테 돌려줄 물건이 있잖아?"
아무래도 마키는, 린 때문에 이런 찜통같은 더위 속에서 계단을 올라야 했다는 것에 화가 난 것 같았다.
"돌려줄 물건? 둘려줄 물건… 돌려줄 물건이…"
"……역사 공책이야!"
"아앗-! 그거야, 그거! 마키쨩한테 빌렸었지!"
"그래! 점심밥 다 먹으면 돌려 주겠다고 말했으면서, 사람이 잠깐 화장실 간 사이에 대체 어딜 간 거야."
"미, 미안하다냐~ …까먹고 있었어…"
"역시 그랬지! 그래서 하나요한테 물었더니 여기 있대서 일부러 찾아온 거야!"
정말 대체 왜 내가 이런 짓까지, 그런 것들을 투덜거리며 마키는 언제나처럼 그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빙글빙글 꼬기 시작하였다.
그걸 멍하니 보며 문득 떠올린 거지만, 맨날 하는 저 빙빙 꼬는 건 재밌는 걸까? 이번에 기회가 있으면 한 번 물어 볼까.
-라니,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지금 마키에게 들킨다면 그 때야말로 붉으락푸르락 화를 낼 게 분명하다.
"좀, 린! 듣고는 있어!?"
"드, 듣고 있어, 듣고 있어! 미안, 일부러 옥상까지 찾아오게 하고. 지금 바로 돌려줄게."
"하- ……상관 없어, 어차피 그렇게 급한 일도 아니었고… 그보다 이런 데서 뭘 하고 있던 거야?"
가만히 서 있기 질린 듯이 마키는 린의 옆에 앉았다. 린도 뒤로 자빠져 있던 몸을 일으켰다.
"린은 낮잠을 자러 온 거야."
"뭐? 낮잠?"
"마키쨩은 낮잠도 모르는 거야!?"
"낮잠 정도는 알아! 나는 이런 데서 낮잠을 자려고 하는 린 때문에 놀란 거야!"
"이런 데서는… 안 되는 걸까냐? 옥상에선?"
"당연히 안 되지! 덥고, 잘 데는 콘크리트 바닥 뿐이고, 뭣보다도 자외선이 바로 내려쬐잖아! 아무리 그래도 명색이 스쿨 아이돌인데, 피부라도 타 버리면 니코쨩한테 한 소리 들을 거라고! 게다가 이런 데서 잤다가 열사병이라도 걸리면 어떡할 건데?"
"아- 괜찮아. 여긴 그늘도 있고."
"그렇게 괜찮다고만 말하는 사람이 원래 제일 먼저 쓰러지는 거야!"
그렇게 말하고는 마키는 또 커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그치만 어쩔 수 없었다. 교실은 도시락 냄새가 풍겨 대서 잘 수가 없고, 안뜰은 또 거기대로 도시락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이 많아서 잘 수가 없고, 부실로 가는 것도 생각은 해 봤지만 분명 우리의 그 부장님이 여느 때처럼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을 게 뻔하니 린은 방해가 되기 싫어서 미리 그 수는 차치한 것이다.
응?
그건 그렇고, 고작 그런 얘기나 하려고 일부러 여기까지 온 걸까…?
아니, 잠깐 기다려.
이상해, 머리 좋은 마키가 그럴 리가 없다.
뭔가 이상하다.
……분명 그렇다.
…부자연스럽다.
"저기, 있지…… 마키쨩?"
"뭐야."
"혹시 말야, 린이 걱정돼서 찾아온… 거야?"
"무, 무슨! 그런 거 아냐!"
뭔가 부자연스럽단 걸 눈치채고 말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까.
우리에겐 휴대전화라는 문명의 이기가 있으니 용건이 있다면 전화나 문자로 하는 게 더 편할 텐데.
그런데 그걸 마키는 하지 않은데다, 아까까지 그런 표정을 지은 이유였던 역사 노트도 결국 급한 일은 아니었다고 깨끗이 인정했고.
무엇보다도 마키는 카요찡한테 린이 여기 있단 걸 듣고 왔다고 말했다.
실은 린이 여기 뭘 하러 온 건지 알고 있던 게 아닐까. 그도 그럴 것이 린은 아까 흘끗 본 것이다. 마키는 숨길 작정이었겠지만, 조그만 페트병에 든 물… 그건 분명 린이 열사병에 걸리지 않도록 준비해 온 거겠지.
뭐야, 그런 거였구나.
그렇구나 그렇구나, 완전 서투르잖아, 귀여워.
"뭐, 뭘 히죽대는 거야!"
"응-? 마키쨩은 변함없이 서투른 게 귀여워서 말야."
"그러니까 그런 게 아니랬잖아!"
"그럼 그 숨기고 있는 페트병은 대체 뭘까냐?"
"이, 이건 내가 목마를 때 마시려고 갖고 온 거야. 그 왜, 옥상이니까 또 한참 계단 올라야 할 테니…"
"풋, 푸후훗."
"왜 웃는 거야!"
"그, 그치만 마키쨩, 거짓말 너무 못 한다냐~"
"그니까 거짓말이 아니래도!"
"그럼 린한테 정말 용건이 있던 거라면, 전화로 하는 편이 낫지 않았겠어?"
"붸에엣, 그, 그건…"
아, 또 시작이다. 빙글빙글. 빙글빙글을 하면서 뭔가 투덜거리고 있다.
부끄러운 걸 숨기는 것이다.
얼굴도 어딘가 빨개져 있고, 슬슬 더 놀리기에는 안쓰러울 정도였다.
평소같으면 카요찡이 중재해서 멈춰 줄 것이었지만, 카요찡이 없으니 나도 모르게 너무 놀리고 말았다. 더 했다간 삐질 것 같았기에 유감스럽지만 오늘은 이정도에서 멈추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럼 그런 고집쟁이 마키쨩한테는 중요한 임무를 하나 맡길게!"
"…임무라니, 뭔데."
"아까부터 린은 계속 베게가 필요했거든~. 그-러-니-까, 실례하겠습니다~!"
"붸에에! 잠, 잠깐만, 린! 뭘 갑자기 엎어지는 거야?"
"하지만 마키쨩, 린이 열사병이라도 걸릴까봐 걱정했잖아? 그럼 린이 열사병 안 걸리게 지켜봐 줘. 지켜보는 동안 마키쨩 무릎은 심심할 거 아냐? 그러니까 린이 베개로 써 주겠다냐! 자, 기브 앤 테이크 성립이다냐!"
"그런 기브 앤 테이크는 없어! 잠깐, 좀 떨어져, 린! 덥잖아!"
하지만 이러면 네가 거절할 수 없다는 걸 아니까, 알게 되니까.
언제라도 린이 제멋대로 응석부리면 결국에는 '어쩔 수 없네' 라며 받아준다는 걸 아니까.
그러니까 이런 방법 외에는 없는 거야.
"와~ 마키쨩 무릎베게 기분 좋아-!"
"하아…… 정말이지… 오늘 하루만이야."
"뭐어? 하루만이라고-!?"
"당연하지! 은근슬쩍 계속 하려고 하지 마!"
"아팟!"
방심으로 무방비해져 있던 이마를 향해 촙이 날아왔다.
쓰라린 이마를 문지르는 손 너머로 보인 것은, 곤란해하며 조금 화난 것 같지만 그래도 뭔가 즐거워 보이는 마키쨩의 얼굴.
봐, 역시나.
이런 거 싫지 않지?
알고 있어.
하지만 너는 어딘가 서투르니까 앞으로도 린이 잔뜩 놀려 줄게.
"이젠 아무래도 좋으니 잘 거면 빨리 좀 자."
"그럼 마키쨩, 자장가 불러 달라냐~!"
"싫어! 절대 안 해!"
"마키쨩 째째해!"
"시끄러워!"
하지만… 머리 정도는 쓰다듬어 줄게.
하지만 들리는둥 마는둥 하는 그 조그만 중얼거림도 너 나름대로 한껏 노력한 거겠지.
왠지 그게 기쁘니까 린은 얌전히 잠들어 줄게.
곧 내가 깨면… 손을 잡고 같이 교실로 돌아가자.
분명 너는 싫다고 하겠지만, 싫어할 틈도 안 줄 거야.
머리를 쓰다듬는 네 손을 느끼면서 흐릿해지는 의식 속에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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