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μ’s 번역

춤을 춘다면 너와 함께 (노조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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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춘다면 너와 함께

踊るなら、あなたと一緒に。


글: Sei. (http://www.pixiv.net/member.php?id=13292188)

출처: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5182900

번역: 낮-꿈 (d4y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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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 보니... 우리, 아직 에리쨩의 발레를 제대로 본 적이 없어.


 멜로디도 가사도 거의 완성된 후 곡의 안무를 구상하기 위해 모두 모였을 때, 코토리가 문득 떠올린 듯 한 그 말이 시작이었다.


 그러네, 나도 에리치가 발레 하는 거 보고 싶데이.

 린도 에리쨩의 발레, 보고 싶어!

 에리쨩, 조금이라도 좋으니 춤춰 봐~


 음... 그럼, 조금만이야?


 기세에 눌린 것도 있었지만, 어째서 그런 대답을 했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힘이 넘치는 호노카에게 등을 밀려,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마키의 별장에 있는 넓은 방에서 모두에게 둘러싸였다.

 μ's 멤버들은 이런 때에는 손발이 잘 맞아서, 이미 도망은 글렀다.



 각오를 다져서.


 목과 등을 일직선으로. 위에 매달린 듯한 이미지로.

 

 포지션을 취하고 레베랑스(révérence)- 즉 발레에서의 인사를 올리자, 모두들 숨을 삼키는 듯 고요해졌다.


 춤추기 시작하는 사이, 문득 한 가지가 떠올랐다.

 내 컴플렉스인 발레 이야기를 하는 게 더는 두렵지 않다는 것을.


 곡은, 없고.

 수도 없이 웃고 또 울며 몸에 새겼던 기억의 움직임을 쫓았다.


 아까 다른 멤버들에게 말했던 대로 발레의 곡에 가사는 없다. 중요한 것은, 표현력.

 발 끝에까지 의식을 집중해 팽팽히 몸을 펴면서, 온 몸으로 감정을 표출한다.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대로는 움직이지 않는 몸에, 발레를 그만둔지 꽤나 오래 지났다는 걸 새삼 실감한다.

 유연성 운동이나 근력 단련은 게을리 하지 않았지만, 원래부터 발레와 스쿨 아이돌의 춤에 쓰이는 근육이나 힘은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조금 춤을 보여 줬으면 좋겠어.'

 모두가 단순한 흥미로 시작한 일이라고 해도, 적당히 하고 싶진 않았다.


 발레는 분명 괴로운 상처를 내 안에 새겼지만, 내가 μ's의 멤버가 되기 위한 발판이 되어 주기도 했으니까.


 이것은, 언제까지고 날 놓지 않는 과거를-

 뿌리치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



 지금 끌어낼 수 있는 힘껏,

 온 마음을 집중해서 정중히.


 디딘 발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상체는 편하게.

 훌쩍, 날아오른다.

 몸은 가벼웠다.

 포기하기 전에는 아무리 해도 손발에 매달린 추의 무게를 느끼고 있었는데.


 그래, 높이 뛰어 올라서 다음 움직임으로.

 아름답게 연결된 순간.



 '에리치카, 아까 그 움직은 아름다웠습니다.'

 -게다가, 즐거워 보였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수줍은

 외할머님의 웃는 얼굴이 정말 좋았다.



 그래. 춤을 추는 건, 발레라는 건 이렇게나-



 다시 레베랑스를 하고는 춤을 마쳤다. 끌어모았던 숨을 한 번에 내쉰 순간, 호노카는 내 이름을 연호하며 달려들었다.

 에리쨩! 굉장해, 굉장해! 감동했어!

 그렇게 굉장히 흥분해서 달려오니, 왠지 부끄러워져서 쓴웃음을 지었다.

 껴안고 있는 호노카의 어깨 너머로 다른 멤버들과 눈을 마주치며 부드럽게 웃어 주었다.


 "에리."


 스쿨 아이돌 활동을 가로막혔을 때, 너무한 태도를 취한 내게 그래도 춤이 배우고 싶다고 고개를 숙여 오던 후배는 호박색 눈을 가늘게 뜨고 나보다도 기쁜 듯 살짝 웃었다.


 "정말, 즐거웠어요."


 그렇죠? 라며 그녀가 동의를 구하자, 가족 말고는 처음으로 내 컴플렉스를 받아들여 준 노조미가,


 언제나처럼 은은히 떠 있는 미소를 지닌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응, 춤추는 게 정말 좋아, 라는 생각이 잔뜩 느껴져서... 좋았데이."


 노조미가 감상을 끝마치자마자 다른 멤버들도 계속 들이닥쳐 왔다.


 "이때까지 쭉 에리쨩의 발레가 보고 싶었어. 정말 기뻐! 멋졌어!"

 "놀랐어요! 정말 아름다웠어요!"

 "멋있었다냐-!"

 "뭐, 니코의 브로드웨이 댄스에도 견줄 만한 레벨인 거 아냐?"

 "곡도 없었는데 이야기가 눈에 선했어. 대단하네, 에리."


 연달아 감상을 말하는 모두에게 "고마워" 라는 말을 돌려주고, 발레에 대한 질문 공세에 대답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당히 대면하고 나서, 드디어 깨달았다.


 발레를 떠올리는 것이 그렇게나 괴로웠던 것은 울고 또 웃던 수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그 추억은 너무나도 반짝거리며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 나는 힘든 와중에도 분명히 웃고 있었다. 그런 자신마저 억지로 지워 버리는 건 괴로웠다.


 한 번은 포기했던 발레를 다시 한 번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은 μ's 덕분이었다.


 그러니, 발레 슈즈도 곡도 없는 짧은 연기라도, 항상 우리 모두가 관객들에게 전했던 감사의 마음을 이번만큼은 내가 모두에게 전한다.


 조금이라도 닿았다면 좋겠네...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 오겠데이."


 '다시 한 번 보여 줘!', '안무에 추가하자면 그 부분으로 할까...'.

 그런 각자의 대화가 펼쳐지는 가운데에서, 그 자리를 벗어나는 노조미를 눈으로 쫓은 것은 우연이었다.

 그녀가 복도로 통하는 문을 빠져나가는 순간, 깨달았다.

 그 순간 보인 것은 보석에서 흘러 넘치는 물방울.


 왜, 네가 우는 거야.



 "...읏, ...후우..."

 "에리쨩!? 우, 우는 거야!?"


 에리쨩, 어디 삐었어? 아파? 린 의자에 앉을래?


 아냐, 그런 게 아냐.

 포기했던 그 날부터 욱신거렸던 그 상처는 이제 더는 아프지 않아.


 기뻐서, 행복해서, 고맙다는 마음을 말로 다할 수 없어서 흘러넘쳤을 뿐이야.



 노조미의 그 눈물은, 먼 날의 기억들을 선명히 떠올리게 해 주었다.



 즐거워서, 너무 즐거워서 발레를 춰 오던 날.

 하지만, 그걸 두고 떠나며 발레를 포기한 날.


 "학생회장 해 볼 생각 없나? 그럼 내가 부회장이래이!" 노조미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내 곁을 지키기를 택해 주었다.

 

 내 나약한 부분에 발을 들이려 해 발끈하고, 처음으로 진심으로 노조미와 마음이 부딪혔던 날도.


 내 도움을 바라는 나약한 마음을 호노카에게 전해 준 노조미.


 그 손을 잡아 끌어 준 호노카.



 저기, 옛날의 나야.

 이런 미래, 상상할 수나 있었니?


 발레에서의 좌절, 항상 절망하던 때. 이런 미래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치도 못 했어.


 그러던 것이 지금은, 이렇게나.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라는, 그런 느낌으로 시작하는 기라.'


 그래, 네 말대로 됐어. 그 때는 반신반의하며 눈 앞의 손을 붙잡았던 거지만.


 고집만 부리고, 시작도 전에 포기하고. 포기하지 못해서 화풀이하고.


 그런 내게 다시 시작하자며,

 함께 꿈을 이루자며, 서로 도우며 앞으로 걸어 나가는 친구들.


 여러 역경을 뛰어 넘어서 어느새 μ's는 이렇게나 멋지게 되었어.



 노조미.


 네가, 이끌어 주었으니까

 네가, 우릴 이어 주었으니까


 너와, 만났으니까.


 '내 이름은... 나는, 토죠 노조미래이!'


 모든 게 그 날부터 시작됐던 거구나.




 네가 돌아오면, "아까 왜 울고 있었어?" 따위의 촌스런 질문을 할 거야.

 

 μ's라는 멋진 선물을 준 너에게, 이렇게 전해 줄 거야.



 고마워.

 나를 찾아 줘서.


 내 과거를 구해 줘서, 고마워.



 '에리치, 에리치가 정말로 하고 싶은 건 뭐야?'


 그 때의 대답, 지금이라면 할 수 있어.


 나는 더 춤추고 싶어.


 홀로 하는 발레가 아니라, μ's의 모두와 함께.


 그러니까, 너와 함께

 더욱 더 춤추게 해 줘.




 아, 노조미쨩 돌아왔다!



 아무 것도 모르는 호노카는 "노조미쨩, 눈이 빨갛지 않아?" 같은 걸 물어서 노조미는 당황했다. 내가 그런 노조미를 끌어안아서 서로의 연습복에 눈물이 번져갈 때 까지, 앞으로 조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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