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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볼일 없는 겨울날의 이야기
なんてことない冬の日の話
글: 怜斗 (http://www.pixiv.net/member.php?id=8796117)
출처: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3428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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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폭설로 쌓인 눈이 햇빛을 반사해서 반짝거렸다. 요즘은 눈이 내리는 일 자체가 적어져서, 이런 광경은 좀처럼 보기 쉽지가 않다. 설렘을 참지 못하고 눈 속으로 뛰어들었다. 첫눈에 신발이 젖는 감각은 즐거워서 어쩔 수가 없었다.
잠시 뛰어다니고 있으니, 문득 한 가지를 깨달아서 난 달리기 시작하였다. 혼자보다는 여럿이서 노는 게 더 즐겁다.
그리고 향한 곳은, 아마도 집에 틀어박혀 있을 붉은 머리의 그 아이의 집이다. 현관 앞에서 큰 소리를 지르니 무뚝뚝한 표정의 마키쨩이 고개를 내밀었다.
"초등학생같은 짓좀 하지 마, 린."
집 안에만 있는 주제에 따뜻해 보이는 옷에다가 숄까지 걸친 두꺼운 무장을 한 상태로 나타난 마키는 평소보다 조금 불편해 보였다.
아마도 그건 린이 나잇값도 못 하고 "마-키쨩-! 노올자-!" 하고 외쳐서 그런 게 틀림없겠지만, 그래도 그건 분명 이유의 반 밖에 안 될 것이다. 마키쨩은 춥다면 언제라도 기분이 안 좋았다. 추위에 약하다기보단 추위를 싫어하는 마키는 추워서 손이 얼 때마다 피아노를 치지 못해서 항상 궁시렁댔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끌어내지 않으면 마키쨩은 안 나와 줄 거잖아?"
혼내듯이 린을 노려보는 마키쨩에게 장난스럽게 웃었더니, 마키쨩은 말 없이 문을 잠그려 들었다.
린이 자랑하는 반사신경이다. 마키쨩은 린의 재빠른 몸을 거의 항상 따라오지 못했다. "너 정말......", 마키쨩은 그렇게 한숨을 섞어 중얼거렸다.
"그래서 뭔데. 놀아 달라니 뭘 하자는 거야?"
"뭐-? 마키쨩, 왜 그런 걸 묻는 거야? 당연하잖아, 눈싸움이야!"
그치만, 이렇게나 잔뜩 눈이 와 있잖아?
그렇게 말하며 들어올린 눈을 마키쨩의 앞으로 흩뿌렸더니, 마키쨩은 역시나 한숨을 내뱉었다.
"싫어. 춥고 옷도 축축해지잖아, 하나요랑 가는 게 어때?"
"린은 마키쨩이랑 하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말야."
"그런 거 내가 알 리가 없잖아."
"괜찮으니까, 밖으로 가자. 이런 날에 틀어박혀 있는다는 건 아깝잖아!"
포기하지도 않고 문에 매달리는 마키쨩의 팔을 쭉쭉 끌어당겼다. 점점 끌려나오는 마키쨩은 "날 좀 가만히 둬!" 라던가, "난 상관 없잖아!" 라며 저항했다.
마키쨩은 때때로 머리가 나빠진다. 린이 마키쨩을 가만 둘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진심으로 그런 말로 린을 멈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순진해, 너무 순진해, 마키쨩. 린은 절대 마키쨩 생각대로 움직여 주지는 않을 거다냐.
"마키쨩, 눈 오는 날에 나가서 논 적 있어? 눈싸움은?"
린의 질문에 곤란해진 듯 침묵을 지키는 마키쨩은 그런 건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을 것 같았다. 자전거도 얼마 전까지 타본 적 없었을 것 같은 아이다. 린보다 똑똑한 마키쨩은, 린보다도 모르는 것 투성이다.
"그러니까 린이 가르쳐 주겠다냐! 눈 오는 날 노는 법을!"
흔히들 말하는 '평범한 삶'을 모르는 마키쨩에게, 여러가지 평범함을 가르쳐 준다. 그리고 마키쨩이 점점 그걸 알게 되어서 평범해지면, 분명 린은 좀 더 평범하게 마키쨩의 곁에 있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을 조금 하고, 잡았던 손을 꼭 쥐어서 마키쨩을 끌어당겼다. 그리고나니 마키쨩은 결국 린의 말을 따랐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만 해. 코트 가져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
넌 정말 제멋대로라니까, 라며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어딘가 기쁜 듯 마키쨩은 웃었다. 마키쨩은 몇 분정도 지난 후 코트와 장갑, 머플러, 그리고 털실 니트에 귀마개까지 하고 나타났다. 마키쨩,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껴입었다냐. 린이 지적하니 마키쨩은 추운게 싫다며 언제나처럼 사나운 표정을 지었다.
"몸 움직이면 따뜻해질 거야."
"그 때까진 춥잖아."
"그건 억지야."
"그래도 사실이거든."
끝도 없을 듯한 말다툼을 거듭하고는, 둘이서 밖을 걸어나갔다. 이왕이면 좀 더 넓은 곳이 좋지, 마키쨩네 정원이면 충분할 텐데. 린이 그렇게 말했더니 마키쨩은 가까운 공원에 가자고 대답했다. 춥다고 궁시렁대는 주제에 한 번 밖으로 나오니 마키쨩은 거침없이 돌아다녔다.
공원까지 걸어가서는 멍하니 서서 눈을 쳐다보는 마키쨩에게 눈덩이를 뭉쳐 주었다. 이걸 던지는 거야, 그렇게 말하니 마키쨩은 그 정도는 알고 있다고 대답하면서도 좀처럼 던질 생각을 않았다. 눈덩이와 린을 번갈아가며 바라보고는, 어리둥절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거, 어떻게 시작하는 놀이야?"
"응? 뭐야, 그게. 그냥 던지면 되잖아."
"갑자기?"
"응, 갑자기."
"너무 뜬금없는 거 아냐?"
"뜬금없어도 괜찮아. 원래 이런 건 적당히 시작해서 적당히 끝나는 거니까."
자기 몫의 눈덩이를 뭉쳐서 마키쨩과 조금 거리를 벌렸다. 이제 던져도 돼, 하고 말해 보았지만 마키쨩은 당황해서 눈덩이를 움켜쥐고 있을 뿐이었다.
어쩔 수 없다. 화낼지도 모르지만, 나는 마키쨩의 따뜻해 보이는 코트를 향해 온 힘을 다해 눈덩이를 던졌다.
"잠깐, 린! 뭐 하는 거야!"
"그러니까 눈싸움이랬지. 자, 이제 안 던지면 당하기만 할 뿐이야!"
던졌던 곳에서 다시 눈을 뭉쳐 또 다시 던져 보냈다. 움직이려 하지 않는 마키쨩을 표적으로 삼으니, 마키쨩도 결국 참을 수 없는지 눈덩이를 힘껏 내던졌다.
"그래, 그렇게 하는, 거다냐!"
가볍기 피해서 다시 눈을 던진다. 캐치볼도 해 본적 없는지, 마키쨩은 던지는 솜씨가 엉망이다. 그래선 린이 맞을 턱이 없고, 마키쨩은 점점 정색하고 덤비기 시작하였다. 지기 싫어하는 마키쨩은 한 번 불이 붙으면 좀처럼 멈추질 않았다.
"린, 너 좀, 이제 적당히, 맞으란 말야!"
"응-? 아, 아까워! 아까 그건 아까웠어, 마키쨩!"
"잘 봐, 이번에야말로, 맞출 거니까!"
눈덩이의 포화를 주고받으며 둘이서 바보처럼 신나게 놀았다. 잠시 그러고 있다 보니 역시나 더워져서 잠시 쉬어야 했다. 낡은 벤치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다 보니, 도로 구석에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을 발견했다.
"봐! 웅덩이가 얼었어!"
진기한 광경에 왠지 그것만으로 즐거워져서 도로로 뛰쳐나갔다. 튼튼한 것을 확인하고 그 위에 올라섰다. "린, 깨질 거야!" 마키쨩이 외쳤다.
"안 깨져! 이렇게나 두꺼운걸! 마키쨩도 올라와!"
보고 있는 것 보다 훨씬 재밌으니까!
그렇게 외치며 이런 놀이를 해 본적 없을 지적이고 신중한 마키쨩을 꼬셨다. 마키쨩은 잠시 망설였지만, 린이 재차 부르자 마지못해 벤치를 떠났다. 린을 향해 걸어오며, 조심스레 빙판을 밟았다.
"아...... 정말이네. 생각보다는 튼튼해."
"그치? 이 정도라면 점프해도 안 깨진다구!"
말을 끝마치는 것과 뛰어오른 것, 둘 중 뭐가 더 빨랐을까. 동시에 일어났던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깡충대며 뛰고 있으니 착지할 때마다 얼음이 삐걱이는 소리가 났다. 그런 소리를 듣고는, 역시 불안한 듯이 마키쨩은 빙판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마키쨩은 린을 막으려고 했지만, 마키쨩의 행동은 역시 조금 느렸다.
"아."
신나게 빙판 위에서 뛰고 있으니, 쩌걱, 그런 싫은 소리를 내며 얼음이 가라졌다. 마음에 드는 운동화가 순식간에 물에 흠뻑 젖었다. 천으로 만들어진 이 신발은 방수성이 나빴다. 양말까지 물이 차서, 의미가 없는 짓이란 걸 알면서도 신발을 붕붕 휘저었다. 마키쨩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봐, 그러니까 말했잖아?"
"하지만, 괜찮을 것 같았어. 보기에는 얼음도 두꺼웠고."
아마, 마지막 그 한 번을 하면 안 됐던 거였다냐- 뒤꿈치로 제대로 찍었어. 그렇게 말하고는 어깨를 움츠리니, 마키쨩은 조금 곤란하단 표정을 짓고는 린의 손을 잡았다.
"냐? 냐? 마키쨩? 왜 그래?"
"돌아가자. 발이 차가워지면 금방 온 몸의 열을 다 뺏을 거야. 이대로라면 분명 감기 걸려."
"하지만 눈싸움은......"
"그런 거, 오늘이 아니어도 할 수 있어."
힘껏 팔에 힘을 준 마키쨩이 린을 끌어당겼다. 린이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들어주지 않고, 감기에 걸린 뒤에는 늦는다며 마키쨩은 린을 끌고 갔다.
"저기, 마키쨩?"
이어지는 침무에 견딜 수 없게 된 린이 먼저 입을 열었다. 마키쨩은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돌아보지도 않고, "뭐야", 라며 말만 던지며 마키쨩은 걸어 나갔다.
"아, 응. 오늘이 아니어도 할 수 있단건 말야, 나중에 또 눈 오면 린이랑 놀아주겠단 거야?"
그렇게 말하니, 마키쨩은 흠칫 어꺠를 움찔거리며 멈춰섰다. 급하게 쫓아가던 린은 피할 틈도 없이 마키쨩과 부딪혔다. 그 때, 한순간 보인 마키쨩의 얼굴은, 마치 자기 머리 색깔 같은 색깔이었다.
"그, 그 때도 그러고 싶다면 말이야!"
그리고 마키쨩은 아까처럼 강하게 린의 손을 끌어당겼다.
"마키쨩, 얼굴이 빨개."
"추우니까 그래!"
"아까까진 그렇게 빨갛진 않았잖아."
"시끄러워! 빨리 걷기나 해!"
"마키쨩."
"또 뭐야!"
"정말 좋아."
마키쨩은 결국 귀까지 새빨개졌다. 말도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살짝 열린 입에서는 아까부터 흰 입김만 나올 뿐이었다. 그게 또 마음에 들지 않는지, 마키쨩이 쥔 손에 힘을 주자 린의 손은 부서질 것만 같았다.
"아파, 마키쨩..."
"...런...... 건,"
"냐?"
"그...... 그런 건! 일부러 말 안 해도 알아!"
린은 바보! 라니. 잠깐, 마키쨩. 왜 린한테 화내는 거야?
부끄럼쟁이 마키쨩은 린을 잡고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머플러를 한 손으로 힘껏 끌어 올려서 코까지 당기고는, 덥다고 벗어 두었던 귀마개까지 꺼내들어 귀를 가리며, 마키쨩은 잡았던 손을 잠시 놓았다. 뭘 하는 건지 보고 있으니, 이번에는 린의 얼굴이 빨개졌다.
린과 마키쨩의 손이, 손가락이 겹치며 맞잡아졌다. 이건 흔히들 말하는 '연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하는.......
"마키쨩은 말야, 솔직하지 못하구나."
머플러와 귀마개 때문에 이제 뺨도 귀도 보이지 않지만, 마키쨩의 얼굴은 분명 아까보다 더 새빨갰다. 하지만 린의 얼굴도 마키쨩 못지 않게 된 것 같으니까 용서해 줬으면 했다.
하아, 그렇게 숨을 뱉었다. 그 공기는 바깥 공기에 식어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다. 신나게 놀아서 올라갔던 체온도 이제 완전히 떨어져 있었다. 오늘은 충분히 추운데, 내일 날씨는 어떠려나. 린은 온통 흐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내일도, 눈이 오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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