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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없는 밤에 (린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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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없는 밤에

星のいない夜に

 

작가: 夏森http://www.pixiv.net/member.php?id=2901927

원문: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5692418

번역: -(d4y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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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에 비하면야 시원하지만 습도가 높아 움직이면 아직 조금 조금 더운 밤길을 걷는다. 아직도 형광등 불빛이 새어나오는 건물이 많아서 조금 놀랐다. 그래, 아무리 한밤중이라고는 해도 일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야근이라는 단어는 그리 듣기 힘들지 않다. 이제 몇 년이면 나도 야근이란 걸 할 수 있는 나이가 된다. 다행스럽게도 어렴풋한 달빛을 올려다 보며 멍하니 생각했다.

 오늘은 일 년에 몇 번 없는, 밤에 나와 놀 수 있는 날이었다.

 밤 늦게 집을 나와 사람이 별로 없는 장소를 향한다. 그리고는 맘껏 놀아, 동이 틀 무렵에야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르다. 만나기로 한 조그만 공원의 등불 아래 멈추어 서 시계를 들여다 본다. 그리고 십 분 정도일까. 등에 맨 가방 속을 확인한다. 오늘 낮에도, 집에 나오기 전에도 확인했을 텐데. 나는 조금 들떠 있는지도 모른다.

 

 안녕, 마키쨩.”

 

 분명 둘이서 같이 올 줄 알았는데 나타난 것은 한 사람 뿐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안경 낀 하나요는 조금 곤란하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린쨩도 정말 기대하던 것 같지만, 갑자기 열이 난다는 것 같아.”

 

 그래서 우리 둘 만인데….

 그런 식으로 걱정스럽게 말 안해도 되는데. 린이 없어도 놀러 가는 건 안 변하니까. ‘그럼 갈까.’ 하고는 우리 둘은 강가를 따라 걸었다. 지붕 있는 커다란 유람선도 영업이 끝나서, 새까맣게 거리만을 되비추는 강은 조금이지만 무서웠다.

 오늘은 페르세우스 자리 유성군이 보이는 날이다.

 긴 휴가 중에 볼 수 있는 유성군은 몇 개 정도 있지만, 올해는 내 스케줄과 시간대가 맞질 않는 바람에 이것이 올해 처음 보는 유성군이다. 그런 이야기를 살짝 내비췄더니 내 친구 둘은 같이 가자는 말을 꺼냈다. 멀리까지 가지는 못 하니 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강으로 가게 되었다. 우리가 다니는 학교가 있는 동네에서 동쪽으로. 번화가보다는 조금 어두운 두번째 강 인근은 근처의 풀들도 예쁘게 정돈되어 있었다. 시내만큼 좋지는 않을지 몰라도 탁 트인 이곳에선 별을 볼 수 있었다. 올해 페르세우스 자리 유성군은 가장 활발할 때가 하필 낮이어서 조금 아쉽지만, 한밤중이라면 충분히 잘 보일 테니 그리 크게 아쉬울 일은 아니다.

  

 하나요는 그, 천체관측 같은 거 좋아해?”

 마키쨩만큼은 아니지만 별을 보는 건 좋아해. ?”

 린 변덕 때문에 셋이서 보기로 한 건데, 네가 흥미 없다면 미안하니까.”

 마키쨩은 착하구나.”

 붸에에, 착하다니.”

 

 오히려 네가 더 착하잖아, 같은 대답을 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어두워서 얼굴이 보이지 않기 때문인지 그런 생각은 말로 나오지 않고 눈만 이리저리 굴릴 뿐이었다.

 낮 동안에는 야구나 산책을 나온 사람으로 붐비는 작은 공터에 도착했다. 유성 관측을 왔는데 불꽃놀이를 하는 녀석들이 있을지도 몰라 조마조마했지만 기우였던 모양이다.

 부드러운 풀밭 경사면을 따라 내려간다. 중턱에 멈추어 서서 가방에서 돗자리를 꺼냈다. 원래 셋이서 볼 예정이었기에 조금 큰 걸 가져왔다.

 

 펴는 거 도와 줄게.”

 고마워.”

 둘이면 다 안 펴고 절반만 펴도 앉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러게.”

 

 나란히 앉아 하늘을 올려다 본다.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졌기에 눈앞에는 과도할 만큼 어두운 밤하늘이 펼쳐졌다. 달빛도 약해서 별들은 아름답게 비추었다. 분명 이런 상태면 육안으로도 보일 것이다. 카시오페아 자리의 옆을 슥 하고 하얀 빛줄기가 꿰뚫었다. 그걸 뒤쫓듯 또 짧달막히 한 줄기. 올곧게 망설임 없이 꼬리를 매달고 질주하는 유성은 눈 깜빡할 새에 사라져 갔다.

 

 이렇게나 잘 보일 줄은 몰랐어.”

 

 가깝기도 하고, 눈도 어둠에 익숙해진 참이라 하나요의 표정이 보이게 되었다. 하나요는 즐거운 듯이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웃음지었다.

 그다지 특별한 기분은 전혀 아니었지만 단 둘이 밖에 나오는 일이 드물어서인지 좀처럼 진정되지가 않았다. 무언가 이야기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가만히 별을 볼까.

 

 , 그래. 차를 가져 왔으니까, 괜찮다면 마키쨩도 같이 마실래?”

 

 가방에서 꺼낸 스테인리스 물통. 하나요가 뚜껑 겸 컵에 차를 부어 내게 건넸다. 이건 홍차일까, 코를 가져다 대니 좋은 향기가 났다.

 

 너무 달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하나요는 형광 초록색 접이식 컵을 양손에 들고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또 그런 표정을 짓다니.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 대신 컵을 입에 가져다 댄다. 확실히 조금 단 것도 같다. 하지만 부드러운 달콤함으로 지그시 몸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맛있네.”

 

 빈말이 아니라 솔직한 감상이었다. 하나요는 안심한 듯이 미소지으며 다행이야.’ 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직후, 지금껏 가장 커다란 유성이 머리 위를 달렸다.

 

 마키쨩, 린을 좋아하지?”

 그거야, 물론 친구로서 말이지.”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별이 흘러 사라진 자취를 눈으로 쫓으며, 하나요는 아까와 마찬가지인 부드러운 목소리로 갑작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안 들킨 줄 알았다. 그 누구에게도. 자각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 하고 한숨을 내뱉고는 조금뿐이지만 빨라진 두근거림을 잠재운다. , 혹시 경고를 하려는 걸지도 모른다. 린과 하나요는 계속 사이가 좋았으니까, 내가 알 리가 없는 유대감이 분명 있을 것이다. 거기엔 혹시 그런 의미가 섞여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눈치채지 못 했던 것이고.

 하나요 쪽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하늘 향한 채로 대답거리를 생각한다. 하늘 여기저기에 하얀 줄기가 번쩍이고는 사라져 간다. 지금이 오늘 밤의 절정일지도 모른다.

 

 린을, 말이지.”

 마키쨩, 린쨩을 바라볼 때 엄청나게 부드러운 표정을 지는걸.”

 , 그래?”

 . 린쨩은 꽤 둔감하니까.”

 하나요는, 린을….”

 아냐, 그런 게. 나는 아니었어.”

 아니었다고?”

 중학생 때? 그런 식으로 생각했던 적 있어. 언제나 함께 있는 린쨩을 보면서, ‘계속 이러고 있고 싶어, 이건 혹시 사랑이 아닐까’, 라고. 하지만, 그건 가족을 사랑하는 그 마음과 같은 거란걸 깨달았어. 내 손을 이끌어 달려갈 때는 언니, ‘카요찡 도와줘!’ 라며 나한테 달려올 때는 동생 같다고 느꼈거든.”

 

 어른스러운 옆모습을 바라보며, 조금은 부럽다고 느꼈다. 나의 시선을 깨닫고는 하나요가 웃었다. 안경 렌즈에 비치는 하늘에 아직 별빛이 내렸다.

 

 나는….”

 .”

 좋아하는 것, 같아.”

 .”

 가족이랑은 달라. 확실해.”

 .”

 

 처음으로 말로 꺼냈다. 흐릿한 이 마음. 그것을 진지하게 들어 주며 맞장구를 쳐 준다.

 재촉하지도, 얼버무리지도 않고 내 말을 기다려 준다. 미적지근한 여름밤의 바람은 강가의 풀들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스쳤다.

 

 린은 이런 거, 기분 나빠할까?”

 …, 어떠려나…. 놀랄 것 같지만, 기분 나빠하진 않을 것 같은데.”

 

 분명 괜찮을 거야. 그렇게 말하고는, 하나요는 다시 웃었다.

 

 

 

 

 

 차분한 목소리의 나레이션과 어두운 방. 적당히 기울어진 의자. 곁에서 조용히 규칙적인 숨을 내쉬며 잠든 그녀.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눈 앞에 펼쳐진 것은 하늘을 메우는 만천의 별하늘(星空). 지금 막 유성이 내렸다.

 오랜만의 데이트는 린이 주도해서 새로 생긴 천체관측관에 왔다. 하지만 어두워지고 수십분, 내 손을 꽉 쥔 채 린은 머리를 의자에 맡겨 잠들었다.

 억양 강한 나레이션이 여름 별자리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거문고자리, 백조자리, 헤라클레스자리, 전갈자리에 뱀주인자리까지. 밝은 별끼리 이어진 선이 비추어져 아이들도 알기 쉽게 별자리를 이루었다. 그리고 여름 별자리 중 언제나 인기 있는 페르세우스 자리 유성군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멍하니 그 여름의 일을 떠올렸다. 그 때 린이 열이 나지 않고 멀쩡했다면 지금 이러고 있지 못 했을지도 모른다. 올해의 페르세우스 자리 유성군은 언제 아름답게 모습을 보이는 걸까. 시간이 된다면 같이 보러 가는 거야. 그 땐 자게 두지 않을 테니.

새하얀 꼬리를 이끄는 별들이, 린의 머리 위로 하늘을 한껏 가로질러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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