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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의 마법
ハロウィンの魔法
작가: 夏鈴 (http://www.pixiv.net/member.php?id=8239183)
원문: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4512245
번역: 낮-꿈(d4y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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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이름을 불러 본다. 나와 린 말고 아무도 없는 이 방에서, 코앞에 이렇게 멍한 표정을 지은 채 기분 좋은듯 잠들어 있는 린이 보이니 차마 깨울 수 없는 것이다.
지금은 10월 31일 오후 11시 45분. 오늘 하루간 할로윈의 색으로 물든 부실에서 텐션이 한층 더 높아진 린은 부원들은 물론 같은 반 아이들에게도 ‘트릭 오어 트릿!’을 남발했다. 순순히 과자를 넘기지 않은 사람은 간지럼을 피우거나 짓궂은 장난을 쳤고, 혹여나 누가 과자를 건네기라도 하면 마치 어린아이처럼 그대로 기뻐한 것이다. 나도 물론 린의 트릭 오어 트릿을 당했다. 슬쩍 린에게 과자를 건네자 흐드러지는 봄꽃들도 울고갈 정도로 활짝 웃으며 “마키쨩 정말 좋다냐-!” 같은 소리를 해 대니 그 때는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다. 심장이 멈춰 버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여서, 그대로 있다간 이성과 더불어 나의 이것저것이 그대로 붕괴되어 버릴 듯한 파괴력이었다. 그 때 자제력을 발휘한 나에게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칭찬하기에 족하다. 그 정도로 내 자신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런 할로윈의 꿈에서 완전히 깨어난 린이 “오늘은 마키쨩네 집에서 자고 간다냐-!” 하고 뜬금없이 선언하는 통에 나는 또 다시 곤란해졌다. 다행히도 오늘은 금요일이라 내일은 학교도 안 가고 연습도 없다. 부모님은 병원에서 야근이라고 했었으니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린의 말을 거절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지만.
“린, 그 말 진심이야?”
“당연하다냐-! 마키쨩이랑 같이 놀고 싶은걸!”
이렇게 린은 무슨 말만 꺼냈다 하면 남의 말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으니, 나는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지만 나도 진심으로 싫은 건 아니었다. 그렇기에 더욱 더 곤란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내일은….
“……하아. 알겠어.”
“정말이지? 좋았어-!!”
모 두 살 연상의 선배를 떠올릴 정도로 기뻐 날뛰는 린을 보니, 생각치도 못하게 미소가 지어졌다. 언제든지 저런 표정을 짓고 있으면 아무리 나라도 꼼짝 못한다는 걸 린은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 알고도 그러는 것이니 더욱 악질인 것이다.
“해냈다냐! 마키쨩네 집에서 자고 간다냐-!”
“별 일 아니잖아. 평소에도 자주 오면서…….”
“이번은 다르다냐!”
“뭐가 다른데?”
이유를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생각치도 못한 까칠한 말. 실은 좀 더 솔직하게 말하고 싶은데도 그런 걸 허락하지 않는 내 입이 원망스러웠다.
“뭐냐니…… 마키쨩 설마.”
그리고 나면 이렇게, 언제나 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린이 풀죽을 거란 걸 나는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런 표정이 보고 싶은 게 아니야. 그런 게 아닌걸.
“그런 표정 짓지 마. 아무튼 갈아입을 옷 같은 거 챙겨서 찾아와.”
“……응.”
고양이귀라도 달려 있었다면 틀림없이 아래로 축 쳐져 있었으리라 싶은 표정으로 부실을 나서는 린의 등을 바라보면서, ‘오늘 집에 돌아가면 꼭 응석을 받아 줘야지’ 라며 마음 속으로 생각한 나였다.
가끔씩은 그래 줘야지. 왜냐면 내일은.
“린의 생일이니까 말야.”
그렇게 해서 지금, 나와 린은 같은 방 안에 있었다. 린은 여기 와서부터 한바탕 난리를 치고는, 지금 내 눈 앞에서 행복한 듯이 잠들어 있는 것이다. 이건 완전히, 천사도 보고는 “엔젤-“ 이라고 중얼거릴 정도로 훌륭한 잠든 얼굴이었다. 이 얼굴을 하나요는 어렸을 적부터 매일 봐 왔으리라고 생각하니 굉장히 배가 아팠다. 하지만 지금 린의 이 표정을 독점할 수 있는 나에게 전세는 기울었다. 그것만으로 나의 독점욕을 채워가는 걸 느끼며, ‘아아, 이건 중증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린이 귀여운 게 잘못이야…….”
웨딩 라이브를 기하여, 지금껏 귀엽다고는 생각하고 있던 린이 더욱 귀엽게 보여서 요즘은 내 눈길을 주체 못할 때가 많다. 조금이라도 린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욕망을 남들이 눈치채 버릴 것만 같아서, 결국 린을 상처입히게 될 테니 그게 두려웠다. 그런 겁쟁이인 나에게 먼저 손을 뻗어 준 것도 지금 내 앞에서 이렇게 기분 좋은 듯 자고 있는 린이지만.
‘린은 마키쨩이 좋아’
그 순수한 눈빛을 내게 곧바로 쏘아 날린 그 때의 린을 나는 분명 결코 잊지 못하리라. 언제나 솔직하게 꾸밈없이, 생각한 것을 그대로 전하는 린의 그 눈동자와 모습이 정말 좋았던 나에게 린이 먼저 그렇게 말해줬을 때는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기뻤다. 그 때는 그만 린을 무안하게 만들어 버렸지만, 결곡에는 나도 확실히 마음을 전했으니까. 평소같으면 절대 말하지 않을 ‘고마워’ 라는 말을 포함해서. 이 마음을 솔직하게 할 수 있게 해 준 린이 나는 역시….
“아아, 정말. 이래서야 정말 사랑에 취해버린 것 같잖아…….”
자기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이런 기분이 든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누굴 상대할 때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그 선이 무너지는 걸 완강히 거부하고 있던 내가 유일하게 마음을 쏟게 만든 사람이니까. 처음엔 어떻게 거리를 유지할 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싸늘하게 린을 대한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내게 호의를 전한 린에게는 지금도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런 린이 지금, 내 눈 앞에서 멍하니 기분 좋게 자고 있다. 태평하기도 하지. 그렇게 미소지으며 린의 뺨을 손으로 쿡쿡 찔러 본다. 깨지 않도록. 하지만 눈치 채 줬으면 했다. 모순이 머리 속에서 뒤섞이며 찌른 그 힘은 놀라우리만치 약했다. 마치 모기라도 앉은 듯 약한 힘이었다. 그럼에도 민감한 린은 조금 간지러운 듯이 몸을 움직였지만, 내가 좋아하는 그 눈동자가 열리는 일은 없이 여전히 린은 꿈 속 세상이었다. 어지간히도 즐거운 꿈인지, 린은 미소를 지은 채 마치 침을 흘릴 듯이 잠들어 있었다. 보기 흉하단 말이야, 라는 내 목소리도 꿈 속의 린에게 닿을 리는 없었다.
“정말이지, 칠칠맞은 표정이나 짓고.”
퉁명스럽게 말을 꺼낸다. 뺨을 몇 번이고 찔러 보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여전히 꿈 속 세상을 헤엄치는 듯한 표정이었다. 방심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라며 듣는 이 없는 혼잣말을 린을 향해 중얼거려 보지만, 역시나 돌아오는 반응이라고 해 봐야 그저 행복한 듯이 잠든 채 내비치는 언제나처럼의 조심성 없는 그 표정 뿐이다. 아무리 그 표정이 내게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고 해도, 정말 내 생각은 하나도 안 해주는 것일까. 그런 불평을 내뱉고 싶어진다. 나는 성인군자가 아니란 말이야, 라면서. 나도 마치 팬서처럼 네게 달려들고 싶고, 덮치고 싶어질 때가 있는걸. 네가 겁먹는 걸 원하는 게 아니니까 참고 있는거야, 라고.
“이런 린한테 말해 봤자 소용 없겠지만 말이야…….”
린의 뺨은 아무리 만지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 신기한 힘을 갖고 있었다. 너무 말랑거리지도, 너무 굳지도 않았다. 이러다가 버릇 들 정도로 훌륭한 부드러움을 가진 린의 뺨은, 깨어 있을 때 만지면 린이 기쁜 듯이 이쪽으로 바짝 달라붙기에 기쁘면서도 부끄러워서 이렇게 자고 있을 때 말고는 만져 주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나 하는데 안 깨는 것도 참 린답네…….”
한 삼십 번은 만지작댄 것 같은데도 일어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지간히도 깊은 잠에 빠진 걸까, 홀로 남겨진 내 입장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 맘이다.
할 일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리 지나도 일어나지를 않는 린의 뺨을 몇 번이나 찌르는 사이에, 문득 ‘그것’이 뇌리를 스쳤다. 하든 말든 별 상관 없는 일이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일어나질 않는 린이 이걸로 일어나려나 하는 막연한 기대도 함께 품고 있었다.
그래, 이것은 할로윈 이벤트 하면 언제나 따라오는 행사다. 오늘이니까 용서받는 고유의 구호.
“린, Trick or Treat.”
린이 깨어 있었더라면 듣고도 못 알아들었을 정도의 발음으로 린의 귓가에 속삭여 주었다. 린은 내 목소리에 조금 몸을 움찔거렸지만 그 이상 무언가가 일어나지는 않은 채 다시 마음 편한 듯이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말인즉, 이 말의 의미인 ‘과자 안 주면 장난칠 거야’에서 린이 내게 과자를 줬을 리 없다는 의미다.
요점은, 과자를 안 줬으니 린에게 장난을 쳐도 상관 없다는 것이다.
나 스스로도 아주 제멋대로인 해석이라고 생각했다. 린이 허락했을 리도 없는데 지금부터 장난을 치자니, 깨어난 린에게 이 이야기를 했다가는 혼이 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용서해 줘. ‘이 말’의 유효 기간이 끝나기 몇 분 남은 지금 그 말을 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는 거니까.
시계를 슬쩍 쳐다본다. 오후 11시 59분. 앞으로 초침이 한 바퀴 돌면 이 마법도 끝나 버린다. 빨리 장난을 치고 싶은 마음을 겨우 억눌러, 똑딱이는 초침의 움직임을 바라본다.
그리고 앞으로 십 초면 오늘이 끝나는 것을 지켜보며, 마음 속으로 카운트 다운을 시작한다.
’10, 9, 8, 7…….’
내 자신이 지금부터 하려는 것을 생각해 보니 새삼스레 부끄러워져서 고개를 돌리고 싶어졌지만, 이게 다 할로윈의 마법 때문인 것이다. 마법사가 내게 걸고 간, 사랑의 마법.
‘3, 2…….’
하나, 하는 순간에 텅 빈 린의 입술에 자그마한 쪽 소리를 울린다. 부끄러워서 길게 할 수는 없으니 곧바로 떼어 버렸다. 한 순간의 일인데도 내 몸의 피라는 피는 모두 얼굴로 쏠린 듯 뜨거워졌다. 하지만 여기서 말을 끊어 버린다면 단순한 마법으로 끝나 버리는 거니까, 나는 마법사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내 힘으로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일 것이다.
“린, 생일 축하해. 난 린을, 정말 좋아하니까…….”
너무 빨리 말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초에 깨어 있지도 않으니 이 목소리는 린에게 닿을 리가 없다. 변함없는 표정의 린을 바라보며, 안심되면서도 뭔가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이대로 아무 말도 못 하는 채 있는 것도 부끄러우니까 잠깐 마실 것이나 가지고 와야지. 이 뜨겁고 주체할 수도 없는 표정을 띈 얼굴을 씻으러 세수하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쨌든간에 이 방에 들어앉아 있는 걸 도무지 참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으니까.
일어나서 이 방에서 빠져나간다. 진정하고 다시 들어가서, 린의 자는 모습을 감상하기로 하자.
그런 혼잣말 같은 변명을 잔뜩 품고서, 나는 허둥지둥 방을 빠져나왔다.
“마키쨩, 치사하다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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