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μ’s 번역

혀에서 녹아내리는 것은 사랑의 맛 (린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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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에서 녹아내리는 것은 사랑의 맛

舌でとけるは恋の味


글: はのちゃ (http://www.pixiv.net/member.php?id=473097)

출처: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4268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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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글지글 타오르는 열기가 언제까지라도 가슴에 새겨질 듯, 예년보다도 훨씬 더운 10월.


 혀에서 녹아내리는 것은 사랑의 맛


 쥐고 있었던 펜이 스르르 손에서 빠져나가 바닥을 타고 린 쪽으로 굴렀다. "마키쨩 덜렁거린다냐-" 라며 주운 펜을 가볍게 건네는 린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 순간 관자놀이를 따라 땀 한 방울이 주륵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문득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니 이미 하교 시간을 넘기고도 두 시간은 더 흐른 뒤였다. 이제 가을이 무르익을 때라 했을 텐데, 이 더위는 대체 무엇일까. 셔츠의 앞자락을 손으로 붙잡아 흔들어 바람을 쏘인다.

 "마키쨩, 더워?"

 "더워."

 "더운 거 싫어?"

 "좋아할 리가 없잖아. 린은?"

 "싫다냐-..."

 그리 말하며 책상에 푹 몸을 엎드려 숙인 린의 목덜미에는 땀이 듬성듬성 맺혀 있었고, 언제나 반짝이며 춤추듯 흩날리는 그 뒷머리는 푹 젖은 채로 가만히 붙어 있었다.

 "그래, 마키쨩. 린은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

 갑작스레 일어난 린에게, "다 끝나면이야." 라고 한숨 섞어 대답하고는 다시 눈 앞에 놓인 참고서로 시선을 돌린다.

 하지만 그걸 용납 못 하겠다는 사람은 호시조라 린이라는 아이로, 일부러 나의 귓가에 가까이 다가오고는 마치 꼬마 아이가 누구에게도 들키기 싫은 비밀을 속삭이듯이 입가에 손을 들이밀고는, "저기, 마키쨩.", 그렇게 드문드문, 마치 고양이가 털뭉치를 굴리듯이 목소리를 굴렸다. '지금 교실 안에는 우리 둘 뿐이니까 그렇게 소근대지 않아도 괜찮잖아. 왜 넌 뭘 하든지 그렇게 가깝게 달라붙는 거야?' 라며 떨쳐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터이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지 못 한 것은 이 찌는 듯한 여름의 열기가 자아낸 현기증에 머리가 이상해진 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마치 머리 속에 자욱히 안개가 드리우듯 의식은 희미해져서 원하는 대로 생각이 정리되지를 않는다. 너무나도 더워서, 여기 있는 여름의 자취나 시끄럽게 귀를 울리는 매미 소리, 폐를 채우는 뜨거운 공기도 이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을 정도로 덥다. 그럴 텐데도, 바로 곁에 있는 린에게서 희미하게 풍기는 샴푸 향기나 땀 냄새, 체온같은 것. 내 머리는 아무리 바보같이 기진맥진해져 있더라도 그런 것만은 확실히 느꼈다.

저기, 부탁해. 마키쨩. 그렇게 한숨 섞어 부드럽게 속삭인다면, 내 말라버린 목은 "어쩔 수 없네" 같은 쉰 소리로 대답할 수 밖엔 없었다.


 "그럼 빨리 가자냐-!"

 린은 의자를 넘어뜨릴 기세로 일어나 내 손을 힘껏 움켜쥔다.

 "잠깐 기다려, 린."

 "자, 마키쨩, 빨리 가자. 여름은 우릴 기다려 주지 않는다냐!"

 "여름은 벌써 끝났어!"


 '지금보다 더 똑똑해지려면 알기만 해서는 안 된다. 제대로 이해를 해야 해.' 아주 예전에 아빠가 해 준 말대로 똑똑해졌던 나는 그 말을 우직하게 지켜 왔다. 어려운 수식이나 영어도 다른 그 누구보다도 훌륭히 풀어 왔다. 하지만... 

 저기, 아빠. 아빠가 안 된다면 엄마, 엄마도 안 된다면 신이시여. 내 손을 붙잡고 있는 린의 햇살보다도 눈부신 저 아로새겨진 듯 한 미소가,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춤추듯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그 모든 것이 내 눈길을 사로잡는 이유는 어째서인지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어요. 그 누구를 봐도 그런 적 없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죠. 바보같다고 생각하겠죠. 나도 그런걸요. 하지만, 그렇지만 저 아이만이, 린만이 제 가슴 깊숙히, 할퀸 듯이 언제까지고 떠나지 않아요.

 아, 도대체, 어째서.





 

 "역시 여름엔 아이스크림 먹는 게 최고다냐-"

 "그러니까 여름은 진작에 끝났대도."


 결국 린에게 반 쯤은 억지로 끌려온 곳은 학교 바로 옆 편의점이었다. "아이스크림이라고 하면 역시 이거지." 라며 막대기가 달린 걸 즉시 고른 린을 따라서 나도 같은 것을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마키쨩 거는 무슨 맛이야?"

 '소다 맛이야. 린은?"

 "산뜻한 포도 맛이다냐."

 지이익, 포장을 뜯어내고, 썰렁한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으니, 알알한 얼음의 식감이 퍼진다. 목을 스르르 지나는 시원함이 기분 좋았다.

 "저기, 마키쨩." 이라며 옆에서 반짝이는 눈동자를 빛내던 린에게 "뭐야" 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하자, 린은 귓가에 한숨이 닿을 정도로 내 곁에 가까이 붙어 섰다. 교실에서 당했던 것과 똑같은 것을 하려는 듯이, 숨결로 귀를 간지럽히는 듯이.

 나와 린은, 결코 린과 그 소꿉친구가 지냈던 만큼 오래 지내지 않았다. 그런데도 지금 여기서 린이 말하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 즈음, 여기에는 나와 이 아이 단 둘밖에 없었기에 귓속말의 필요성은 굳이 말하지 않겠지만... 제발, 부탁해. 타오를 정도로 뜨겁게 죄여 오는 내 이 가슴을 부디 빨리 어떻게든 해 줘. 이 아이를 볼 때마다 내 무책임한 몸은 온통 괴로워질 수 밖에 없어.


 "한 입 먹을게."


 번들거리며 젖은, 모양 좋은 입술을 열어서 내 손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덥썩 한 입 베어물었다. 살짝 코를 자극하는 린의 향기가 너무 강해서 어지러워 현기증이 날 것 같다.

 부탁이니 그만 둬, 라는 내 마음의 외침을 부디 들어 줘. 내가 이렇게 숨조차 맘대로 못 쉬는 이유를 눈치채지 못하도록, 빨리, 빨리.


 순간, "아" 하는 소리와 동시에 린의 손에서 아이스크림이 물이 되어 걸쭉하게 녹아 내렸다. 뭔가 닦을 것이 있나 교복 주머니를 비어 있는 손으로 더듬는다. 손가락이 손수건 끝에 닿은 순간, 린이 그 자그마한 입에서 혀를 꺼냈다.

 뚝. 손가락에 감기듯 방울져 떨어지는 물방울을 쫓는 그것.

 붉디 붉은, 한 없이 붉은 그 혀의 색깔은 내 눈길을 선명하게 이끌었다.

 턱을 따라 흘러 내리는 땀, 목의 힘줄, 입술, 손가락 끝, 태양빛이 비추는 머릿결, 그 모든 것이.


 아아, 아아. 그 얼음 과자는 선악과였던 것이다. 그것이 닿고 나서 마지막으로, 아플 정도의 감정은 가슴을 애태우다 못해 폐까지 가득 채웠다.


 "마키쨩, 왜 그래?"


 "...아무 것도 아냐."


 지글지글 타오르는 열기가 언제까지라도 가슴에 새겨질 듯, 예년보다도 훨씬 더운 10월.


 아, 신이시여, 죄송합니다. 니시키노 마키는, 분명 이 순간 사랑의 열매를 입에 대고 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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