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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그대와 둘이서 (코토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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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그대와 둘이서

夕暮れどき、君とふたり

 

작가: かじもと(http://www.pixiv.net/member.php?id=3313138)

원문: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5883341

번역: -(d4y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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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그렇게 가볍게 한 차례 인사를 나누고는, 나는 궁도부 부실을 뒤로하였다.

 기우는 석양에 따스한 오렌지빛이 창문으로부터 쏟아져 내린다. 십 분이면 학교 문이 닫혔다. 살짝 빠른 듯한 걸음으로 복도의 모퉁이를 돌아, 계단에 들어서 다섯 계단을 올랐을 즈음에 땀이 목덜미를 타고 흘러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안 되지, 안 돼. 그대로 멈추어 서서, 설레는 마음을 억누르며 주머니에 들어있던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내었다. 안 돼, 체온 관리를 해야지. 바로 얼마 전에 코토리에게 혼났으면서. 이대로 또 서둘러 가면 분명 또 혼나겠지. 그때는 물론 반성했다. 그렇지만 그때 혼났던 일보다도 먼저 떠오르는 코토리의 그 달콤한 목소리와, 이 손수건에서 느껴지는 코토리의 따스함과 부드러움에 아주 조금이지만 뺨이 풀어지며 미소가 새어 나왔다.

 손수건을 챙기며 계단을 오른다. 이 시간대의 학교는 낮과는 정반대로 조용했다. 지금 이곳이 현실인지 꿈인지도 구분하기 힘든 감각에 두둥실 둘러싸여, 형언하기 힘들지만 세상에서 홀로 남겨진 듯한 묘한 감각이 들었다.

 빨리 이 세계를, 외로운 세계가 아닌 단 둘만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

 그렇게 생각하고는, 이윽고 다시 걸어나갔다.

 

 

 

 드디어 도착한 아이돌 연구부의 부실 앞에서 크게 한 번 숨을 내쉬었다.

 어릴 적부터 함께 계속 곁에 있었지만, 이렇게 누구보다도 코토리와 가까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면서도 낯간지러워, 그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잦아졌다. 미소 띈 얼굴을 다시 다잡고는 마음 속으로 좋아하고 중얼거린다. 느긋이 문을 연다.

 기다리셨죠, 이제 돌아갈까요.

 준비했던 말들이 목구멍까지 차 올라왔지만, 어떻게든 참아내었다.

 해가 빨리 지는 계절이 찾아왔다고는 해도, 이 시간에는 아직 태양이 지지 않은 채 따스한 햇빛이 부실 안을 채우고 있었다. 창문 바로 옆자리에 앉아 얼굴은 이쪽을 향하며 책상에 엎드린 코토리는 잠든 듯했다. 책상 위로 흐트러져 놓인 필기도구와 스케치북. 슬쩍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직 구상 단계인 듯 의상 그림은 없었다. 열린 스케치북의 왼편은 샤프로 휘갈긴 글들만이 채우고 있었다.

 

 , 어떻게 할까.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앞으로 4분이면 하교 시간이다. 깨우는 수밖에 없겠지만, 평온한 표정으로 잠든 옆얼굴을 보니 도무지 깨울 수는 없었다.

 왼쪽 어깨에 걸려 있던 가방을 소리가 나지 않도록 세심히 주의를 기울여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규칙적으로 위아래로 움직이는 코토리의 어깨. 밤 늦게까지 옷을 구상했던 건지, 그게 아니라 아르바이트 때문에 지친 건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뭔가를 잘 숨기는 코토리니까 들키지 않고 있던 걸지도 모르지만, 코토리의 곁에 매일 같이 있어주던 나만은 작은 변화라도 빨리 눈치채고 싶었다.

 확실하게 하기 위해 눈에 걸린 코토리의 앞머리를 살짝 치우고는 얼굴을 살폈지만, 다크서클 같은 건 생기지 않은 듯했다. 정말로, 단지 정말로 따스한 햇볕에 취해 단잠에 빠진 걸지도 모른다.

 앞머리를 치워서 빛이 바로 눈에 들어간 건지, 코토리는 작게 신음했다. 슬쩍 머리칼을 되돌려 주자 코토리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 짓고 다시금 깊은 꿈나라로 향했다.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그렇게 멍하니 생각하고 있으니, 코토리는 우미쨩하고 그 달콤한 목소리를 내었다.

 코토리를 빤히 바라보았지만, 아무래도 일어난 건 아닌 듯했다. 꿈 속에서도 함께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니 또다시 턱없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바로 여기 있다구요. 그런 말을 해도, 잠든 코토리에겐 닿을 리가 없지만.

 

 코토리를 사랑하는 마음은 언제라도 흘러 넘칠 듯해서, 그 마음을 똑바로 전하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다. ‘좋아해요하고 한 마디를 전하는 것 만으로 긴장해서 심장이 터질 듯 하는 나니까. 행동으로라도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코토리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문득, 손끝이 뜨거워졌다.

 빨라지는 두근거림이 손길을 따라 코토리에게 전해질 것만 같아 잠시나마 걱정했다.

 언제나 소중하고, 언제라도 곁에 있고 싶고, 그 어느 때라도 코토리가 정말 좋았다. 꼴사나운 내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지만, 꼴사나운 내 모습마저 코토리는 이미 알고 있으니 내숭은 소용 없단 건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역시 고집은 부리고 싶었다. 정말 사소한 일로, 예를 들어 이렇게 코토리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만으로 가슴이 두근대는 나를 코토리는 싫어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 떨렸다.

 

 서로 좋아하는 마음을 확인하고서부터 내 세계는 무지갯빛이었다. 더없이 많은 색깔로 가득 차서, 코토리의 미소나 행동 하나하나에 마음이 휘둘릴 때 마다 세상은 빛깔을 바꾸었다. 어떤 색에 물들더라도, 결국 코토리가 좋다는 결론으로 귀결되어 매일매일 사랑으로 애탔다.

 보다시피 지금만 해도 이렇게, 조금 맞닿는 것 만으로 애틋한 마음이 흘러 넘친다.

 

 좋아, 해요… 코토리.”

 

 얼굴을 맞대고 전할 수는 없어서, 비겁한 나는 의식을 놓아 버린 코토리에게 그렇게 말했다.

 일방적인 발언일 뿐인데, 얼굴이 뜨거워졌다. 좋아하는 마음을 잔뜩 담아도,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이 감각은 익숙해질 수 없다.

 

 딩동댕동-

 

 하교 시간을 고하는 종이 울렸다.

 코토리가 몸을 불쑥 움직여, 나는 당황하며 쓰다듬던 손을 끌어당겼다. “우미쨩…?” 하고, 막 일어나 비몽사몽해 한층 더 달콤해진 그 목소리로 불리니, 역시 사랑이 흘러 넘치는 듯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제 돌아갈까요. 하고 빨갛게 물든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등을 돌리고 부실 문을 열었다. 전등을 끄려고 스위치에 손을 뻗어, 코토리 쪽을 슬쩍 돌아보니 코토리의 풀어져 있던 시선과 눈이 마주쳤다.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미소짓는 코토리 덕분에, 내가 얼마나 바보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깨닫는다.

 , 이렇게 또 세계는 다시 다른 색으로 물들어, 가슴에는 따스함이 내리 깔리는 것이다.

 

 어질러져 있던 짐을 급히 가방에 쓸어 담는 코토리를 지켜보았다. 부실 안 전등을 모두 끄고 코토리를 먼저 내보내, 문을 닫았다. 그리고 부실 열쇠를 건네기 위해 곁에 서 있는 코토리에게 손을 뻗으니, 코토리는 열쇠째로 손을 붙잡았다. 다시 잡힌 손이 뜨거워진다. 동요하는 나를 알고나 있는지, 코토리는 살짝 웃으며 내 손을 쥐었다 놓았다가 되풀이했다. 의도도 모르는 채로 손을 바라보니, ‘있지하고, 코토리가 여느 때보다 더 높아진 목소리로 불렀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아까 말이야.”

 ?”

 아까 그 말, 한 번만 더 해줄래?”

 

 마지막 그 말은 당장이라도 사라질 듯 자그마해서,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놓칠 정도였다. 그래도 나는 코토리의 말은 하나라도 흘려 듣고 싶지 않았기에 온 힘을 다해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들었다. 코토리의 말을 되짚어 의미를 헤아려 본다.

 아까, 라는 건 대체.

 머리 속에서 필사적으로 생각하며 코토리를 바라보니, 코토리는 시선을 가만 두지 못하고 있었다. 뭔가 말실수라도 했었는지 생각하고 있으니, 둘러싸인 손바닥이 조금씩 따스해졌다. 평소와 다른 모습을 눈치챈 나는 다시 한 번 코토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코토리는 아까보다도 뺨이 더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아, 코토리가 보는 세상의 빛도 지금 바뀌었을까, 태평하게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까. 아까 했던 말. 설마.

 

 “…, 깨어 있던 건가요?”

 

 너무 두근거린 나머지 너무 큰 소리를 내고 말았지만 코토리는 딱히 놀라지 않았다. 변함없이 시선은 마주치지 않은 채였지만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쓰다듬어 주는 게 너무 기분 좋아서, 계속해 줬으면 해서라고 뺨을 붉히며 코토리는 말하였다. 그런 말을 듣고도 자는 척 했냐고 따질 수는 없었다. 차마 할 수 없는 말들이 머리 속을 맴돌 뿐이었다. 그래도 눈 앞의 코토리로부터, “역시 잘못한 걸까?” 라는 달콤한 속삭임을 듣는다면 ーー뭐라 더 따질 수 없는 것이다.

코토리의 양손을 다시 내 왼손으로 감싸, “좋아해요.” 라고 말하니 어긋나있던 시선이 겨우 다시 얽혔다. 배시시 웃으며 고마워, 나도 좋아해.” 라고 대답하는 코토리에, 내 세상은 다시금 장밋빛으로 물들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손을 놓아, 부실 문단속을 했다. 지금이야말로, 돌아갈까요.” 라며 ー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었지만, 새빨개진 귀가 다 보이는 지금 그런 건 다 소용 없었다.

 그래도내가 코토리에게 손을 뻗어 맞잡자 세상은 단 둘만의 것이 되어, 마음은 사랑으로 가득 차, 그렇게 또 다시 세상은 바뀌어 갔다.